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요청했던 4갈래 길..."돌아온 건 절망뿐"

도움 요청했던 4갈래 길..."돌아온 건 절망뿐"

2021.06.15. 오후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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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추행 피해에 고통받다 지난달 스스로 삶을 정리한 이 모 중사.

지난 3월 2일 사건 발생 뒤 군 조직에 끊임없이 아픔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조력은 물론, 따뜻한 관심조차 없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 이 중사가 생전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군내 통로는 크게 4곳.

모두 제 역할을 안 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성추행 사실을 보고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상관들은 사건을 덮는 데 급급했습니다.

회유와 무마, 은폐 등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간부 2명은 결국 구속됐습니다.

[노 모 준위 / '2차 가해 의혹' 상관 (지난 12일) : 한 말씀만 해주시죠. 유족들한테 한 말씀 해주시죠. 피해자한테 미안하지 않습니까?]

[노 모 상사 / '2차 가해 의혹' 상관 (지난 12일) : 무마 혐의 인정하십니까? 왜 피해자를 회유하셨습니까? 왜 은폐하시려고 그러셨나요? 유족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공군 경찰과 공군 검찰 등 군 수사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 중사가 숨진 뒤에야 가해자의 신병과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등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불구속 상태에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 등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법적 도움을 줘야 할 국선변호인도 고 이 중사에게는 힘이 되지 않았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입니다.

제대로 된 면담조차 없었다며,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변호인을 고소한 이유입니다.

[김정환 / 고 이 중사 유족 측 변호사 (지난 7일) : 직무 유기 혐의로 고소하는 건 알려졌는데 묵과할 수 없는 다른 혐의 사실이 있어서 고소에 이르게 됐습니다.]

고 이 중사가 군내에서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었던 공군 양성평등센터도 끝까지 그의 곁에 있지는 못했습니다.

담당 상담관이 중간에 병가를 간 겁니다.

부대 안에서 상담할 사람마저 없어진 절박한 상황, 이 중사의 지친 마음은 지난달 7일 아버지와의 통화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리고 보름 뒤 이 중사는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어서 관련 내용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국방부가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와 부실수사 의혹 관련자 10명을 추가로 소환 조사했습니다.

국방부 감사팀도 업무 보고나 추진 과정에서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100여 명을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김문경 기자!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었는데 계속 수사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방부가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와 감사 상황을 밝혔는데요.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된 20 비행단 군 검찰은 3명이, 15 비행단 부대원 7명은 2차 가해 의혹으로 지난 주말 국방부 검찰단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15 비행단 조사 대상 가운데 일부는 20 비행단에서 전입 온 고 이 중사의 신상을 유포한 의혹과 관련 있는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함께 21명으로 구성된 국방부 특별감사팀은 공군본부와 20 비행단, 15 비행단 등에서 100여 명에 대한 1차 직무감찰을 마쳤습니다.

국방부는 이들을 상대로 업무보고와 지휘감독체계, 피해자 분리보호 조치와 양성평등 업무의 적정성 등을 살펴봤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한다는 게 원칙인 만큼 각 부대 지휘관인 비행단장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인사 조치 대상이 될 수 있고, 수사 의뢰될 사안이 있을 수 있어 감사 결과를 토대로 정밀 분석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공군 감싸기 의혹과 관련해 수사관계자, 지휘 라인, 사건관련자 등과의 상호 연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검찰단은 고 이 중사의 부모를 상대로 2차 가해 의혹을 포함한 고소 사항과 이번 사건 전반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계속 수사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 중사 부모의 진술을 계기로 수사가 더 탄력을 받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국방부에서 YTN 김문경[mk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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