[더뉴스 앵커리포트] 죄지은 부자들의 도피...못 막나? 안 막나?

[더뉴스 앵커리포트] 죄지은 부자들의 도피...못 막나? 안 막나?

2019.06.25.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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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 정한근 전 부회장이 해외 도피 21년 만에 송환됐습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시각과 함께 왜 당시에 신병 확보를 못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정한근 씨는 출국 당시 밀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보다 더 쉽게 도피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거평그룹 나승렬 전 회장의 조카, 나선주 전 부회장도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회사에 4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출장을 핑계로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정한근 씨가 도피한 직후였다는 점, 이후 나씨가 미국에서 호화생활을 했다는 사실 등이 수사 당국에 대한 비판을 키웠습니다.

2012년 그는 미국에서 체포됐고 2013년 2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진로그룹 장진호 전 회장도 내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해외로 도피했습니다.

5천억 원대 사기대출 혐의로 1년 여 간 구속됐던 장 전 회장은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2005년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검찰이 사기대출 외에 비자금 횡령 혐의를 포착하자 도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캄보디아에서 8년 동안 이중국적으로 숨어 지내다 2015년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해외로 도피해 아직 잡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전윤수 전 성원건설 회장은 2010년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회사자금 700억 원을 들고 미국으로 도피했습니다.

출국 금지가 안 된 상태에서 신병치료 목적으로 출국했습니다.

현재 행방을 찾지 못해 기소 중지 상태입니다.

물론 해외 도피가 예전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주요 국가들과의 공조 협약 때문입니다.

나선주 전 부회장이 미국에서 체포된 것도, 그밖에 조성용 전 조이토토 대표이사, 최원영 전 경원학원 이사장, 백종안 전 대한은박지 대표이사 등이 체포된 것도 사법공조 덕분이었습니다.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에콰도르 등을 방문한 것도 이 협약 체결국을 늘리는 목적이었습니다.

해외 도피에 성공해도 숨을 곳이 없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도피하지 못하게 하는 노력 역시 중요합니다.

앞서 본 사례들처럼 초기 수사단계에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사법 공조협약이 촘촘해도 잡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피의자 권리 보장이나 불구속 수사 원칙 등이 유독 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 이른바 죄지은 부자들 살길 터주는 용도로 남용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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