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엽의 세상읽기] 목포 원도심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송태엽의 세상읽기] 목포 원도심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2019.01.28. 오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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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엽의 세상읽기] 목포 원도심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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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원도심에 위치한 목포근대역사박물관

27일 유달산 정상에서 본 다도해는 아름다웠다. 화장실이 없어 뛰어내려왔던 30여 년 전과 달리, 정상 근처에 근사한 화장실도 2개나 있었다. 상반기 중에는 총연장 3.2km의 해상케이블카가 개통돼 유달산과 목포항, 목포대교를 하늘에서 조망할 수 있게 된다. 손혜원 의원 덕에 유명해진 만호동, 대의동, 유달동 일대의 목포 원도심이 바로 그 아래 놓여 있다.


[송태엽의 세상읽기] 목포 원도심은 바람 앞의 등불이다

▲ 유달산 정산에서 내려다본 목포 원도심

일본영사관과 동양척식회사 건물에 들어선 목포근대역사박물관 1·2관, 조선내화 이훈동 회장이 보존한 일본식 정원인 ‘이훈동 정원’, 조선 문인화의 보물창고 성옥 기념관, 일제가 호남의 쌀 공출을 위해 뚫었던 국도 1호선 기점비, 이난영과 유달산, 그리고 항동시장 주변의 그 많은 맛집들. 이정도만 해도 관광지로서 나무랄 데 없는 요소를 갖춘 것인데, 더 좋은 건 KTX가 다니는 목포역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는 거다. 과연 손 의원의 안목이 뛰어나다 아니할 수 없다.

목포 원도심은 개항 이후 일제가 개펄을 메워 만든 신도시다. 오거리를 중심으로 요즘 기준으로도 사통팔달 내부가 이어져 있다. 1990년대 하당지구, 2000년대 남악 신도시 건설로 주민이 빠져나가 쇠락했지만 역사문화 공간으로서의 잠재력은 전주의 한옥마을 못지않다. 1977년부터 한옥보존지구로 묶여 있던 전주시 교동 일대와 달리 이곳은 아무런 개발제약이 없다. 이곳에 앞으로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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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혜원 의원 조카 등이 매입한 목포 창성장 게스트하우스

목포 지역 활동가들은 걱정이 앞선다. 외지인 부동산 소유 비율이 60%를 넘어선 한옥마을처럼 될까봐서다. 지금의 한옥마을은 1990년대 말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몇몇 청년들이 고인이 된 이동엽, 박양규 선생 등 향토문화인들과 함께 시작한 지역문화운동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말부터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부동산이 급등했다. 10여 년 전보다 10배는 뛰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때의 청년들은 대부분 한옥마을을 떠났다. 초기에 팔고나간 주민들은 억울하고, 나중에 들어오려는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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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 근대역사문화관에 전시된 일제 시대 목포 거리

목포는 더 위험하다. 도시재생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명해져 버렸다. 한시라도 빨리 제도를 정비하고, 건물주를 설득해야 하며, 동시에 지역의 역량을 끌어 올려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지자체가 건물주의 장기 신탁을 받아 건물을 고치고 활용하고 수익을 나누는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건물주들은 장기적으로 공공개발이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전주를 보라. 버티면 10배 오른다.) 기획력과 공간 활용의 전문성을 가진 지역 인재들을 키우고 참여시켜야하는데 부족하면 외부에서 끌어와 목포 시민을 만들면 된다. 손 의원의 조카들이 여기에 해당되면 좋겠다.

하지만 이것들은 희망사항이다. 이런 방향이 잡히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목포시가 즉각 거래허가제 등 매매제한을 위한 행정조치를 해야 할 이유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불만은 다른 혜택으로 보상해야한다. 손혜원은 이제 잊어버리고 목포를 구하자. 목포 원도심을 목포인에 의한 목포인의 도시가 되도록 잘 만들어서 전국의 또 다른 목포들을 살리는데 모범사례가 되도록 하자.

송태엽 해설위원실장[tay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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