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카드 꺼낼까?...저항의 역사

필리버스터 카드 꺼낼까?...저항의 역사

2019.11.26. 오후 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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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의 유승민 의원이 필리버스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죠.

필리버스터는 한마디로 무제한 토론을 말합니다.

거대 정당의 일방적인 표결 절차 진행을 막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지연술'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회에서의 최초 필리버스터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1964년 재선 의원 시절 동료 의원인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던 건데요.

원고도 메모도 없었지만 5시간이 넘는 열변 끝에, 결국 법안 처리를 무산시켰습니다.

이후 군사 정권 때 폐지됐던 필리버스터 제도는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재도입됐죠.

3년 전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 표결 저지를 위한 마라톤 토론을 벌이면서 43년 만에 필리버스터가 부활했습니다.

의원 38명이 참여해 무려 192시간이 넘는 세계 신기록을 기록했죠.

이 가운데 마지막 주자였던 당시 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12시간 31분 동안 발언을 이어가며, 국내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종걸 /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2016년 3월) : 여러분들이 국회에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보여준 필리버스터의 영웅들이십니다. 감사합니다.]

9일 동안 이어졌던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반발하면서 본희의장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하고요.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피로를 호소하기 위해 단상 옆에는 발판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또 현재 청와대 정무수석인 당시 강기정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한 뒤, 필리버스터 도중 눈물의 노래를 부르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를 지켜보는 새누리당에서도 격려의 말이 오갔습니다.

[강기정 /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2016년 3월)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정갑윤 / 당시 국회 부의장(2016년 3월) : 다시 여기서 만나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필리버스터는 이렇게 야당에는 정국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지연 전략일 뿐 실익 없이 끝나기도 합니다.

때문에 보수 야당도 체력적인 한계와 여러 계산을 따져본다면, 쉽게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는데요.

협상을 통한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과연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고심 끝에 어떤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됩니다.

차정윤[jych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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