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상징' 등에 업은 윤석열...시대 정신은 아직

'반문 상징' 등에 업은 윤석열...시대 정신은 아직

2021.03.09. 오전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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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 걸겠다" 인터뷰 다음 날 대구 방문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 이후 2년간 머물러
다음 날 총장직 던지며 ’정치 행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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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본격적으로 정치판에 뛰어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반문 진영'을 대표한다는 이미지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선 주자 지지율 1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분석되는데 대선 주자가 갖춰야 할 국가 경영 능력이나 시대 정신을 보여줄 수 있을까에 있어선 아직은 물음표입니다.

이대건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검찰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백번이라도 직을 걸겠다"

윤석열 전 총장이 이 같은 언론 인터뷰를 하고 다음 날 찾은 곳이 바로 대구입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한데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당하고 2년간 있었던 곳입니다.

[윤석열 / 전 검찰총장 (지난 3일) :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입니다. 떠나고 5년 만에 왔더니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실제 총장직을 던지며 '정치인 윤석열'로서의 행보를 예고했습니다.

[윤석열 / 검찰총장 (지난 4일) :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대구 방문, 그리고 사의 표명까지, 3일간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한 셈입니다.

직을 던지자마자 여야 전체 대선 주자 가운데 1위로 단숨에 올라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반대 움직임을 보였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양상입니다.

윤 전 총장은 1년 반 동안 조국을 시작으로 추미애, 민주당 그리고 문 대통령으로 대립 구도를 확대했는데, 이 기간에 '반문 진영' 상징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선 주자로서는 아직 부족합니다.

대선 주자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국가경영능력은 물론이고 촛불 정신을 경험한 대다수 국민을 끌어안을 만한 시대 정신이 아직은 안 보입니다.

윤 전 총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자유민주주의는 검찰 조직 특유의 법치주의에 기반한 것으로 이미 국민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 지 오래입니다.

코로나19 위기 해결 이후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 관련된 분배와 공정 등 시대적 가치를 당장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의미입니다.

[김종인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 5일) : 자기 역량을 최대 한도로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느냐를 홀로 깊이 생각하지 않겠나 생각을 해요.]

4월 보궐선거는 기존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붙는 만큼 윤 전 총장이 그 전에 정치판에 바로 뛰어들긴 힘들어 보입니다.

선거 이후 행보를 봐야 반기문·황교안처럼 반짝 정치인으로 끝날지, 아니면 확실한 야권 주자로 우뚝 설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YTN 이대건[dglee@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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