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해산 청원' 북한이 배후?

'한국당 해산 청원' 북한이 배후?

2019.05.03.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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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자가 급증하자 일각에서 '조작설'이 나왔습니다.

북한이 배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흔히 떠도는 음모론이 아니라 제1야당 한국당, 그것도 지도부에서 내세운 주장입니다.

실체를 따져보겠습니다.

발단은 엉뚱한 곳에서 비롯됐습니다.

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하나가 시작이었습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화요일 오전, '청와대에 접속하는 트래픽의 14% 정도가 베트남에서 발생했다'며 청와대 청원 수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한국당 해산 청원 동참자가 급증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이 최고위원의 페북글에는 한국당 언급이 전혀 없었고 베트남 얘기도 3월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를 '한국당 해산 청원 조작설'로 연결지었습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한국당 해산 청원 인원 중 14만 명 이상이 베트남에서 접속했다며 이른바 매크로 조작을 의심했습니다.

정의장은 국민청원이 100만 명을 돌파한 날 오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청와대가 '가짜뉴스'라고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원 참여가 급증했던 29일 기준으로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자를 지역별로 확인한 결과 국내가 97%였고 베트남은 0.17%에 그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이준석 최고위원도 청와대 설명과 제시된 통계를 신뢰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당이 자신의 페북글 내용을 임의로 변질시켜 인용했다며 '베트남 접속 14만명'이라는 가짜 이야기가 나왔는지 한국당에 물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청와대가 데이터를 제시하며 반박했고 처음 의혹 제기 과정의 오해도 해명됐지만 한국당은 오히려 북한 배후설까지 거론했습니다.

먼저 지난 1일 한국당 최고위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이 하라는 대로 대한민국 내부에서 하는 일이 있는가 보다"며 배후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정용기 정책위의장도 북한 배후설을 되풀이 했습니다.

정의장은 어제 YTN 라디오에 출연해 매크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도로 청원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그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습니다.

한국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 매체가 청원이 올라오기 나흘 전에 '한국당 해체가 민심'이라는 논평을 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의 논평에 17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놀아나거나 극소수가 북한에 동조하고 조직적으로 숫자를 부풀렸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이 정도 근거를 가지고도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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