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사태에 태양광 설비 제동..."뒷북 대책"

잇단 산사태에 태양광 설비 제동..."뒷북 대책"

2018.09.10. 오전 05:2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태양광 설비로 산사태가 잇따르자 정부가 급경사 지역에는 설비를 짓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임야 수천 곳이 이미 파헤쳐진 터라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락가락 대책에 지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태양광 업계는 업계대로 불만입니다.

이정미 기자가 중점 취재했습니다.

[기자]
태양광 설비 사이로 땅이 깊게 파였습니다.

비바람에 패널 절반 이상이 떨어져 나간 곳도 있습니다.

[이화자 /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 (전에는)안 그랬죠. 산을 이렇게 까니까 물이 내려오니까 넘칠 수밖에 없잖아.]

개발 행위 허가 과정에서 '사전 재해 영향성 평가'를 받았지만, 재해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재해 우려로 개발 허가를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지자체 관계자 : (허가가 안 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없고요. 조건부 가능 이런 식으로 보면 되죠.]

땅만 확보하면 대부분 개발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산사태가 이어지자 정부는 설비 등록 전에 준공검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준공검사는 개발 행위와 시설물 설치가 모두 끝난 뒤 이뤄진다는 점에서, 난개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입니다.

[류지협 / 한려대 건설방재공학과 교수 (부총장) : 준공검사를 안 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태양광 시설에 관련된 사전 재해 영향성 검토 항목 관련한 기술적 항목들이 조금 더 보완될 필요성은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가운데 임야에 설치된 건 7천 5백여 개!

부지 매입 비용이 싼 데다 주민 민원을 피하려다 보니 4개 가운데 1개 이상은 산에 지어진 셈입니다.

정부는 임야 전용 기준을 경사도 15도 이하로 낮추고 지원 비율도 다시 고려하기로 했지만, 이번엔 업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을 곳이 없어지는 건 둘째치고, 설비 투자부터 하고 장기간 조금씩 수익을 올리는 태양광 사업의 특성상 부담만 떠안게 됐다는 겁니다.

[조상우 / 한국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사무국장 : 이렇게 갑자기 규제가 강화돼버리면 더 이상 지을 곳이 없어져 버립니다. 일종의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장기적으로 REC(신재생 에너지 공급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발전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

앞으로 점차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신중하지 못한 정책에 안전성과 수익성도 담보되지 않으면서 친환경 에너지의 보급은 물론 취지마저 퇴색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

YTN 이정미[smiling37@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