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선거법 단골 손님 '심판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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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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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일] 선거법 단골 손님  '심판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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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심판론'의 역사는 꽤 오래됐습니다. 20년 전쯤 기사에서도 '심판론'이 등장하니 말이죠. 오랜 기간 '심판론'은 야당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정부가 제대로 나라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이 투표로 심판해 달라는 의미였습니다. 여권에서는 그리 탐탁지 않은 단어로 여길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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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젠가부터 여권에서도 '심판론'을 꺼내 들기 시작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2000년 중반 무렵이었던 듯합니다. 늘 제때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 민생법안을 빨리 처리해주지 않는 국회를 향해 정부가 '국회 심판론'을 꺼내 들기 시작한 겁니다. 정치적인 시각에서 보면 하나의 기발한 선거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판론'을 역이용해서 일방적인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오히려 할 일 안 하는 국회에 대한 답답함을 국민이 투표로 표출하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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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청와대가 또 '심판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정당 해산을 청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입니다. '심판론'이라는 단어를 직접 꺼내지는 않았지만, 맥락으로 보면 선거 때 등장하는 '심판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당 해산을 청구할 권한은 정부에 있다, 하지만 이런 요건일 때 가능하니 다른 방법을 제시해주겠다, 바로 선거다. 주권을 가진 국민이 평가해달라.' 표현만 다르지 '국회 심판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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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관련한 단어를 청와대에서 언급하니, 자유한국당은 반발했습니다. 내년 선거를 의식한 선거운동 아니냐고 비난한 거죠. 하지만, 청와대가 이런 글을 올리면서 선거법 유권해석도 안 받았을 리는 없겠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은 예상대로 "문제없다"였습니다. 아직 선거가 한참 남은 상황에서 여야 정당 모두의 해산을 청구하는 국민 청원에 답한 것이고, 특정 세력을 지지한 것도 아닌 만큼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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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는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선거법 위반 홍역을 치른 적이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당시 야당(지금의 자유한국당 전신)이 선거법 위반이라고 반발했고 이를 계기로 탄핵 사태까지 겪었습니다. 반대로 지금의 야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지만,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정부에 협조하지 않았던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고 한 발언, 인천시장에 출마하는 유정복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잘 되길 바란다"고 한 발언은 모두 선거법 위반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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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설명에 따르면, 3가지가 기준이라고 합니다. 시기와 주체, 내용 3가지를 기준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인지를 확인한다는 겁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사례를 종합적으로 보면 선거가 많이 남은 상황에서 특정 세력을 지지하는 표현이 없는 발언이라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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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과거와 달리 여권을 웃게 하고, 야권을 부글부글 끓게 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대가 변하면 판단이 더 까다로워지는 때가 올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지금까지도 선관위가 늘 특정 정당에 유리한 판단을 내린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심판론'을 앞세운 이번 설전에선, 바람직한 방향이냐 아니냐를 떠나 청와대의 전략이 좀 더 영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내년 선거를 정말 의식한다면 야권도 좀 더 영리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말이죠.

##이정미 [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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