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여성운동가와 야당 정치인의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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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1. 오후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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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178-1번지.

김대중 이희호, 나란히 걸린 부부의 문패.

서로에 대한 존경심과 사랑이 담겨있던 이 문패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던 신여성, 이희호 여사와 부인과 사별한 채 셋방살이하던 정치 재수생 김대중 전 대통령.

두 사람은 첫 만남 때부터 이상하리만큼 말이 잘 통했습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의 첫인상을 핸섬한 멋쟁이, 김 전 대통령은 이 여사를 이지적 눈매를 지닌 활달한 여성이라고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결혼까지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주위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여사는 "서로가 공유한 꿈에 대한 신뢰가 그와 나를 동여맨 끈이 되었다"며

1962년 5월, 김 전 대통령과 평생 동행을 자청했습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정치 행로와 함께한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납치와 구금, 사형선고, 미국 망명과 가택 연금 등 정치 혹한기를 함께 견뎌내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네 번의 도전 끝에 이뤄진 대통령 당선과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이 여사의 조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도 "수많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도록 힘을 준 것도 아내고, 제가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을 때 힘과 능력을 주었던 이도 아내"라며 이 여사를 추켜 올렸습니다.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김 전 대통령은 마지막 남긴 일기에서 '아내와의 사이가 최상'이라며 아이처럼 행복해하기도 했는데요.

그리고 마침내 생을 마감하는 순간 이 여사는 이 편지를 남편의 품에 영원히 안겼습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사는 이제 평생의 동지, 김 전 대통령 곁으로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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