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사각지대 해소'...재원 아닌 의지의 문제

'기초연금 사각지대 해소'...재원 아닌 의지의 문제

2018.11.13. 오후 1:05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 진행 : 김정아 앵커
■ 출연 : 고한석 기자

[앵커]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는 해묵은 논란입니다.

정부는 기초연금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적지 않다며 여전히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데, 정말 그런지, 따져볼 부분이 많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고한석 기자!

기초연금이 처음 도입된 게 참여정부 때였고요, 박근혜 정부에서 2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죠.

기초생활 수급 노인이 기초연금을 못 받는 문제가 본격화한 것도 그때쯤이라고요?

[기자]
네, 기초연금이 참여정부에서 처음 도입됐을 때, 당시 한나라당은 대중영합주의 정책,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죠.

그러나 정작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인 표를 의식해 기초연금을 9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올리겠다고 공약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습니다.

수면 아래 있던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건 기초연금이 대폭 인상된 그때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와 정치권도 이 문제를 알고, 기초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약속도 수차례 했다고요?

[기자]
네, 박근혜 정부는 물론이고,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도 기초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014년 9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보시는 것처럼 노인복지관을 찾아서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해,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를 기초연금 수혜에서 배제하는 것은 형식 논리에 경도된 비합리적 처사"라고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2016년 더불어 민주당도 "최빈곤층 어르신 40만 명에게 실질적인 기초연금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변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앵커]
집권하니까 입장이 바뀐건가요? 왜 공약을 지키지 않는 건가요?

[기자]
더불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에게도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고, 지금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당론으로 추진한 적은 없습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충성 원리를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예산 문제 때문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같은 돈이라면 부양가족 있다는 이유로 지원을 전혀 못 받는 비수급 빈곤 노인들부터 도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앵커]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더 어려운 노인부터 도와줘야 한다는 정부 논리도 일리가 있지 않나요?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복지라는 이름으로 국민 세금을 쓸 때는, 우리 사회 가장 약자부터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는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나머지 70% 노인입니다.

국민을 열 명이라고 가정하면 돈을 네 번째로 많이 버는 노인은 기초연금을 받는데, 정작 가장 가난해서 꼴찌에도 겨우 끼는 기초생활 수급 노인은 못 받는 게 현실입니다.

이걸 재원의 공정한 배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생계 급여 자체를 못 받는 빈곤 노인 문제도 심각해서 대책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가장 가난한 노인과 조금 덜 가난한 노인 사이에서 복지를 저울질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복지 국가'나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포용 국가'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앵커]
그러나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복지 규모 한정 없이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일 텐데요.

[기자]
취재를 해보면, 재원보다는 의지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기초연금을 30만 원까지 올리겠다고 했고, 실제로 이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는 502만 명이고, 기초연금 예산은 9조 2천억 원입니다.

올해 5만 원 올렸고, 앞으로 5만 원 올린다고 가정하면 연간 3조 원이 더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초생활 수급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1년에 1조 3천5백억 원이 들어갑니다.

기초연금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들어가는 돈이 대통령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기획이슈팀 고한석 기자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한석 [hsgo@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