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초선의 쇄신 요구, 속은 친박 공천 쟁탈전

겉은 초선의 쇄신 요구, 속은 친박 공천 쟁탈전

2019.11.06. 오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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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유한국당의 초·재선들이 약속이나 한 듯 다음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영남권과 서울 강남의 3선 이상 의원을 구체적 대상으로 꼽기까지 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당내 핵심인 친박계가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해 쟁탈전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중진 용퇴론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한국당 중진 의원들이 최고위와의 정례 회의를 위해 모였습니다.

4선의 유기준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했습니다.

본인 역시 중진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이례적이지만, 사실 유 의원은 대표적 친박계 의원으로 총선 공천이 사실상 보장되는 차기 원내대표를 노리고 있습니다.

앞서 영남권과 서울 강남 3구의 3선 이상이라는 구체적 쇄신 조건을 내걸었던 재선 김태흠 의원도 친박계입니다.

[김태흠 / 자유한국당 의원(어제) :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님들께서는 정치에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시기 바랍니다.]

초·재선 의원들이 당내 변화가 필요하다며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기로 한 것 역시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겉으로는 초·재선과 중진 의원들의 싸움으로 비치지만, 속내는 친박계 의원들의 주도권 쟁탈전이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친박계의 영남 지역 의원 비중이 높은 만큼 가만히 앉아 혁신 대상으로 몰리기보다 공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겁니다.

벌써 기 싸움에 밀려 졸지에 물갈이 대상으로 꼽혀버린 비박계 중진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부산 지역 4선인 김정훈 의원은 현역들이 자리를 비워주는 문제에 대해 누가 나가라 마라 할 문제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연일 SNS를 통해 황교안 대표를 공격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도 황 대표와 친박계 의원들을 이니셜까지 제시하며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친박계가 횡포를 부려 당을 망치고 있고, 황 대표 등 현 지도부는 이를 제압할 힘이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결국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가운데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쇄신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당내 신경전은 내년 총선 전까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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