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때마다 재발방지 약속...입법은 '나 몰라라'

참사 때마다 재발방지 약속...입법은 '나 몰라라'

2020.05.04. 오후 10: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이천 물류창고 화재 6일째, 여야 지도부가 잇달아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습니다.

대형 사고 때마다 반복된 익숙한 모습인데, 참사를 막기 위한 관련 입법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될 위기입니다.

조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이천 참사 희생자 앞에서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화재 현장을 둘러보며 불이 난 원인도 꼼꼼히 따지고, 법과 제도 손질도 약속합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돼서…. 원래 샌드위치 패널이 이게 불에 잘 타는 건가요? 너무 공사비를 아끼려고 하는 거 아닌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자재 같은 걸 쓸 수 있는 규정 같은 것을….]

미래통합당도 두 번째 방문에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심재철 /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 : 앞으로 이런 일들 발생하지 않도록 잘 좀 챙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똑같은 말만 반복하시는데 불쌍한 영혼들 어떻게 할 겁니까?) 할 말 없고요. 실제 일을 해서 법을 바꾸고 제도 바꾸고, 관행들 바꾸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형 참사 때마다 데자뷔처럼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조문과 재발방지 약속, 그 진정성이 의심되는 건 매번 공염불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 병원에서 잇달아 불이 난 이후, 화재예방 관련 개정안만 47건 나왔지만 처리된 건 고작 3건입니다.

경쟁적으로 법안만 쏟아내고 정작 통과는 나 몰라라 한 건데, 20대 국회를 통틀어봐도 화재 관련 법안 처리는 15% 수준입니다.

특히 지난 2018년 국회 재난안전특별위원회가 반년 간 논의 끝에 화재안전영향평가를 도입하는 내용 등을 담아 만든 개정안은 아직도 관련 상임위원회에 멈춰 있습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이, 기업과 정부에 노동자 안전관리 책임을 무겁게 지도록 만든 이른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역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3년째 계류 중입니다.

대규모 참사를 막는 강력한 예방책들이 이미 만들어져 있지만, 여야의 이해관계 속에 그냥 묻혀 있는 겁니다.

[심상정 / 정의당 대표 : 언제까지 기업의 탐욕에 노동자들의 생명을 제물로 바칠 수는 없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돈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여야는 이천화재 직후, 어김없이 재발방지 대책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핵심 과제는 재난대비 제도 정비라며 노동현장 안전특위까지 발족했고, 통합당과 미래한국당도 법과 제도를 정비해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안전도 빈익빈 부익부다, 이런 자조적인 현실 진단을 넘어 탄탄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확실한 재발방지 입법이 절실합니다.

YTN 조은지[zone4@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