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접촉" 北 잇따라 대화 거부...북미 신경전

"무의미한 접촉" 北 잇따라 대화 거부...북미 신경전

2021.06.24. 오후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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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이틀 연속 미국을 향해 담화를 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흥미로운 신호'라는 입장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비아냥을 내놓은 데 이어, 무의미한 미국과의 어떤 접촉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대화 가능성을 차단한 것일지, 아니면 이른바 '밀당'을 하는 것일지, 메시지 진의에 관심이 쏠립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한연희 기자!

북한이 이틀 연속, 미국을 향해 담화를 냈어요? 자세한 내용 먼저 짚어보죠.

[기자]
그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어제는 리선권 외무상이 담화를 냈습니다.

북한의 대외정책 라인을 총괄하는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직접 입장을 밝힌 겁니다.

두 담화 모두, 대화에 나오라는 미국의 요구를 일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평가한 미국을 향해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꿈보다 해몽"이다, 이렇게 비꼬면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이런 말을 했고요.

바로 다음 날, 리선권 외무상이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을 더 강조했습니다.

리 외무상은 김 부부장이 미국의 섣부른 평가와 억측과 기대를 일축해버리는 명확한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일단,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대화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일단, 당장의 대화는 거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담화는 시기적으로 봤을 때, 성김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을 겨냥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성김 대표는 방한 내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세웠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한 언급 없이 "조건 없이 만나자"는 입장을 반복했는데요.

미국이 추가적인 새로운 접근법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것을 바꿔 말하면 미국이 새로운 조건을 제시할 경우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리 외무상은 미국과의 접촉에 대해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는데요.

북한이 '하노이 노딜'로 뼈아픈 경험을 한 만큼,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을 때 움직이겠다, 이런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겁니다.

때문에, 연이어진 북한의 담화는 미국과의 대화를 아예 거부하는 의미라기보다는 미국을 향해 조건 없는 대화만 이야기하지 말고,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 있는 명분을 달라는 촉구의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북한이 다시 미국으로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대북 외교는 여전히 열려 있고 대화 제의에 긍정적으로 호응하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앞서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나온 이후에도, 외교에 대한 관점은 변하지 않았고, 북한과 원칙에 입각한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었는데요.

다만, 외교에 열려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조건 제시는 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습니다.

방한 기간 성김 대표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고, 백악관 역시,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는데요.

북한은 미국을 향해 좀 더 성의 있는 선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하라는 모양새여서 당분간 기 싸움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조속한 대화 재개를 기대했던 우리 정부로서는 아쉬움일 클 것 같은데요.

우리 정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은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 두 개의 담화가 나온 특정 시점과 표현으로 북한의 입장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담화를 통해 밝힌 입장에 대해 하나의 가능성만을 두고 예단, 단정하기보다는 앞으로 북한의 입장을 면밀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는데요.

또, 북미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낸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동안 북한이 담화 등으로 입장을 밝히며 정세를 관리해 온 패턴을 보면, 어떤 하나의 방향으로 정형화하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공격적인 메시지를 냈다가도 정세의 흐름은 계속 대화로 관리하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담화들이 이례적으로 짧았고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이나 구체적인 압박 조치를 담지 않았다는 데 주목하는 견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앞으로 북한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짚어보죠?

[기자]
북한은 최근 중국과의 교류 협력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중 북한 대사는 중국 인민일보에, 주북 중국 대사는 로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어서 북중 우호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고요.

북중 간 대면 외교도 재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당분간은 중국과의 교류협력에 주력하면서 미국과의 대화는 여유를 가지고 준비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YTN 한연희[hyhe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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