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삼바 쇼크에 역풍 맞은 이재용 체제­...경영 승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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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오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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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삼바 쇼크에 역풍 맞은 이재용 체제­...경영 승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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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 용 범 /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논란이 결국 분식회계로 결론지어지며 2년여를 끌어온 논란이 이제 겨우 작은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아직도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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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에 걸친 승계작업…한 발짝만 남기고 ‘와르르’?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이 이렇게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뭘까요? 이 사태의 출발과 끝이 결국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내엔 많은 계열사가 있지만, 핵심은 ‘삼성전자’입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후자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따라서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키우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그룹 지분을 이 부회장이 이어받는 겁니다. 제일 간단하고 편하죠. 문제는 상속·증여세가 수조 원 넘게 들어갈 수 있단 겁니다. 그래서 결국 지금 벌어진 모든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에 들어갈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삼성가의 편법 증여 논란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첫 단추가 에버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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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체제의 꿈과 희망 '에버랜드'…헐값 전환사채 논란의 시작

시작은 지난 1996년으로 되돌아갑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한 주에 7,700원이란 싼값에 사들입니다. 전환사채는 해당 기업의 주식 1주와 맞바꿀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으로, 당시 에버랜드의 한 주가 8만 5천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결국 이 부회장은 제값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헐값에 사들인 셈이죠. 이건희 회장과 중앙일보 등 기존 주주들이 살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 횡재를 포기한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물려받은 60억 가운데 증여세 12억 원을 내고 남은 48억 원으로 종잣돈을 만들어 이 헐값 채권들을 모조리 사들이며 에버랜드 지분을 30% 넘게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섭니다. 이제 삼성은 이 에버랜드를 축으로 하는, 이재용 체제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합니다.

□ '에버랜드→제일모직' 지주사 위상 키우기…삼성전자 지배력 본격화

에버랜드는 이재용 체제를 위한 사실상의 지주회사였지만, 그래도 회사 자체의 위상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러던 2013년 말 삼성은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떼서 에버랜드에 넘기고 에버랜드의 사명도 아예 제일모직으로 바꿉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은 그룹의 모태 기업인 제일모직의 최대주주(23.2%)로 한 걸음 더 도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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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2% 부족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지분이 미미했고 최대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에도 삼성전자 주식은 없었으니까요.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7.21%), 2대 주주는 삼성물산(4.06%)으로 지배구조의 양대 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은 이미 제일모직이 최대주주(19.34%)였기 때문에 이미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삼성물산이었죠. 따라서 지배구조의 한 축인 삼성물산을 갖게 된다는 것은 말하자면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었습니다. 남은 일은 이제 삼성물산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만 키우면 되는 겁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을 축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밑그림을 완성하면 경영권 승계는 다 끝나는 겁니다. 이후 벌어진 일이 바로 그 유명한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입니다.

□ 덩치 큰 삼성물산과 고평가된 제일모직의 탈 많은 합병

그런데 당시 삼성물산의 자산이 15조 원, 제일모직 자산은 4.7조 원 정도로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가 제일모직보다 3배 넘게 컸습니다. 하지만 정작 둘 간의 합병 비율은 제일모직이 1, 삼성물산이 0.35. 제일모직이 삼성물산보다 3배가량 비싸게 책정된 겁니다. 합병 비율이 자산 가치가 아닌 당시 주가에 연동돼 결정되는데 제일모직은 이재용 체제의 사실상 지주회사라는 기대감에 상당히 고평가됐던 영향도 컸습니다. 당연히 美 헤지펀드 엘리엇을 주축으로 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하며 합병에 반대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무산될 위기의 순간, 칼자루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에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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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국민연금을 찾아가 이 합병 비율이 정당하다는 근거를 제출합니다. 그게 제일모직이 지분 46.3%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풀려진 기업 가치였습니다. 이후 국민연금은 찬성에 표를 던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숙원 과제였던 합병은 극적으로 성사됩니다. 제일모직이 유리한 합병 비율 덕분에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6.5%)가 되며 당당히 삼성가의 주인 자리를 차지합니다.

□ 경영권 완성의 밑그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론에 풍전등화

가치가 부풀려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재용 부회장 총수 체제를 완성해주는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바이오제약 생산을 위해 설립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다 2015년엔 자본잠식을 피하기 어려운 심각한 적자 상태에 빠져있었습니다. 줄곧 영업적자도 면치 못했던 회사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1조 9천억의 흑자를 내는 탈바꿈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이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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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여에 걸친 논란에 종지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A to Z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약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그럼 제약을 개발하는 회사도 필요하겠죠. 이렇게 만든 것이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자회사입니다. 그런데 삼성은 본디 제약을 하던 회사가 아닙니다. 노하우가 있는 파트너가 필요하겠죠. 그래서 합작사를 끌어들이게 되는데, 이 회사가 미국의 ‘바이오젠’이란 기업입니다. 2012년 바이오에피스를 세우고 이후 지분도 바이오로직스가 85%를 갖고 바이오젠은 15% 정도를 나눠 갖습니다.

□ 하루아침에 16배 뻥튀기된 자회사 가치…'자본잠식→우량기업' 탈바꿈

그런데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느닷없이 이상한 회계처리를 합니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의 장부상 가치를 다시 평가해봤더니 3천3백억 원이 아니라 5조 2천7백억 원쯤 된다는 겁니다. 16배에 달하는 가치 상승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불어난 회사 가치보다 회계 기준을 바꾼 이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앞서 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할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 계약을 또 하나 맺었다는 사실을 3년이 지나 슬그머니 밝힌 것이죠. 그것은 바이오에피스의 성장세를 보고 원하는 시점에 지분을 50%-1주까지 사들일 수 있는 권리를 바이오젠에 주겠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이는 주식매수청구권, 이른바 ‘콜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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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회계 기준을 바꾼 건 바이오젠이 이 권리(콜옵션)를 써서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절반쯤 가져갈 것 같으니 이 회사 평가를 다시 해봐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논리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종속회사의 지배력을 상실하면(혹은 그 반대인 경우도 포함) 그 회사의 가치를 다시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죠. 이때 투입에 들어간 비용(장부가액)이 아닌 시장에서 평가받는 금액(공정가액)으로 바꿀 수 있게 됩니다. 투입 금액은 이 회사를 얻는 데 들어간 돈이니까 취득가인 3천3백억 원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시장 가치로 평가하면 미래 성장성까지 따져 넣으니 훨씬 높은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죠. 16배의 가치 차이는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바이오젠에 떼줄 거 계산해서 보니까 에피스의 가치가 5조 2천7백억 원쯤(시장 평가 금액) 나왔는데, 바이오젠에 절반을 떼어주고 나니까 우리 회사 연간 이익이 1억 9천억 원 나오더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를 2015년 회계장부에 써넣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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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 급상승 후 코스피 상장까지…시총 4위까지 '껑충'

정작 바이오젠은 당시 이 권리(콜옵션)를 쓰지도, 쓰겠다고도 한 적도 없었죠. 심지어 바이오젠은 회계 장부상 이 권리(콜옵션)의 가치를 0원이라 적었습니다. 오로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방적인 추론에만 근거해서 이런 회계 처리를 한 겁니다. 결론적으로 부적절한 회계처리였습니다. 물론 미래 성장성이 반영된 시장 가치로 평가한다 해도 모든 회사의 가치가 이렇게 16배나 널뛰기하진 않습니다. 이 같은 가치 부풀리기가 가능했던 두 번째 이유는 신약 허가만 나면 개발비용이 곧 엄청난 매출로 전환되는 바이오제약 업계의 특성 덕분이었습니다. 가능성만 집어넣으면 회사 가치는 막대하게 불어나죠. 이 덕분에 자본잠식이 불가피했던 회사는 단순 숫자놀음만으로 당기순이익 1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우량 회사로 탈바꿈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6년엔 코스피에도 상장하면서 한때 시가총액 39조 원 규모까지 몸집을 키우며 성공 가속페달을 밟습니다.

□ 참여연대·심상정 의원 '고의 분식회계' 의혹 제기

그런데 기쁨도 잠시, 상장된 지 얼마 안 돼 참여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라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쓰지도 않았는데 이를 구실로 회계장부를 고의로 뻥튀기 조작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특별 감리에 착수했고 1년여 만인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고의 분식회계’라는 감리 결과를 통보하면서 논란이 급속도로 증폭합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쓸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합당한 회계 처리라고 맞서면서 최종 판단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 손에 넘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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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는 가장 먼저 바이오로직스가 12년 바이오젠과 콜옵션을 맺었으면서 이를 애초에 공시 안 했는지를 지적합니다. 왜냐면 15년 전까지 외부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온전한 바이오로직스 소유인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언젠가 바이오젠이 반쯤 뚝 떼갈 수 있다는 걸 알면 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자산 가치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던 건데 이걸 공시하지 않은 건 고의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그리고 이를 올해 7월 이 문제를 검찰에 고발합니다.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 분식회계로 인정한 건 아니었죠. 증선위는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하고 다시 쟁점에 대한 논의는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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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내부문건 공개…고의 분식 밝힐 '스모킹건'

그러던 중 결정적인 삼성 내부문건이 하나가 드러납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이 문건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쓰지 않을 걸 삼성 내부에서도 알고 있었고, 회계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는 정황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죠. 결국 증선위는 11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고의로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는 최종 판단을 내리면서 2년 가까이 끌어온 분식회계 논란은 그렇게 일단락 짓습니다. 이 분식회계 판단은 결국 이 부회장 체제를 완성해 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정당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상징적인 결론이었기 때문에 막대한 파장이 예고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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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행정소송 불사"…노심초사한 투자자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폐지 심사에 들어가고 주식 매매도 모두 정지됐습니다. 한때 39조 원까지 치솟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도 증선위 발표를 앞두고 22조 원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증선위 판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증선위 결정에 번복은 없지만 행정법원을 거쳐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기까지 7~8년의 시간이 또 흐를 수 있습니다. 그 사이 투자자 피해와 민사소송도 줄이어질 있습니다.

이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최종 마침표를 찍기까지 삼성과 투자자 모두에게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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