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소득주도 성장은 옳다, 성공하려면 속도 더 빠르게”

이정우 “소득주도 성장은 옳다, 성공하려면 속도 더 빠르게”

2019.01.16. 오후 9:0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정우 “소득주도 성장은 옳다, 성공하려면 속도 더 빠르게”
AD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9년 1월 16일 (수요일)
■ 대담 :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님


이정우 “소득주도 성장은 옳다, 성공하려면 속도 더 빠르게”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3년 차 맞은 문재인 정부, 경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혁신’과 ‘포용’이라는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선 기대와 더불어 우려도 여전한 것도 사실이죠. 왜 ‘혁신’이고 ‘포용’인지, 보수진영의 주장처럼 소득주도 성장은 폐기되어야 할 정책인지, 지금부터 이분과 함께 경제 정책 방향의 큰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한국장학재단 이정우 이사장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님(이하 이정우)>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네, 반갑습니다. 오늘 우리 방송을 위해서 멀리 대구에서 올라와 주셨는데요. 새해니까 우리 청취자 여러분들께 덕담 한마디 부탁하고 시작하겠습니다.

◆ 이정우> 새해가 밝았는데, 지금 그렇게 분위기가 밝지는 못합니다. 미세먼지도 심하고, 무엇보다 경제가 너무 어려워서요. 경제 민생이 지금 바닥인데, 대단히 살기가 참 고달프고, 특히 서민들이 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을 잘 세워야 할 것 같고요. 대단히 중요한 시기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히 의지가 강하고, 열심히 일하고, 근면한 민족으로 아마 세계 1등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어렵지만 이 위기를 잘 극복해서 좋은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이렇게 보고 조금 힘들더라도 잘 참고 견뎌주시기를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이동형>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다는 말도 있기는 합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해외여행 가는 숫자라든가, 백화점 소비 지출을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된다. 이 문제가 심각한 것 같은데요. 최근에 ‘국가부도의 날’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는데, 결국 지금의 이 양극화 문제는 IMF의 산물이다. 동의하십니까?

◆ 이정우> 상당히 맞습니다. 한국 불평등이 지난 20년 동안, IMF 사태 이후에 굉장히 높아졌거든요. 그래서 IMF 사태가 낳은 결과, 그것 때문에 시장 만능주의라는 것이 미국에서 수입됐고, 그 결과로 불평등이 굉장히 심해졌다, 이렇게 봐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이렇게 봅니다.

◇ 이동형> 참여정부에 계셨었는데, 보수 진영에 있는 분들은 참여정부 때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이렇게 말하거든요?

◆ 이정우> 그런 지적을 많이 받고, 참 아픈 지점인데요. 그것은 참여정부가 취한 정책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설명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한데요. 사실은 참여정부가 복지 예산을 최대로 늘렸고, 역대 최대로 높습니다. 또 여러 가지 새로운 복지 정책도 도입했고, 예를 들어서 보육, 육아에 대한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노인들을 위해서 요양제도를 도입하고, 등등. 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추세라고 할까요? 그전부터 받아온 추세가 있기 때문에 그 추세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따라서 양극화를 줄이기는 못 했죠.

◇ 이동형> 그런데 어쨌든 문재인 정부도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 굉장히 노력하겠다는 얘기도 대통령이 했고요. 그렇게 하려고 할 텐데, 현실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이 양극화 해소 방안, 뾰족한 수가 있을까요?

◆ 이정우> 저는 소득주도 성장이 그것을 위한 아주 적절한 대책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분배 정책인 동시에 성장 정책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분배 개선을 통해서 성장을 가져온다는 새로운 개념인데, 아주 올바른 방향을 잘 잡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효과가 없고, 지표가 나쁘고 하느냐가 문제죠. 저는 그 방향은 옳고 한데, 다만 그 정책의 추진 수단 선택에서 적극성이 조금 부족했고, 그런 점에서 아직 효과가 없다고 보고요. 획기적으로 그쪽 정책을 더 늘려나가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

◇ 이동형> 그러니까 결국은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서 경제 선순환 효과를 내야 한다, 이 말씀인 것 같은데요. 정부는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요.

◆ 이정우> 모든 경제 정책은 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차가 1년, 2년, 빠른 것은 6개월, 이렇게 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기다림은 늘 필요한 겁니다.

◇ 이동형> 그런데 보수진영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실패했으니까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로 진보주의자들은 방금 교수님 말씀처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속도조절론이니 하면서 뒤로 후퇴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또 반대하고 있단 말이죠.

◆ 이정우> 맞습니다. 그런 두 가지의 아주 반대되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틀렸으니까 폐기해야 한다는 보수 쪽의 목소리가 크지만, 그것은 틀렸다. 폐기하면 큰일 납니다. 절대로 안 되고. 진보 쪽의 목소리, 소득주도 성장을 지금까지 너무 소극적으로 하고, 느리게 했으니까 더 빨리 속도를 올려야 한다는 그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이동형> 장하준 교수가 경향신문하고 인터뷰를 했던데, 복지 재정을 더 늘리고,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 교수님이랑 이야기가 일맥상통하는 것 아닙니까?

◆ 이정우> 그 점에서는 저하고 생각이 비슷합디다. 제가 그것을 읽어봤는데요. 적극적인 재정을 펴고, 복지 예산을 대폭 늘려라 하는 데 저는 전적으로 찬성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예를 들어 보수적인 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하죠. 한국의 지금 복지가 너무 과잉이다, 헤프게 퍼주기를 한다, 그래서 경제 망한다, 이런 위기론을 많이 펴는데, 그것은 틀려도 한참을 틀린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복지는 OECD에서 평균에 훨씬 미달하고요. 어느 정도 미달하냐면, 절반 정도밖에 안 합니다, 우리가 OECD에 비해서. 평균의 절반이고.

◇ 이동형> 복지 지출이?

◆ 이정우> 네, 복지 지출이. 그래서 한국의 복지 지출을 OECD 평균까지 높이려면, 평균으로 만들려면, 1년에 100조 원을 더 복지에 쓰면, 평균이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복지가 너무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까 서민들이 살기가 어렵고, 노인들이 살기가 어렵고,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이 안 되는 겁니다. 돈이 밑에서 돌아야지, 소득주도 성장이 일어나는데, 돈이 돌지를 않으니까 악순환에 지금 빠져있는 것이죠.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을 속도조절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속도를 더 빠르게 해야 하는 겁니다.

◇ 이동형> 그럼 복지재정을 늘리고, 소득주도 성장을 더 가열차게 하고, 그렇게 되면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판단하시는 거죠?

◆ 이정우> 두 마리,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인데요. 분배가 개선되고, 경기가 좋아지고, 성장도 좋아집니다. 그러면 일자리도 따라오죠. 그러면 여러 가지 문제가 지금 꼬여있는데요. 분배도 좋아지고, 성장과 일자리가 다 좋아지는, 그런 결과가 오는데 다만 이것은 하루아침에 그냥 기적처럼 오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마 한 빠르면 6개월, 길면 한 1년, 2년 정도 시차가 필요할 겁니다.

◇ 이동형> 청취자님께서 “자영업자 것 빼앗아서 알바들에게 주는 게 어떻게 성장입니까?” 이렇게 반문했는데, 결국은 교수님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렇게 아르바이트생들이나 노동자들 주머니로 돈이 많이 들어가면, 그 돈이 결국은 다시 이렇게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러면 이게 선순환이 되는 것 아니냐, 이 말씀인데요.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 이정우> 방금 그분의 말씀은 제가 보니까 최저임금 많이 올려서 알바생은 좋아지지만, 소상공인들은 어렵다는 그런 말씀인데, 그 점은 맞습니다. 그 지적이 맞고요. 그래서 저도 최저임금 인상은 과도했다, 이렇게 봅니다. 너무 많이 높아졌고요.

◇ 이동형>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렸다?

◆ 이정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린 것이죠. 두 해 연속 너무 많이 올린 것이 맞고, 조금 천천히 갔어야 한다고 보고요. 그리고 일자리 안정 자금이라는 방식으로 3조 원의 돈을 풀어서 소기업, 영세기업들에게 그것을 채택하도록 한 것. 그것도 너무 방식이 잘못된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봅니다.

◇ 이동형> 우리가 복지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야당, 특히 보수 야당에서는 복지로 퍼주다가 경제가 파탄 난다, 이런 구호를 계속 외치고 있단 말이죠.

◆ 이정우> 그게 전부터 우리나라 보수 야당의 제일 큰 문제가 그겁니다. 복지라고 하면, 퍼주기, 포퓰리즘, 이렇게 딱지를 붙이는데, 그 말만큼 틀린 말이 없고요. 그것 때문에 나라가 이렇게 어려워진 겁니다, 사실은.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이 복지를 안 하고, 자꾸 토건 예산 많이 쓰고, 이렇게 하다가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졌고, 저출산 고령화가 이렇게 심해져서 장기적으로도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까지 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복지를 늘리지 않고, 복지를 퍼주기다, 포퓰리즘이다, 이렇게 반대하는 보수 야당은 틀려도 100% 틀렸고요. 이 사람들이 정말 나라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합니다.

◇ 이동형> 우리 재정에는 문제가 없는 겁니까? 복지를 늘린다고 하더라도?

◆ 이정우> 우리나라 재정은 세계적으로 가장 건전한 나라이고요. 그거 하나만은 자랑거리입니다. 전 세계 국제기구들이 다 공인하는 사실이죠. 다른 말로 하면 우리나라의 예산부처, 기획재정부가 아주 신중하게, 어떻게 보면 너무 신중하게 아주 보수적으로 그렇게 재정을 운영해온 것이죠. 지금 같으면, 계속 두 해 연속 재정 흑자가 20조, 이렇게 발생하는데요. 이렇게 큰 흑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모순입니다. 이렇게 경기가 나쁠 때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적자를 발생시켜야 해요. 그게 케인즈 이론이죠. 그러면 경기가 살아나는데, 오히려 이렇게 대규모 흑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재부가 아주 소극적으로, 안전 위주로 재정을 운용했다는 뜻이고, 그것이 경제를 지금 더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 재정이 필요합니다. 장하준 교수도 그런 지적을 했었죠.

◇ 이동형> 기재부는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할까요?

◆ 이정우> 우리나라 전통적으로요. 기재부가 늘 소극적으로 적자재정을 겁을 내고, 늘 소극적으로 해서 수십 년 늘 그렇게 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재정이 세계적으로 가장 건전한 나라가 돼 있는데, 사실은 그 안에 문제가 꽤 많은 것이죠. 건전하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런 뜻입니다.

◇ 이동형> 적극적으로 지출해서 적자재정이 되면, 당신들이 일을 못 해서 이런 것이 아니냐, 이런 비판이 두려워서 그런 건가요?

◆ 이정우> 그랬을 가능성이 많죠. 그런 비판을 두려워하면 안 되고요. 적자, 흑자, 이런 것은 경기 순환에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고, 길게 봐서 균형을 맞추면 되거든요. 한 해, 한 해, 너무 그렇게 신경 써서는 안 됩니다.

◇ 이동형> 아까 우리가 IMF 얘기도 했는데요. 98년에 IMF가 있었고,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미국발 있었잖아요?

◆ 이정우> 그렇죠.

◇ 이동형> 이게 IMF가 98년에 우리만 어려웠던 게 아니고, 동남아가 다 같이, 아시아 경제가 다 같이 어려웠는데, 그래서 10년 주기설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제 작년 올해가 위험하다, 이런 진단이 많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정우> 10년 주기설은 그냥 언론에서 심심풀이로 나오는 말인데, 그것은 너무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별로 신뢰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 이동형> 계속 저성장, 저성장, 얘기하지 않습니까? 과거처럼 급속 성장은 이제는 없는 것이고요. 그러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 이정우>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저출산 고령화가 심하기 때문에 고성장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구조를 인정하더라도 지금보다는 2.6% 이런 성장보다는 더 높일 여지가 있거든요. 한 3, 4%는 가능하다고 보고요. 그것은 정책하기에 달려있는데, 그런 점에서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소득주도 성장, 또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지금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은 아주 옳습니다. 대단히 잘 잡은 것인데, 그 점을 추진하는 적극성, 과단성이 부족했다. 그것을 저는 과단성을 높여야 한다. 속도를 더 빠르게 해야 한다. 그 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이동형> 우리가 보면, 무역 국가 보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 미국, 중국, 요즘 베트남, 이렇게. 정부는 그래서 수출 다변화 정책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이렇게 됐을 때 한쪽과 트러블이 생기거나, 무역 마찰이 생기면, 바로 우리 경제에 타격이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정우>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아요. 가장 높은 몇 나라에 속하고, 더구나 그것이 두 나라. 중국, 미국 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더구나 지금 그 두 나라가 미중 무역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으르렁거리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한국으로 보면, 굉장히 일촉즉발이라고 할 수 있고,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그 타격이 제일 큰 나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봐서라도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요. 너무 수출 의존으로 가는 것도 문제고, 중국, 미국, 두 나라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이번 기회에 조금 줄여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

◇ 이동형> 우파 쪽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잘못됐다고 이야기합니다만, 좌파 쪽에서는 지금 문재인 정부가 요즘 들어서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도 자주 만나고, 특히 삼성 이재용 부회장 같은 경우에는 총리도 만나고, 부총리도 만나고, 대통령도 만나고,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국은 소득주도 성장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조바심이 들어서 또다시 대기업하고 뭘 해보려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을 좌파 쪽에서 많이 하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정우> 좌파가 아니고 그것은 일반 상식으로 보더라도 저는 그런 걱정을 할 만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투자의 주체는 기업인 것은 맞는데요. 기업이 투자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아주 엄밀하고 냉정한 자기들의 기준이 있습니다. 돈벌이가 돼야 투자를 하는 것이거든요. 그것을 정부가 투자해주시오, 부탁한다고 투자할 기업은 이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런 것이고, 또 기업 친화적인 여러 가지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서 성장, 투자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한국의 기업 규제는, 물론 불필요한 규제가 꽤 있는 것은 사실인데, 전반적으로 보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한국이 세계은행이 발표한 세계 4위 국가란 말이죠. 그래서 너무 그것을 과다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리고 한국의 투자율은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나라입니다. 문제는 소비가 너무 낮은 것이 문제고, 소비가 낮은 것은 불평등이 심하고, 서민, 중산층들이 소득이 없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소득주도 성장이 꼭 필요하다, 그런 것이죠.

◇ 이동형> 상류층의 소비는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 이정우> 그렇습니다. 그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문제는 중산층과 서민들이고, 그 사람들의 소득을 늘려서 성장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소득주도 성장이기 때문에 지금 꼭 필요하다는 것이고요. 다만 혁신 성장은 늘 필요한 겁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시대에서나 필요한 것이 혁신 성장인 것인데, 지금 현재 단계, 불평등이 현재 단계의 한국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이 굉장히 유효하다. 그 두 개의 수레바퀴로 가야 한다. 그런 것입니다.

◇ 이동형> 청와대에서도 계셨으니까 이렇게 경제가 조금 어려워지고, 지지도가 떨어지고 하다 보면 그런 유혹이 생깁니까? 대기업과 한 번 손을 잡아봐야겠다, 혹은 관료들이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라고 간다든가요. 그런 게 있습니까?

◆ 이정우> 있죠. 있습니다. 있어서 늘 그런 광경을 신문에서 그런 사진을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그런 것을 많이 했죠. 그런데 지나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은 효과가 거의 없습니다.

◇ 이동형> 자유한국당의 윤영석 의원이 우리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했었는데, 소득주도 성장은 세상에 없는 이론이다. 사회주의 경제다, 이렇게 주장했거든요.

◆ 이정우> 천만의 말씀입니다. 그것은 틀려도 너무 틀렸는데요. 사회주의 전혀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전제로 하는 이론이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이론이다 보니까 생소할 수는 있는데, 그것을 자기가 모른다고 해서 사회주의다, 이렇게 몰아붙이면 안 되죠.

◇ 이동형>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혹시 성공한 예라든가, 이런 게 있습니까?

◆ 이정우> 중국도 그쪽을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고요.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면, 뉴딜 정책, 1930년대 대공황을 탈출한 정책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지금 와서 보면, 소득주도 성장이죠.

◇ 이동형> 참여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이런 게 대부분의 진단 같아요?

◆ 이정우> 아닙니다. 그것은 너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인데요. 참여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인데, 그것은 참여정부가 잘못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전에 내려오는 유산입니다. 그전에 부동산 규제가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에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고, 그것을 물려받은 것이죠. 그 산불이 그전부터 번져오고 있었는데, 산불을 끄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했고, 그때 종부세를 도입했고요. 여러 가지 좋은 정책을 많이 했습니다.

◇ 이동형> 결국은 종부세가 누더기가 된 것 아니에요?

◆ 이정우> 지금은 많이 약화됐죠. 왜냐하면, 이명박 정부에서 그것을 헌재에 끌고 가서 결국은 위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사문화되다시피 했습니다만, 사실은 가장 잘한 정책이 종부세고요. 이런 부동산 투기의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 사실은 토지보유세입니다. 종부세죠.

◇ 이동형> 세금으로 부동산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겁니까?

◆ 이정우> 그것만 가지고 충분하지는 않은데요. 그것이 없이는 안 됩니다. 그래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 못 잡는다, 이런 비관론, 패배주의적인 그런 주장을 펴는 분도 있는데, 그것은 틀렸습니다. 왜냐하면, 보유세 없이는 못 잡는 것이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부동산 투기를 잡는 필요조건이 보유세 강화입니다. 거기에다 다른 보완적인 몇 가지 정책을 하면, 잡을 수 있습니다. 의지가 문제죠.

◇ 이동형> 지금 문재인 정부가 하는 부동산 규제도 그런 것 같고요.

◆ 이정우> 네, 부동산 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9번 발표했는데요. 8번 했는데, 대개 효과가 없었어요. 그게 전부 금융 규제, DTI, LTV, 이렇게 갔거든요. 그게 실패하고 나서 아홉 번째 나온 것이 작년의 9.13 대책이고, 거기서 처음으로 종부세라는 것이 나왔습니다. 지금 4개월 지났는데, 보시다시피 잡히지 않습니까? 보유세의 위력이 이런 겁니다.

◇ 이동형> 시장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으니까요.

◆ 이정우> 아직은 낙관은 못 합니다. 왜냐하면, 종부세는 아직은 약한 종부세이기 때문에 언제 재발할지 모릅니다. 그러면 더 강력한 보유세가 필요합니다.

◇ 이동형> 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봤습니다만, 남북 경협 이야기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하시기에 수출도 한계가 있고, 내수도 부진하고, 그러면 돌파구는 뭐냐? 예전처럼 많은 경제성장률을 올리려면, 북한을 활용하는 것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주장을 만히 하더라고요.

◆ 이정우> 그것밖에 없는 것은 아닌데요. 북한도 굉장히 중요한 경제 활성화 수단이 될 수 있죠. 남북 상호 간에 그렇습니다. 인구를 합치면, 7,000만에서 8,000만인데요. 8,000만 정도 되는 나라가 몇 나라밖에 안 되거든요. 그리고 내수 중심 경제로 가려면, 우선 인구가 있어야 합니다. 인구가 적은 나라는 전부 수출 주도로 돌아갑니다. 유럽의 강소국들을 보세요. 다 인구가 몇백만이거든요. 그런 나라는 내수로 안 되니까 수출 주도로 가는 것인데, 한국은 남북한을 합치면 8,000만이면, 충분히 내수 중심으로 갈 수 있고, 그래서 윈윈을 할 수 있는 것이죠.

◇ 이동형> 또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사실은 북한보다는 우리가 가지고 오는 이득이 더 많지 않나요?

◆ 이정우> 서로 많습니다. 서로 좋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 이동형> 그리고 경제학자들이 북한이 만약에 베트남이나 중국처럼 전면 개방되고 하게 되면, 매년 두 자리수 이상 경제 성장은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 이정우> 충분히 가능한 것이죠. 지금 북한의 낮은 경제 발전 수준에서는 10%, 중국, 인도와 같은 성장을 충분히, 그 이상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저력으로 봐서 그 이상 할 수 있습니다.

◇ 이동형> 그러면 당연히 그 시장을 두고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러시아나 달려들 텐데, 우리가 손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아니겠습니까?

◆ 이정우> 그렇죠. 우리가 선점을 해야지, 중국이나, 미국, 일본에 선수를 뺏기면 안 되죠. 그것은 바보 같은 일이죠.

◇ 이동형> 교수님이 봤을 때, 평양에도 다녀오셨잖아요?

◆ 이정우> 네, 지난 10월에 2박 3일, 잠깐 다녀왔어요. 처음 다녀왔습니다.

◇ 이동형> 북한의 경제 성장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 이정우> 저는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 베트남을 떠올렸는데요. 베트남에 갔을 때 그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 반짝거리고, 굉장히 동작이 빠르고, 부지런합니다. 그래서 베트남의 저력이 대단하고, 고성장하지 않습니까? 북한은 우리 민족으로서 똑같은 그런 우수한 두뇌와 근면성을 가지고 있고요. 눈이 반짝거리고, 열심히 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변신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좋은 체제와 좋은 방식만 취하면, 아주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겠다, 그런 잠재력을 제가 보고 왔습니다. 동시에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할 텐데, 하는 그런 걱정도 또 많이 들었습니다.

◇ 이동형> 간단하게 생각해도 북한의 싼 인건비, 그리고 우리의 기술, 이렇게 합쳐지면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이정우> 그렇습니다. 개성공단 시작할 때 시작할 때는 월 5만 몇천 원이었어요. 월급이요. 그 뒤에 북쪽에서 요구를 해서 15만 원, 이렇게 올라갔는데, 그래도 여전히 베트남하고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임이거든요. 그리고 우수하죠. 빠릿빠릿하죠. 말이 통하죠. 결정적으로 중요한 점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은 정말 노다지입니다. 남북한 상호 간에 노다지다. 이 노다지를 저렇게 놀려놓는다는 것은 전 민족적 손실입니다.

◇ 이동형> 조금 더 지켜보죠. 잘 풀리겠죠. 청취자 댓글 봅시다. “오늘 3부 너무 좋습니다. 경제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와요.” 그리고 “저도 너무 좋아요. 차분하게 말씀 잘해주시는 것 같아요.” 다른 분은 “인강 듣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좋은 댓글들도 많이 달렸는데, 시간이 없어서 여기서 마무리해야 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우리 정부, 혹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시죠.

◆ 이정우> 경제가 대단히 어려운 것은 사실인데요. 이럴 때일수록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성급하게 뭔가 결과를 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멀리 보면, 후회가 남을 그런 일들을 많이 합니다. 과거 정부가 그런 일을 많이 했고요. 그래서 차분하게, 참을성을 가지고,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 옳은 방향이 제가 볼 때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이 세 가지 방향. 문재인 정부가 참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꾸준히 참을성 있게 가고, 그 대신 적극적으로 더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그러면 1, 2년 내로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저는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이정우> 네, 감사합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참여정부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한국장학재단 이정우 이사장님이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