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반환 협의 시작·4곳 즉시 반환"...오염비용 책임 논란 여전

"용산기지 반환 협의 시작·4곳 즉시 반환"...오염비용 책임 논란 여전

2019.12.12. 오전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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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서울 용산 미군기지 반환 절차 공식 개시
정부 "주한미군사령부 대부분 평택으로 이전"
용산기지, 실제 반환까지는 상당한 시일 걸릴 듯
환경오염 정화 기준·책임 놓고 협상 치열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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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미 양국이 폐쇄된 미군기지 4곳을 즉시 반환하고 서울 용산 미군기지 반환 협의도 공식적으로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잘 된 일이긴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오염된 미군기지를 정화하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 측이 떠맡아야 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임성호 기자!

한미 양국이 서울 용산 미군기지 반환 협의를 공식적으로 개시했다고요.

[기자]
네, 어제 오후 평택 험프리스 기지에서 한미 양국이 제200차 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서 용산기지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주한미군사령부 인원과 시설 대부분이 평택 기지로 이전한 상황에서, 용산공원 조성 계획이 너무 지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2004년 한미 양국이 용산기지이전협정을 체결한 이후 15년 만에 용산기지 반환 절차가 공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반환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기자]
반환 절차가 시작되긴 했지만, 실제 반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미군기지 반환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 SOFA 규정에 따라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협상 개시'에 이어 '반환 조건·시기'를 협의하고, '환경 조사·협의'를 거쳐 '반환 승인'이 나야만 기지 정화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용산기지는 지난 1990년부터 2015년 사이에만 기름 유출 사고가 84건이나 있었던 것으로 미 국방부 자료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환경 오염정화 기준과 책임을 가리는 데에도 한미 양국의 긴 협상이 예상되는 만큼, 반환 승인이 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용산 기지 말고 다른 미군기지 네 곳은 즉시 반환되는 거로 양국이 합의했죠? 어떤 곳입니까?

[기자]
모두 네 곳입니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캠프 이글'과 '캠프 롱'.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 경기도 동두천의 '캠프 호비 사격장'입니다.

이곳들은 지난 2009년과 2011년에 걸쳐 폐쇄된 뒤 2013년에 반환 절차 협의가 개시됐지만, 잘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이곳들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에 걸친 환경부 실태 조사에서, 토양 내 유류·중금속 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오염 기준과 정화 책임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기지도 폐쇄된 상태로 방치됐는데요.

해당 지역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는 기지의 오염 확산 가능성과 개발 계획 지연 등을 이유로 정부에 조기 반환을 강하게 촉구해왔습니다.

마침내 정부는 지난 8월 해당 기지 네 곳의 조기 반환 추진 방침을 발표하고 석 달여 만인 어제, 즉시 반환에 미 측과 합의했습니다.

[앵커]
환경 오염 정화 책임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는데, 그러면 즉시 반환되는 기지의 정화 비용을 어떻게 부담할지 정리가 된 겁니까?

[기자]
일단 우리 측이 네 곳의 정화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인천 부평의 '캠프 마켓'에는 773억 원, 강원도 원주의 '캠프 롱'과 '캠프 이글'에 각각 2백억 원과 20억 원, 동두천 '캠프 호비 사격장'엔 72억 원쯤 들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 합하면 천백억 원쯤 되는데요.

정부는 미국 측과 오염정화 책임과 관련해 협의를 지속하는 조건을 달았다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측이 오염 정화와 환경 관리를 시행하며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가다 보면, 미 측의 책임 여하에 따라 일정한 정화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이 기지를 반환하면서 오염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이 있나요?

[기자]
앞서 54개의 미군기지가 반환됐는데, 미국 측이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건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미 측은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지거나 임박한, 실질적이거나 급박한 위험'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상복구 없이 기지를 반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지에서 지냈던 미군들에게 건강상 급박한 위험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데요.

미국은 일본과 독일 등지에 있는 미군기지를 반환할 때도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즉시 반환된 4개 기지에 대해서도, 미국이 오염정화 책임과 관련한 협의만 이어가고 정화 책임은 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한편에선 정부가 오염정화 비용을 떠안기로 한 게 현재진행 중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데요.

이에 대한 정부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어제 정부 합동브리핑에서도 그 같은 질문이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기지 반환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는 무관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오염정화 비용 부담 결정을 통해 우리 측이 주한미군을 위해 간접적으로도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걸 강조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 측이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을 근거로 미국이 SOFA 규정 외의 항목인 주한미군 가족지원 비용과 미군 순환배치 비용 요구를 합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 측의 기여를 설명하는 차원에서 오염정화 비용 부담이 언급될 수는 있지만, 분담금 액수에 직접 포함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통일외교안보부에서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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