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입법 공백'...범죄 꼬리표 뗐지만 의료혜택도 못 받아

낙태 '입법 공백'...범죄 꼬리표 뗐지만 의료혜택도 못 받아

2021.01.17. 오전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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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공백…올해부터 낙태죄 '효력 상실'
이제 죄는 아니지만…유지·폐지 방향은 '부재'
'낙태죄 이후' 고민 전무…현장에선 혼란 여전
적정가격 없어 '부르는 게 값'…건강보험도 안 돼
입법 갈래 없는 상황에서 정부도 후속조치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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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부터 임신중단, 이른바 '낙태'가 더는 범죄가 아니게 됐죠.

지난해 국회가 대체 법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한을 넘기면서 얼떨결에 '낙태죄'가 사라지게 된 건데요.

입법 공백에 따라 처벌은 안 하지만, 그렇다고 건강보험 등 통상적 의료 혜택도 제공되지 않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국회는 끝내 낙태를 죄로 규정한 법 조항을 개정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았습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낙태 처벌 조항은 자동으로 효력을 잃었습니다.

낙태가 더는 죄가 아닌 겁니다.

하지만 낙태죄를 유지할지, 완전히 폐지할지 명확한 방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생긴 그저 법 공백 상태인 데다,

이제까지 임신 허용 기간 외에 낙태죄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었던 만큼 현장의 혼란은 여전합니다.

적정 가격이 정해지지 않아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건강보험도 친족 간 임신이나 성폭행 등 제한적인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적용받지 못합니다.

정부가 나서 개선할 문제긴 하지만, 입법부인 국회가 앞으로 낙태를 어떻게 할지 명확히 정해두지 않은 상태에서 선뜻 후속 조치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회에서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여성 운동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우선 낙태가 비범죄화된 만큼, 이제 적절한 의료 혜택도 보장하는 내용의 후속 법안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낙태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근거 규정을 만들고, 임신중단 약물 유통도 돕는 내용입니다.

[권인숙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5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 : 이제 다 합법이 되었기 때문에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건데, 아직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고… 입법의 힘으로 실천돼야 하는 문제가 있는 거죠.]

반대로 낙태죄가 이대로 폐지된 건 아니라며, 지금이라도 낙태 허용 기간 등을 서둘러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법도 없고, 따라서 지원도 없는 총체적 공백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피해를 감당하고 있는 건 결국, 당사자인 여성들입니다.

YTN 송재인[songji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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