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등록 권장→혜택 축소...임대주택 정책 수정 논란

[취재N팩트] 등록 권장→혜택 축소...임대주택 정책 수정 논란

2018.09.03.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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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집주인들에게 주기로 한 각종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불거졌기 때문인데, 1년도 안 돼 큰 정책을 수정하는 거라 시장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강진원 기자!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은데요.

실제는 어떻습니까?

[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인책을 내놨습니다.

집주인에게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의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 양도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이 포함됐습니다.

임대소득세와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도 주어졌습니다.

여기에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지역의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임대사업자의 돈줄은 손보지 않았습니다.

임대사업자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한도의 2배인, 집값의 80%까지 빌릴 수 있도록 둔 겁니다.

이 같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대국민 브리핑에 나서며 대대적으로 홍보됐습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현미 / 국토교통부 장관 (지난해 12월 13일) : 4년 임대는 건보료의 40%, 8년 임대는 80%를 감면하여 (임대주택 사업자의) 부담을 대폭 덜어 주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임대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기로 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당국에 신고된 등록임대주택은 이런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료 인상 폭이 연 5% 이내로 제한됩니다.

임대 기간도 4년에서 8년까지 보장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전세 기간인 2년보다 최소 2배에서 4배나 긴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대책이 나올 당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1,937만 가구 가운데 580만 가구는 민간 전·월세에 의존했습니다.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겁니다.

결국, 정부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등록 임대주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집주인들에게 당근책을 내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까지 시행되자 정부 의도대로 임대사업자는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7월 22만 9천 명이던 민간 등록 주택 임대사업자는 1년 만에 33만 6천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85만 채였던 주택 수도 117만 채를 넘어섰습니다.

[앵커]
등록 임대주택 추이만 보면, 정부의 정책이 목표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문제가 불거진 겁니까?

[기자]
특히, 규제가 느슨한 임대사업자 대출이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일반 실수요자는 집값의 40%까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는 그 2배인 집값의 80%까지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이 같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남는 돈을 또 다른 집을 사는 데 사용한 것으로 정부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부동산카페 등에선 이런 방법들이 퍼지기까지 했습니다.

등록임대 주택이 늘면서 역으로 시장에 풀린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한번 등록하면 최소 4년에서 8년까지 세를 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양도세 중과 등으로 가뜩이나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로 인한 공급 부족은 매도자 우위의 시장을 형성했고, 몇몇 고가로 맺어진 계약이 그대로 시세로 굳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부작용이 있다면 당연히 보완해야겠지만, 불과 8개월 만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 것인 만큼 혼란도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정부의 말을 믿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들은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한번 등록하면 최대 8년까지 세를 줘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까지 싸잡아 투기세력으로 몰아간다는 겁니다.

물론 정부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진화에 나서긴 했습니다.

이미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집주인보다는, 새로 집을 더 사려는 사람의 혜택을 줄이는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시장의 불신이 커지는 분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집주인에 대한 혜택을 줄이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표적입니다.

안정세를 보이던 전·월세 가격이 가을 이사철 이후 뛰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근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투기 세력들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부부합산 연 소득 7천만 원 이상은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이후 맞벌이 부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한발 물러섰습니다.

부작용이 있다면 제때 고치는 건 당연합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처럼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임대사업자 활성화 방안처럼 어느 정도 미리 부작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은 설익은 대책을 서둘러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YTN 강진원[jin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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