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경제] 어벤져스들이 링겔만효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희생 (어벤져스 속 경제원리)

[생생경제] 어벤져스들이 링겔만효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희생 (어벤져스 속 경제원리)

2019.05.31. 오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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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경제] 어벤져스들이 링겔만효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희생 (어벤져스 속 경제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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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

[생생경제] 어벤져스들이 링겔만효과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희생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매월 말 금요일마다 한국경제 한 달을 정리해주시는 분이죠. 생생경제의 과외선생님,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기자님?

◆ 박병률 경향신문 기자(이하 박병률)> 네, 안녕하세요.

◇ 김혜민> 오늘 가져온 이야기는, 원래 기자님이 영화로 경제 이야기를 잘 풀어주세요. 어떤 이야기해주실까요?

◆ 박병률>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무래도 최근 가장 핫했던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 김혜민> 그 안에 들어있는 경제학적 이야기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스코어죠. 지금까지 관객은 어느 정도 들었습니까?

◆ 박병률> 이미 1300만 명이 넘어섰죠. 국내에서 상영된 외국 영화 중에서 가장 관객들이 많이 본 영화가 ‘아바타’인데, 이 ‘아바타’를 제치고 최다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 김혜민> 그렇게 결국 됐군요. 한 번 본 사람 말고 여러 번 본 사람도 많잖아요?

◆ 박병률> 네. ‘N차 관람’이라고 하는데요. 같은 영화를 2회 이상 보는 것을 말합니다. 저희가 인터넷 용어로 ‘덕후’라는 말을 쓰죠. 아주 영화를 좋아하는 광팬들, 이런 사람들이 N차 관람도 많이 했고요. 보다가 울었다, 이런 분들도 많습니다. 또 보다가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봤다는 분들도 많죠.

◇ 김혜민> 제가 지금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면 기자님은 ‘어벤져스 덕후’에요?

◆ 박병률> ‘덕후’까지는 아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언맨을 좋아했었는데요.

◇ 김혜민> 아, 얘기하시면 안 돼요. 그런 것으로 항의전화 들어오면 고달파집니다. 저는 전에 영화 다루는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진짜 이건 상상력에 의한 영화잖아요. 100%. 이런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게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앞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 박병률> 약간은 유행 같은 느낌도 있는 것 같고요. 특히 한국을 상대로 마케팅을 상당히 잘했습니다. 아이언맨 같은 경우도 개봉할 때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한국에 와서 애정을 많이 표현했었고요. 약간 희한한 게 미국에서 히트하는 SF 영화들 중에서 한국에서 히트 못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스타워즈’ 같은 경우. 미국인들은 아주 열광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한국은 시큰둥한데요. ‘어벤져스’ 시리즈는 한국에서 더 열광하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 김혜민> 분명히 이 영화 안에 한국 정서가 있나 봐요? 이번에 아이언맨도 사실 있네요.

◆ 박병률> 있어요. 또 한국 와서 찍기도 했었죠?

◇ 김혜민> 그렇죠. YTN이 있는 상암동에서 찍었죠.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벤져스 안에서 어떤 경제적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풀어주시죠.

◆ 박병률> 어벤져스 마지막이 이번에 나온 엔드게임이죠.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해서 무려 10년간 22편의 영화가 나왔는데, 그 마지막 영화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10년간 나왔던 영화의 주인공들이 다 나온다, 이렇게 보시면 되는데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나온 히어로 전부 몇 명인지 아세요?

◇ 김혜민> 저 모르겠어요. 세보셨어요?

◆ 박병률> 세다가 실패했습니다. 찾아보니까 전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여기에 히어로가 28명이 나왔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러면 아마 이 수준이 아닐까. 원래 인피니티 워에 연결되는 마지막 편이기 때문에요. 추정해보건대 이 영화에도 최소한 28명 이상의 히어로가 나오지 않았나.

◇ 김혜민> 이게 나온 숫자가 없어요?

◆ 박병률> 저도 찾아보다가 포기했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이것을 센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로 많이 나왔단 얘기네요.

◆ 박병률> 이렇게 주연급이 28명이나 나오는 영화, 드물죠.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면 각기 스토리가 있고, 각기 영화가 있거든요. 이것도 솔로 영화들이 다 있죠. 아이언맨, 캡틴 마블, 토르, 다 솔로 영화들이 있습니다. 아주 독특한데요. 엔드게임만 하더라도 엔드게임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했을 때 한 명을 우리가 집기가 힘들죠. 마지막 영화에서도 이렇게 히어로가 많이 나온 이유는 사실은 타노스라는 악당이 매우 강력하고, 이 최강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모두가 나왔다고 설정되어 있는데요. 어벤져스 1편을 보면 6명의 히어로가 나옵니다. 마지막 4편은 20명이 넘게 나오는 거죠. 그렇다면 마지막에 나오는 타노스라는 악당은 첫 번째 나온 악당에 비해서 4배 또는 5배의 힘이 강한 악당일까?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김혜민> 그렇죠. 보통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누군가를 상대할 때 유리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심지어 주인공들은 어벤져스에요. 주인공이 6명과 20명은 큰 차이니까 힘이 당연히 커지겠죠?

◆ 박병률> 힘이 커지는데 과연 4배, 5배 커질까. 인원 수와 비례해서 커질까요?

◇ 김혜민> 절대적으로 그렇지는 않아도 그래도 비례하지 않을까요?

◆ 박병률> 만약 이것을 경제학자에게 묻는다면 타노스와 싸울 때 과도하게 많은 히어로를 동원했다고도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링겔만 효과’라는 게 있는데요. 링겔만 효과라는 것은 집단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성과에 대한 1인당 공헌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 명이 쌀 한 가마니를 든다고 해서 10명이 쌀 열 가마를 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야기인데요. 대표적인 게 줄다리기 게임이 있습니다. 링겔만이 한 번 줄다리기 게임이라는 실험을 해봤는데, 한 명이 줄을 당기니까 약 63kg 정도 당기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 명이 함께 줄을 당기니까 1인당 53kg만 힘을 쓴다는 겁니다. 여덟 명으로 실험을 해보니 1인당 31kg만 당기는 힘이 있다고 하는데요. 즉,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1 더하기 1이 1.5밖에 안 되더라. 이것을 실험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분석을 해봤더니 익명성에 숨어서 최선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깁니다. 줄다리기 한 번쯤 해보셨을 텐데, 줄다리기 하면 내가 당기는지 안 당기는지 모르니까 당기는 척 하고 안 당기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비례해서 힘이 느는 게 아니라 오히려 1/N로 하면 전체적인 힘이 떨어진다, 즉 무임 승차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입니다. 또 다른 실험도 있는데요. 나플렌이라는 학자가 실험을 해봤는데, 실험자는 2명, 3명, 4명, 5명, 이렇게 팀을 구성합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문제를 냈습니다. 이 문제를 누가 빨리 풀 것이냐, 이렇게 해봤더니 5명으로 이루어진 팀의 속도나 3명 팀이 푼 속도나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 김혜민> 우리가 보통 생각할 때는 당연히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사람이 많은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아니라는 거군요?

◆ 박병률> 만약에 한 명이 푸는데 1분이 걸렸다고 하면, 5명이 풀면 20초 만에 풀어야 하는데, 그게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40초 만에 풀었다든가, 50초 만에 풀었다든가, 한 명의 능력과 5명을 합쳤을 때 능력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건데요. 비슷한 것도 많습니다. 창의적인 발상을 해보라고 하면서 팀을 1명, 3명, 6명, 12명으로 만들었더니 나중에 3명과 6명 그룹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지 않더라. 물론 1명과는 차이가 나는데요. 3명과 6명, 3명과 12명 그룹 사이에서는 그렇게 창의적인 발상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말은 무슨 이야기냐면, 우리가 집단 지성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어떤 회의를 할 때 사람이 많으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까? 그렇지도 않을 수 있다는 거죠.

◇ 김혜민> 그렇죠. 저도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고, 방송 만드느라 회의를 하고 이러다 보면 사람이 많다고 해서 좋은 의견이 나오고, 좋은 방송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그 한 명, 한 명의 역량이 얼마나 발현되느냐. 그리고 그게 어떻게 조화가 이루어지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박병률> 맞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업무 영역과 주어진 책임을 어떻게 명확하게 하느냐. 그리고 조직 내에 소통이 얼마나 자유롭고, 동기부여를 해주느냐에 따라서 조직의 힘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사람이 많다고 무조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회의를 해도 그렇죠. 오히려 어떤 경우는 회의를 할 때 사람이 많으면 결론이 더 안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혜민> 그래서 경제 서적, 경영 서적을 보면 조직 관리, 이런 책들이 많은 건가 봐요. 어벤져스 팀 내에서도 히어로들끼리 싸우고, 특히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가치관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싸우고 하잖아요.

◆ 박병률> 아이언맨 시리즈를 보면, 3편이 있죠. 각각 보면 히어로들끼리의 갈등이 계속 나옵니다. 나중에 화해를 하고 나서야 제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집단을 이루게 되면 서로 간섭 효과 같은 것이 생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로운 거래비용이 생기게 되는데요. 우리가 줄다리기를 예로 들면, 다들 열심히 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앞의 사람에 치이는 경우가 생기죠. 그러면 100%의 힘으로 당기지 못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조직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게 되면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모으고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들어가고요. 사람마다 특성이라든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여기서 나오는 인간적인, 감정적인 문제, 이런 것들이 있다 보니까 생각보다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링겔만 효과라는 겁니다. 이 말은 스포츠를 볼 때 최고의 스타들만 모아놓은 올스타 팀은 무조건 다 이길 것 같은데, 의외로 전승할 수는 없습니다. 올스타 팀이 워낙 개성이 강하다 보니까 이 개성을 누군가 조정하지 않는다든가 하게 되면 절대로 무적의 팀은 될 수가 없죠.

◇ 김혜민> 결국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도 히어로들의 헌신, 희생이 성공을 남기는 거잖아요. 힘이 아니라요.

◆ 박병률> 이번에 엔드게임에서 왜 그러면 링겔만 효과가 히어로들에게 나타나지 않았을까. 말씀하신 것처럼 나중에 서로 헌신을 하거든요. 상대를 위해서 희생하고, 자신을 죽이고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모습들을 보이면서 결국은 타노스라는 악당을 무찌르게 되는 거죠. 그게 아니라 내가 히어로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어, 그리고 내가 이 싸움에서 승리를 이끌고 내가 진짜 히어로 중의 히어로가 될 거야, 라고 했다면 타노스라는 적을 무찌르지 못했을 수가 있을 것이고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아까 말씀드렸던 링겔만 효과가 제대로 적용되는 겁니다.

◇ 김혜민> 방송도 그래요. 다 저처럼 마이크 앞에 앉아서 말만 하고 싶어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뒤에서 작가님처럼 원고 써주고, 감독님처럼 큐 잡아주고, 조연출처럼 뒤에서 도와주고, 좋은 인터뷰해주는 기자님 같은 분이 있으니까 우리가 팀으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사실 PD들은 협력하고 하는 것에 굉장히 익숙한데, 기자들은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지 않습니까?

◆ 박병률> 기자들도 팀을 만들어서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영역이 있습니다.

◇ 김혜민> 또 하나의 효과가 있네요. ‘사일로 효과.’ 이것도 아까 말씀하신 링겔만 효과와 비슷한 거예요?

◆ 박병률> 사람들이 많아도 힘을 내지 못하는 또 하나의 경우가 있는데요. 사일로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혹시 사일로가 뭔지 아세요?

◇ 김혜민> 몰라요.

◆ 박병률> 사일로라는 것은 곡식이나 시멘트, 자갈, 광석, 이런 것들을 저장하는 원통형 창고인데, 우리 한 번씩 공장 같은 곳을 지나가다 보면 되게 큰 통 같은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사일로라고 합니다. 사일로는 섞어 넣는 게 아니라 한 통 당 필요로 하는 원료들이 하나씩 들어가는 건데요. 사일로 효과는 부서 간 칸막이로 인해서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여기까지가 내 업무고, 여기는 내 업무가 아니다, 이런 건데요. 우리 일상 조직에서 너무 많이 일어나죠. 어떤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서 소비자한테 팔아야 하는데, 기획 팀과 영업 팀, 생산 팀의 생각이 다르면, 결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죠. 물건이 잘못됐다는 컴플레인이 들어왔는데, 영업이 잘못한 거 아니야? 아니야, 이거 만들 때 잘못된 거야, 아니야 기획 단계에서부터 잘못됐어, 이러면 조직이 돌아가지 않는 거죠. 어벤져스의 경우는 히어로들이 사일로 효과도 극복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어벤져스를 보면 히어로들의 배경이 다 다릅니다. 지구인도 있고, 외계인도 있고요. 그리고 또 일부는 지구에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다른 행성에서 사는 사람도 있는 거죠.

◇ 김혜민> 심지어 동물도 있어요.

◆ 박병률> 맞습니다. 예컨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헐크는 지구인이고, 지구에서 살지만 토르는 신의 세계에서 왔고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팀 같은 경우는 우주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고요. 만약에 어떤 상황이 되어서 나는 지구 문제가 아니니까 손을 대지 않겠어, 한다거나 또 한 쪽에서 이건 우리 세계가 아니니까 안 하겠어, 이렇게 하면 어벤져스 팀이 될 수가 없는 거죠. 그런데 타노스라는 하나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자기의 영역들을 다 포기한 겁니다. 얘네를 무찌르기 위해서 우리가 힘을 합치자.

◇ 김혜민> 그렇죠. 그리고 타노스라는 적을 무찌르려고 하는 목적은 똑같았잖아요.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 그래서 어벤져스네요.

◆ 박병률> 예를 들어서 우리가 좋은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이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영업 팀과 기획 팀과 제작 팀, 심지어 재무 팀까지 하나가 되어서 돌아가야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건데요. 목적은 다 똑같죠. 최고의 물건을 만들자. 그런데 협업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획 팀은 기획만 생각하면 되지, 재무 팀은 돈 문제는 우리 문제야, 이런 식으로 해서는 절대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죠.

◇ 김혜민> 오늘 어벤져스 영화를 가지고 그 안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경제적 논리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하셨지만 영화에서 이렇게 주인공 급이 많이 나오는 경우도 드물고, 심지어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이렇게 재밌고 흥행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까?

◆ 박병률> 보통은 주인공을 많이 내는 것을 꺼려 하죠. 영화가 산만해지거든요.

◇ 김혜민> 비용도 너무 많이 드는데, 그것을 그만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요.

◆ 박병률> 그리고 주인공이 너무 부각되면 스토리가 죽어버립니다. 재미가 없어지는데, 이런 주인공을 많이 낼 때 영화가 망하는 것. 일종의 스토리 구축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경제학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구축 효과라는 것도 한 번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구축 효과는 경제 용어고요. 제가 스토리의 구축 효과가 생긴다고 했는데, 그런 경제 용어를 가지고 빗대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일단 구축 효과라는 것은 경제학에서 보면 재정 쪽에서 많이 쓰는 얘기입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 정부가 투자를 늘렸더니 민간 부분의 투자가 오히려 위축되는 것, 이것을 구축이라고 하는데요. 민간 부분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실제로는 경제 진작이 되지 않는 거죠. 정부는 돈을 썼는데, 돈을 썼으면 경제 부양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민간에서 오히려 투자가 줄어들면서 경기가 살지 않는 것을 구축효과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정부가 시중에 돈을 뿌리기 위해서 채권을 발행하게 되면 시중에 채권 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시중에 금리가 올라가면, 민간이 돈을 빌려서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는데요. 흔히 정부가 재정 투자를 할 때 구축효과를 조심하라고 합니다. 이 의미를 확장하면, 어떤 특정 정책을 폈는데,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의미를 확장해서 쓰는데요.

◇ 김혜민> 그러면 여기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을 많이 투자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벤져스는 재밌었잖아요. 그러면 구축효과가 없었던 건가요?

◆ 박병률> 없었던 거죠. 오히려 어벤져스의 경우에는 우리가 승수효과가 있었다. 이것도 경제 용어인데요. 어떤 하나의 경제적 요인을 넣었을 때 이게 유발, 유발해서 더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말합니다. 재정 쪽에서도 나오고, 대출 쪽에서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정부가 100원을 투자했는데, 이 투자한 100원을 받은 1차 회사에서 쓰고, 1차 회사가 쓴 돈이 2차로 넘어가고, 3차로 넘어가고 하면 실제로 정부는 1억을 풀었는데, 사회 전체에 도는 돈은 10억 원이 도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건데요. 승수효과를 빗대서 풀이하면, 어떤 하나의 능력보다 이게 여러 가지 상승 작용을 일으켜서 몇 배의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면 각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참 재미있게 잘 연결됩니다.

◇ 김혜민> 단지 주인공 수가 많은 게 아니라 그 주인공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구슬처럼 잘 꿰어져 배의 효과를 낫는다는 이야기군요.

◆ 박병률> 아이언맨 혼자, 스파이더맨 혼자, 아니면 캡틴 마블 혼자의 영화도 재밌었지만, 이 영화가 너무 재밌고, 팬들이 영화를 가서 볼 수밖에 없었던 게 각 히어로들의 스토리와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재미를 몇 배 더 배가시켰다는 거죠. 이런 것을 우리가 승수효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 김혜민> 그렇군요. 과거와 달리 최근의 영화에서 이런 여러 명의 주연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극한직업’도 그랬고요. ‘맘마미아’도 그랬고요.

◆ 박병률> 한 명이 주연이 아니라 그 주연급이 여러 명이 나오죠. 그렇게 이끄는데요. 이게 최근의 흐름인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케이팝의 경우도 보면 이제는 팀을 중심으로 많은 가수들이 나오거든요. 이제는 아이돌의 이름을 모를 정도로요.

◇ 김혜민> 그리고 멤버들끼리 또 유닛을 만들어서 하고요. 또 스토리를 만들고요.

◆ 박병률> 우리가 80년대, 90년대만 하더라도 솔로 가수가 많았고요. 팀을 만들어도 3명 이상은 잘 넘지 않았죠. 그런데 지금은 다섯 명, 일곱 명, 열한 명, 열두 명까지 가니까 갈수록 이런 개성을 잘 조합해서 팀의 승수효과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렇게 경제학적으로는 빗대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지금까지 영화 속 경제 이야기 풀어봤습니다.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였어요. 고맙습니다.

◆ 박병률>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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