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사라진 대화, 줄어든 임금...초단기 노동의 현실

[중점] 사라진 대화, 줄어든 임금...초단기 노동의 현실

2018.10.26. 오전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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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사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고용 문제, YTN은 최근 고용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우려스러운 변화의 모습을 현장 취재했습니다.

이른바 '알바 쪼개기' 때문에 하루 두세 시간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을, 홍성욱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홍장표 /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장 : 양적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국민의 기대에 비해서 질적으로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지표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설명대로 고용 보험 가입자와 1년 이상 계약맺는 상용직이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고용 시장의 다른 한쪽에서는 열악한 초단기 노동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기자가 3시간 반짜리 택배 회사 초단기 아르바이트에 직접 지원해 봤습니다.

출근하자마자 곧바로 작업에 투입돼 택배 상자를 내리고 또 내립니다.

한 시간 작업 후 조금 쉬나 했더니, 곧바로 청소 지시가 떨어집니다.

근무 시간이 오전 한때에 불과해서 그런지 쉴 시간은 주지 않았습니다.

[택배 업체 관계자 : 쉬는 시간은 라인별로 기사들이 정리하는 시간에(쉬어요.) 그런데 물량이 오늘 같은 날은 막차도 늦게 오고 정리해야 하니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대화가 거의 없어서 동료들과 농담 한마디 나누며 친해질 기회도 가지기 힘들었습니다.

기자도 3시간 반 동안의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 제가 번 돈은 3만 원이 조금 넘는데요.

내일 하루 더 일을 나와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다리가 너무 떨리고 팔과 허리가 너무 아파 일을 더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이 힘들어도,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숙련도가 높아집니다.

따라서 사업주 입장에서도 고용 기간이 짧은 건 비효율적입니다.

그런데도 택배는 물론이고 PC방, 편의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초단시간 노동이 일반화하고 있는 건, 인건비 때문입니다.

일주일에 15시간 넘게 일하면 하루 치 일당을 더 주는 '주휴 수당'을 아끼기 위해 이른바 '알바 쪼개기'가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김상봉 /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사업주 측에서는 14시간 정도만 일을 시키면 되거든요. 아르바이트하는 입장에서는 소득을 올려야 하니까 두세 군데를 돌아다녀야…]

그래서, 안 그래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게는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는 정부 말이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립니다.

[이정엽 /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 (한 주에) 15시간을 안 채운 다음 주휴수당을 안 주는 방법을 업주들이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피부로 와 닿기에는 고용의 질이 그렇게 높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정규직 확대, 임금 인상, 고용 보험 가입 의무화 등 일자리 질 개선 노력에 사각지대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YTN 홍성욱[hsw050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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