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말 다른 북·미...다시 마주 앉을까

[취재N팩트] 말 다른 북·미...다시 마주 앉을까

2019.10.07. 오전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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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정아 앵커
■ 출연 : 김지선 / 통일외교안보부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북미가 일곱 달 만에 마주 앉았지만,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서로 다른 공방전을 벌이는 모습이올해 초 하노이 회담 직후를 연상하게 하는데요.

향후 전망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선 기자!

먼저 결렬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는데 이번 실무협상에서 왜 진전된 내용이 나오지 못한 겁니까?

[기자]
결렬이라고 단정하기 전에 보면 양측의 얘기가 다릅니다. 결렬을 주장하는 건 북한입니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갖고 나오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김명길 수석대표, 북측 수석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협상장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말이 달라졌습니다. 들어가면서는 미국에서 새로운 신호가 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는데 끝나고는 협상이 결렬된 건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이 말에서 북한이 협상에 만족하지 못한 이유를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가 있습니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 목표를 명시한 포괄적 합의를 원합니다. 다만 이행은 하나씩 단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데는 동의를 했고요. 북한은 서로가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단계적으로 하나씩 주고받는 합의를 원합니다.

미국이 구태의연한 태도를 고집했다는 것은 이 부분이 좁혀지지 않았다고 예상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앞서 북한은 미국의 구태의연한 태도, 이런 말을 썼는데 그런데도 미국은 생산적 토의를 했다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왜 이렇게 양측 입장이 다른 겁니까?

[기자]
사실 이 비핵화 해법에 대한 시각 차는 매우 근원적인 부분입니다. 좁히기도 쉽지 않고요. 또 미국으로서도 북한이 이번에 포괄적 합의에 응해 올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계속해서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한 상황이거든요. 또 하노이 때처럼 좋은 기회는 갖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오히려 요구사항을 더 늘리겠다는 것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협상장에 나오기 하루 전에는 잠수탐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을 발사해서 고강도 도발을 했고요. 결국에는 미국이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협상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이 재개된 것만으로도 성과입니다. 사실 이번 발사로 미국이 협상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있었는데 협상을 계속하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고요.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 대화를 지속할 필요가 더욱 커진 건데요.

가장 좋은 것은 비핵화 합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고강도 도발 중단 상태를 이어갈 수만 있어도 사실 성공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서 시간낭비를 하는 게 미국은 필요할지 몰라도 우리는 필요하지 않다 이렇게 말한 것도 이 부분을 지적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결국 이번 협상에서 그러니까 동상이몽, 서로 기대하는 바가 달랐다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요?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미 모두 각자의 이유로 정상회담은 원하고 또 합의문을 도출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일곱 달 만에 처음 만나는 이번 스웨덴 협상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가 아까 말씀드린 근원적인 해법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징후가 사실 없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그래서 북한은 겉으로는 달라진 셈법을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염두에 뒀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직전에 SLBM을 발사하고 취재진에게 기대한다 이런 말을 한 게 그 징후라고 볼 수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 협상에 나선 건 생각하고 있는 시간표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일찌감치 올해를 시한으로 뒀고요. 북한이 생각하는 최적의 합의 시점이 연말입니다. 미국 대선이 본격화되기 직전에 미국이 북한 이슈를 관리할 필요성이 극대화된 시점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북한은 이번에 이런 미국의 정치시간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명길 수석대표가 협상이 끝난 이후에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 여부가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도 이렇게 압박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거고요. 여기에서 더 수위를 높인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도 나옵니다.

[앵커]
지금으로서는 가장 궁금한 게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부분일 텐데 앞서 북한은 단계적 그리고 미국은 포괄적 합의를 원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 어떻게 해석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지금 북한이 매우 불쾌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 겉으로만 보면 협상이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 2주 후 만남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사를 내비치고 있고요. 연내를 시한으로 거듭 강조를 했습니다.

하지만 기한을 뒀다는 건 어찌 보면 매우 이중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불쾌한 태도에 가려져 있지만 분명히 그 안에는 연말 전에 다시 만나서 얘기를 듣겠다는 의미가 있거든요.

연말, 시한까지 두어 달 앞두고 협상을 재개했고 12월까지는 북한이 이런 식으로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도 이런 전략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교착에 빠졌고 북한이 도발 수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으로서는 대선을 앞두고 북핵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다만 어설픈 합의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이슈를 대선정국에서 어느 정도로 두고 접근할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관리해야 할 이슈가 많아지고 여타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판단이 되면 북핵 이슈 관리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협상 의지가 사라지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와 친분을 쌓아온 북한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어서 연말까지는 석 달 동안 밀고 당기기가 치열하게 전개될 양상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김지선 기자와 북미 비핵화 회담 관련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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