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피살 공무원 줄에 묶어 끌고 가다 끊어져 수색"...군, 지켜보기만

단독 "北, 피살 공무원 줄에 묶어 끌고 가다 끊어져 수색"...군, 지켜보기만

2020.09.25. 오후 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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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과 2년여 전인 지난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 합의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남과 북이 함께 노력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전쟁 없는 한반도에 대한 기대가 한껏 커졌습니다.

[김정은 / 북한 국무위원장(2018년 9월 19일) : 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 대통령 (2018년 9월 19일) :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최초의 북측 최고지도자의 방문이 될 것이며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북미 정상의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이상 기류'가 감지됐습니다.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남북 관계에까지 영향을 준 겁니다.

올해 들어선 북한의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군사 행동을 경고하더니 급기야 남북 소통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남북관계는 더 얼어붙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엔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인 우리 국민을 총으로 쏴 숨지게 했습니다.

심지어 시신까지 불태웠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반인륜적 행위를 강하게 규탄하며, 책임자 처벌과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전례를 봤을 때 북측이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어 간 모습입니다.

북한군이 실종된 우리 국민을 발견한 뒤 해상에서 줄에 묶어 이동하다 놓치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 수색 작업까지 벌인 것으로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우리 군은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만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사건 발생을 처음 보고받고 규탄 성명을 낼 때까지 47시간 동안 대체 어떤 지시를 했는지 소상히 밝히라고 촉구했습니다.

국회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우철희 기자!

우리 공무원이 실종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행적이 어느 정도 파악됐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제 군 당국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한 비공개 보고를 했습니다.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가 지난 21일 오전 11시 반쯤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다음 날 밤 9시 40분쯤 총격으로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의 상황에 의문점이 많은데요.

YTN 취재 결과 북한군은 A 씨를 발견한 뒤 북측으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줄이 끊어졌고, 수색하는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군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군이 A 씨를 해상에서 3시간 동안 심문한 뒤 끌고 가다가 줄이 끊어져 A 씨를 놓치자 2시간 정도 수색 작업을 벌였고, A 씨를 찾은 뒤 1시간 정도 보고와 지시를 거쳐 총을 쏴 숨지게 하고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는 겁니다.

지시는 북한 해군사령부가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오늘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 고속단정이 사격했다고 보고받았다면서 북한 해군 지휘 계통에 의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국방위 소속 다른 의원은 과연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북한군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겠냐면서 평양의 지시, 그러니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앵커]
우리 국민이 실종 뒤 총격으로 피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실이 알려지기까지 대체 군과 정부는 뭘했냐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는 거죠?

[기자]
국민의힘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비판을 빗대어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공무원 실종 사실을 최초 보고받은 뒤 규탄 성명을 내기까지를 '47시간의 침묵'으로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공무원이 살해되고, 불타는 동안 한가롭게 아카펠라 공연을 즐겼다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지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의 침묵 사유와 대응 조치 등 진상을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현 정부의 총체적 안보 부실이 낳은 국가적 재앙인 만큼 남북군사합의 폐기도 촉구했습니다.

[김종인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이 사태 진실에 대해 티끌만큼의 숨김없이 소상히 국민께 밝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20일부터 3일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을 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동시에, 오늘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몰아붙였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처참하게 우리 국민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대통령은 평화와 안보 타령만 늘어놨다면서 도대체 북한 앞에만 서면 왜 이렇게 저자세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북한 규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북한의 야만적 만행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어제 국회 국방위에 이어 국회 차원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김태년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야당과 협의해 본회의에서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북한 만행에 대한 대한민국 국회의 엄중하고 단호한 입장과 결의를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이와 함께 국회 외교통일위는 잠시 뒤 전체회의를 열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사건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우철희[woo7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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