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가 투기인가...후보자들의 '내로남불'

투자인가 투기인가...후보자들의 '내로남불'

2019.03.20. 오후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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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음 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의 '내로남불'식 말과 행동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한 장관이 되더라도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인사검증팀 최아영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금 가장 논란이 되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부터 살펴보죠.

현재 '갭 투자'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여 있지 않습니까?

[기자]
'갭 투자' 개념부터 먼저 짚어보면요.

'갭 투자'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6억 원인 주택이 있는데, 전세가가 5억 5천만 원이라면 전세를 주고 5천만 원으로 집을 사는 방식입니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전세금을 올리거나 아예 매매해 가격이 오른 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요.

최 후보자의 부인은 지난 2005년 잠실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3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지만, 줄곧 세만 주고 한 번도 거주한 적은 없어 '갭 투자'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건데요.

게다가 현재 실거래가는 대략 13억 원 이상으로 뛰었는데, 지금 집을 팔더라도 확실한 시세 차익을 거두는 셈입니다.

[앵커]
그런데 최 후보자, 오히려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는 '갭 투자는 시장을 어지럽힐 수 있다'고 지적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래서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 내용을 살펴보면요.

부동산 '갭 투자' 방지 대책을 묻는 질문에, 갭 투자는 주택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부동산 대책과 맞물려 투기 수요 억제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는데요.

후보자를 둘러싼 부동산 논란과는 배치되는 말들이죠.

또 장관직을 맡게 된다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 관리를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한때 3주택자였던 최 후보자가 과연 '실수요자' 중심 정책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도 청문회에서 따져볼 대목입니다.

[앵커]
이번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짚어보죠.

지명 때부터 영화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명 철회 요구까지 나오고 있죠?

[기자]
박 후보자 이력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박 후보자는 지명 직후까지 5년 동안 CJ E&M의 사외이사를 지냈는데요.

CJ E&M, CJ 계열의 미디어 업체로 영화 배급과 상영을 겸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현재 영화계에선 이렇게 기업이 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하다 보니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은데요.

실제 지난 2017년 통계를 보면 상영과 배급을 겸하는 CJ와 롯데, 메가박스가 전국 상영관의 92%, 매출액의 97%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사실상 이해당사자나 다름없는 CJ 사외이사라는 점이 문제가 된 겁니다.

[앵커]
여기에 대해 박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설명하겠다고 하면서도 "공정한 영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렇게 밝혔죠?

[기자]
영화계의 반발이 거세다 보니 이렇게 입장문을 낸 건데요.

현재 영화계는 청와대 앞에서 박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노숙 농성과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내용 한 번 들어보시죠.

[이 은 / 반독과점 영화인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관련 대기업에 가서 사외이사를 한 게 부도덕하다고 보고 있고요. 더해서 그 기업을 위해서 일하던 분이 다시 문화부 장관이 된다는 것이 국민 정서상 납득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이에 박 후보자는 그동안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성 확보와 공정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해왔다고 해명했는데요.

또 중소영화제작사를 위한 개선방안을 국회에 제안해 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박 후보자가 CJ 이사회에 참석해 한 번도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없었다며 스크린 독과점을 해결할 의지가 있을지부터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에 청문회 '저격수'란 별명을 가진 박영선 후보자도 '내로남불' 논란에 입니다.

본인이 지적했던 내용을 이제는 해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거죠?

[기자]
야당 시절 박영선 후보자 청문회에서 날 선 비판으로 '낙마왕' '저격수'라고 불리기도 했죠.

지난 정부 시절 열린 긴급 현안질의 모습 한 번 보시죠.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2016년) : 조윤선 장관의 씀씀이 유명하죠. 연간 5억. 문체부 장관 되기 전에 여성부 장관 시절에는 연간 7억 5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씀씀이를 지적하던 박 후보자, 이제는 본인의 씀씀이를 해명하게 됐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박 후보자 부부의 합산 소득은 33억 원입니다.

하지만 신고한 재산 증가액은 9억9천만 원이어서 23억 원이나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과연 23억 원을 어디에 썼는지, 해마다 4억 6천만 원을 사용한 건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박 후보자는 33억 원은 세금 내기 전 소득이라면서 실소득은 그보다 적다고 해명했지만, 후보자들의 '내로남불' 논란은 다음 주 청문회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저희가 짚어드린, 인사검증팀 최아영 기자가 짚어드린 이 부분을 중심으로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청문회를 보시면 쟁점이 잘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최아영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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