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경보기 '성능 미달'...기준도 미흡

일산화탄소 경보기 '성능 미달'...기준도 미흡

2019.04.16. 오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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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겨울 강릉 펜션에서 일어난 고등학생들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 사고 이후,

숙박업소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성능이 떨어지고 아직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백종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12월 강릉에 있는 펜션에서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보일러 연통에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된 건데, 경보기가 없어 대피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정부는 이후 숙박업소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경보기 3대 가운데 1대꼴로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250ppm일 때 5분 안에 1차 경보가, 550ppm일 때 1분 안에 70dB 이상의 경보음이 울려야 하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겁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교류 전원형과 건전지 전원형으로 나뉘는데, 국내 판매 제품은 이 건전지형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국내 성능과 안전 기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전지형에 대한 기준이 없다 보니 시중에 팔리는 제품 가운데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보기는 교류 전원형 1대에 불과했습니다.

최저 경보 기준도 외국보다 크게 미흡했습니다.

유럽과 미국은 최저 농도가 각각 50과 70ppm인데, 우리나라는 250ppm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랜 시간 저농도의 일산화탄소에 노출돼 발생하는 중독 사고를 막을 수 없게 됩니다.

[신국범 /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제품안전팀장 : 정부에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경보기에 대해서 적절한 제품인지 조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무화를 빨리 발표한 것 같습니다.]

소비자원은 국내 경보기 성능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고, 주택 구조에 맞는 설치 기준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백종규[jongkyu87@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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