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군'에서 '창군 주역'으로...현충원에 잠든 친일파들

'황군'에서 '창군 주역'으로...현충원에 잠든 친일파들

2020.06.05. 오전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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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인사 이장 법안 여러 번 발의…매번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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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은 제65회 현충일인데요, 국립현충원에는 한국전쟁 때 전사한 군인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에는 일제강점기 일본 군인으로 항일 운동을 탄압했던 이들도 여럿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천황의 군인이었다가 국군 영웅으로 숨진 이들, 임성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국립서울현충원 장군 제1묘역은 현충원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했습니다.

이곳에 6·25 전쟁 당시 1군단장이었던 김백일이 묻혀 있습니다.

유엔군의 인천 상륙작전이 성공한 뒤, 3·8선을 맨 먼저 돌파한 거로 명성을 드높인 인물입니다.

우리 군은 1군단이 3·8선을 돌파한 날을 국군의 날로 삼아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런 김백일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 토벌 전문부대인 간도특설대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인근엔 '한국 포병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응균이 묻혀 있습니다.

신응균은 광복 전 일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태평양 전쟁 때 오키나와에서 미군과 싸웠습니다.

김홍준·신태영·이응준·이종찬 등 간도특설대나 일본군에서 복무했던 장성들도 서울현충원에 안장돼 있습니다.

대전 현충원에도 간도특설대 출신인 김석범·백홍석·송석하·신현준 4명이 묻혔습니다.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공식보고서 기준으로 현충원에 묻힌 친일 인사는 모두 11명.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기준으로 삼으면 친일 인사 63명이 현충원에 안장돼 있습니다.

이들을 파묘해 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김원웅 / 광복회장 (지난 4월) : 21대 국회에선 친일찬양금지법과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 인사의 묘를 정리하는 법률 제정과 개정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보수 진영에선 한국전쟁 때 나라를 지킨 전쟁 영웅들을 일본군 복무 이력만으로 청산 대상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김진호 / 재향군인회장 : (창군 원로 일부가) 일본군에 복무했다는 자랑스럽지 못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창군해서 북한의 공산화에 맞서는 데 열성을 다해서 공산화를 막았습니다.]

지난달 종료된 20대 국회에서는 친일 인사들의 국립묘지 안장을 막기 위해 국가보훈처장이나 국방부 장관에게 이장 요구 권한을 부여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습니다.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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