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야? 통합당이야?...'말 없는 대변인' 백드롭의 정치학

민주당이야? 통합당이야?...'말 없는 대변인' 백드롭의 정치학

2020.08.02. 오후 10:4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여야 회의실에는 각 정당의 상징색과 정책 의지를 담은 커다란 현수막, 이른바 '백드롭'이 걸려 있습니다.

촌철살인 문구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백드롭은 정치권 기사마다 지도부 뒤로 노출되며 '말 없는 대변인' 노릇을 톡톡히 하는데요.

최근 달라진 정치권 백드롭을, 나연수 기자가 분석해 봤습니다.

[기자]
지난달(7월) 20일,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배경이 더불어민주당의 파란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위에 쓰인 문구,

[진성준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달 17일) :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이미 부동산이 뭐 ….]

논란이 된 여당 의원의 발언을 가져왔습니다.

사흘 뒤에는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뿐일까".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천박한 도시'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자 곧, "서울, 의문의 1패"라는 문구로 바뀝니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그대로 노출되는 '백드롭'을 이용해 부동산과 수돗물 유충 사태 등 정부·여당의 아픈 구석을 재차 상기시키는 겁니다.

[김수민 /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 : 국민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가 충분히 공감대를 넓혀줄 수 있는 메시지가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기발한 아이디어에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호평했다는 후문이지만,

공교롭게도 통합당의 '백드롭' 정치는 과거 김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원장이던 시절 당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활용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쓴소리'를 공모해 '한순간 훅 간다!', '닥치고 개혁' 등의 파격적인 문구로 쇄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의 백드롭은 어떨까.

총선 전부터 줄곧 단정한 이미지로 코로나19와 민생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집권 여당의 신뢰감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코로나19' 글씨만큼은 유독 분홍색을 썼습니다.

부정적 단어에 통합당의 상징색을 집어넣는 '조용한 심리전'을 펼치고 있었던 셈입니다.

YTN 나연수[ysna@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