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 중사의 생전 육성..."상담관은 안 올 거야"

故 이 중사의 생전 육성..."상담관은 안 올 거야"

2021.06.15. 오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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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강진원 앵커, 박상연 앵커
■ 출연 : 이은의 /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고 이 중사가 아버지와 생전에 나눈 녹취록이 공개가 됐습니다. 관련해서 하나하나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 일단 내용을 보면 국선변호인과 관련해서 답답함을 토로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은의]
사실 양쪽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는 당연히 답답했을 것이고요. 그리고 국선 변호인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하잖아요, 결혼식을. 그러니까 무작정 너는 왜 연락을 안 했어? 너의 개인 연락처를 왜 주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것이 모든 부분에서 합당해 보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데 이 군 내부에서 그동안 피해자 지원을 하는 법무관들이, 국선변호사라고 불리는 그 지위에서 어떻게 업무를 하도록 보통 지침이 내려와 있고 그것들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지를 이 사건이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이 사건 변호사가 특별히 뭘 안 했어요가 아니라 이 사건의 핵심은 통상 국선 변호사들이 이런 정도의 일을 수행했을 거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렇다라고 한다면 지금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계속 힘든 2차 가해에 노출되어 있고 자기가 계속 불안한 상태인데 자기를 지원해 줄 유일한 사람하고 소통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국선변호사 입장에서는 자기가 평소에 하던 대로 했던 거예요.

그러면 군이 봐야 되는 건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타개해야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지, 이런 업무 지침이라든가 업무 매뉴얼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총체적으로 손봐야 되는 걸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겁니다.

[앵커]
국선 변호인 개인의 문제 차원을 넘어서 군 당국의 이런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시네요?

[이은의]
그렇습니다.

[앵커]
또 이런 일이 있을 때는 상담이 중요하잖아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는 게 중요할 텐데 지금 이 모 중사 같은 경우에는 상담관이 병가를 내서 상담을 요청할 수 있었던 곳이 부대 밖의 민간 상담소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은의]
제가 군 사건을 해 보면 군 자체가 있는 위치가 사실 민간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차를 타고 어느 정도는, 10~20분 이상은 기본적으로 나가야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상황들인데 게다가 그런 상담소 같은 곳들이 그런 위치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딱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이 사건도 지금 보면 피해자는 너무 당연한 이상한 상황에 놓여져버린 거예요.

군에서 지금 상담관이 병가를 냈다를 이야기할 게 아니라 이렇게 병가를 낸 경우에 대체인력 투입이라든가 그 운영을 어떻게 했느냐.

왜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되지 않았느냐 이런 것들을 보지 않는다면 이 사건은 이번 사건이 아니라 그냥 계속되는 사건, 수많은 사건 중의 하나가 될 겁니다.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죠.

[앵커]
이렇게 국선변호인뿐만 아니라 성고충상담관의 상담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이런 절박한 심정이 아버지와의 통화에 그대로 담겼더라고요. 그 관련된 녹취를 한번 듣고 오겠습니다.

[아버지 : 변호사가 같이 들어가서 (너의) 입장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중사 : 아버지 지금 그런 얘기까지는 머리 아파. 중요한 얘기만 해 줄 수 있어?]

[앵커]
지금 들으신 것처럼 검찰 피해자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절박한 심정, 그리고 지금 들어서 알겠지만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라고 볼 수밖에 없는 거죠?

[이은의]
저것을 딱 들으면서 피해자가 되게 외로운 상황이구나라는 게 느껴집니다. 가족이 있어서 외롭거나 가족이 뭘 안 해 줘서 외로운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오롯이 감당해야 될 어떤 상황 앞에 놓여 있는데 그 상황이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을 거야 같은 답답함에 처해 있으니까 피해자는 지금 자기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는 이야기들조차도 실은 그런 게 귀에 하나도 안 들리는 거예요.

그냥 중요한 거 그냥 말해줘, 내가 해결하지 못하고 내가 노력했는데도 되지 않는데도 되지 않는 너를 조력할 사람 이런 얘기 나한테 하지 말아줘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저거 저도 이 뉴스 들어오기 전에 들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렇게 말을 할 때까지 저 피해자가 궁지에 몰려 있는 저 심정은 저건 너무 절박한 외로움이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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