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주장에 모욕감"...거물 불출마에 정치권 술렁

"기득권 주장에 모욕감"...거물 불출마에 정치권 술렁

2019.11.18. 오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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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불출마 선언 ’86그룹’ 용퇴론 불 당기나?
이인영 "개인 거취 문제보다 정치 구조 혁신"
우원식 "386 기득권 매도, 민주개혁 분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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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월요일 여의도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어제의 당혹감이 오늘은 억울함과 불쾌함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는데요, 국회로 가보죠. 나연수 기자!

어제는 여야 모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어요.

하루 사이 '쇄신론', '용퇴론'에 본격 불이 붙은 것 같은데 정치권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민주당부터 볼까요?

[기자]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인적 쇄신 대상으로 3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과 함께 운동권·80년대 학번·60년대생을 가리키는 '86그룹' 의원들이 거론돼 왔는데요.

어제 불출마 선언은 물론, 제도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표적인 86그룹입니다.

당장 여당 내 '86그룹 용퇴론'이 정치면 헤드라인에 등장하자, 이 그룹에 속하는 우상호 의원이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씁쓸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가 무슨 자리를 놓고 정치 기득권화가 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약간 모욕감 같은 걸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은데.]

우상호 의원은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를 지냈죠.

나름의 역할을 한 것이 기득권으로 거론되는 데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건데요.

역시 대표적인 86그룹으로 분류되는 이인영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인의 거취 문제보다는 우리 정치 문화 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들이 이야기되면 좋겠다면서, 거취에 대한 입장표명을 보류했습니다.

86그룹보다 학번이 앞서는 우원식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요.

학생운동 출신 의원들의 집단적 헌신성은 어떤 정치세력과도 비교할 수 없다며, 이들을 기득권으로 매도하는 것은 민주개혁 세력의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계했습니다.

초선의원들의 공개 발언도 아직 조심스럽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직인 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를 언급하며, 국회가 지금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국민뿐 아니라 의원들도 회의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앵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개인의 거취와 계획만 밝혔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곧장 '86그룹' 거취를 묻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경우에는 직접 당과 지도부를 겨냥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오늘 아침 YTN 취재진이 한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안녕하십니까, 좀비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어제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한국당은 민폐다, 좀비다, 이런 극단적인 표현까지 쓰며 당 쇄신을 요구했죠,

한국당 의원들의 허탈감과 자조가 그대로 느껴지는 아침 인사였는데요.

여기 그치지 않고 김세연 의원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점차 당내에서 불거지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이 한국당 중진 의원들을 접촉해 속내를 들어보니, 한국당이 좀비·민폐라고 욕하면서 여의도연구원장을 유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국당을 탈당했다가 다시 돌아와 놓고 좀비 정당 운운하는 건 자기 모순이다,

보수 분열이 탄핵 때문에 발생한 건데, 그럼 처음부터 탄핵에 반대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지도부도 일단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당 쇄신은 국민 요구이자 시대적 소명이라며, 만일 총선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말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김 의원의 이야기는 충정이라 생각한다며, 원내대표 소명을 다한 후에는 어떤 것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답해 당장의 사퇴나 불출마 선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평소보다 쓴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한국당이 통합도 쇄신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절박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고, 청년 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은 정치권 세대교체 요구가 국민 여론의 80%를 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전해드렸습니다.

나연수 [ysn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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