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동상이몽'...성과는?

김정은-푸틴 '동상이몽'...성과는?

2019.04.26. 오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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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년 만에 손을 맞잡은 북-러 정상, 서로의 필요에 따라 만났지만, 속내는 각기 달랐죠.

이번 회담에서 성과는 무엇이고 앞으로 비핵화 협상의 전망은 어떻게 될지,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강정규 기자, 먼저 북한 입장부터 살펴보죠.

이번 회담, 하노이 북미 담판 결렬 이후에 열린 회담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이것과 연결짓는 시각이 아무래도 무게가 많이 실렸죠.

그런데 어제 회담에서 나온 발언만 놓고 보면 충분히 얻지는 못했다, 이렇게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어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하면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입장이 같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통해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주고 받아야 한다는 북한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던 것과 대비해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러 회담 직전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 특별대표가 러시아로 날아가서 대북 제재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한 걸로 전해졌죠.

결국 러시아가 미국의 편을 들어준 셈인데요.

어제 정상회담에서 나온 푸틴 대통령의 발언 직접 들어보시죠.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유사한 입장이고, 핵 비확산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이 같습니다.]

[앵커]
반면 러시아가 챙긴 것은 무엇인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서 러시아는 한반도를 비롯한 극동 지역에서 좀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6자 회담을 언급한 것도 이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풀이할 수 있겠죠?

[기자]
지난 2005년 6자회담을 통해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습니다.

역대 비핵화 합의 가운데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간 것으로 평가되는데요.

그 첫 이행 방안을 담은 게 이듬해 2.13합의였습니다.

여기에서 5개 워킹 그룹을 나눴는데 러시아가 다자 안보 분야의 의장국이었습니다.

어제 푸틴 대통령이 과거 6자 회담과 다자 안보를 선호한다고 언급한 건 러시아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죠.

무엇보다 푸틴의 이 같은 발언은 6자 회담 재개 전망을 묻는 기자회견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답변 내용도 어제 회담에서 실제 6자회담 복원 문제가 논의됐다는 뜻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는데요.

실제 어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나 북한 매체들의 북러 회담 관련 보도에서도 6자회담에 대해 논의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6자 회담은 일단 외교차관급 회의체였습니다.

남북미중, 이 4개국에 이어서 러시아와 일본까지 협상테이블에 참여하는 주체도 많고요.

그 기본 성격도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대신 중국에 북핵 문제 해결을 떠넘긴 측면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 특히 미국 정상과 어렵게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 지금의 상황을 버리고 6자 회담으로 돌아갈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지난 1년간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돌이켜 보면 북미 양자 담판 중심에 우리나라가 중재하고 중국이 살짝 발을 담그는 정도였는데요.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무역 갈등으로 표면화된 미중 간 패권 경쟁에서도 현재까지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화의 판 자체가 기울었다, 이렇게 판단하고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나온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서도 이런 의도가 녹아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김정은 / 북한 국무위원장 : 초미의 관심사 되고 있는 조선반도와 지역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으로 정세 관리하는 데 대해 심도 있는 의견 나누고…]

[앵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의 음성 들어봤습니다.

어제 회담에서는 북러 간 철도에너지 사업 등 경제협력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그동안 대북제재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이게 실효성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기자]
어제 확대회담 배석자들을 보면 러시아는 교통부 차관과 철도공사 사장, 에너지부 부차관 등 경제 인사가 대거 포진했습니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UN 대북 제재 결의를 어겨가면서 경협을 추진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외교 무대에서 푸틴의 극동 개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의전 정도로 풀이됩니다.

이런 점은 북한 측 배석 인원을 보면 더 분명해지는데요.

김정은 위원장 양 옆에는 리용호와 최선희, 외무성 라인만 배석했습니다.

제재 완화 없이는 러시아와 경제 협력이 어렵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어제 경협 논의는 실질적인 것이었다기보다 이미 과거에 나온 남북러, 혹은 북러 간 철도 에너지 협력 구상을 재차 환기시키는 정도로 봐야 합니다.

다만 당장 북한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인 노동자 해외 파견 연장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입니다.

현재 러시아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북한 노동자들은 약 1만 3000명입니다. 원래는 3만 명이었다가 대북 제재 때문에 줄었는데요.

그나마 12월까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 회담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예외조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결국 북한은 제재 장기화에 대비해 중국의 수혈로 부족한 부분을 러시아를 통해 메우는 정도의 성과를 얻어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그럼 종합을 해 보면 동상이몽 속에서 서로 얻을 것을 얻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보기도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전략적 선택을 압박하고 나선 면도 있었죠?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러 정상회담 직전 인터뷰를 했는데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을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이어 지금의 비핵화 협상 판이 깨진다면 앞으로 경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사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되는데요.

최근 미국이 지중해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펼친 것도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앵커]
강정규 기자와 어제 있었던 북러 정상회담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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