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엽의 세상읽기]대통령의 기자회견, 더 자주 보고 싶다

[송태엽의 세상읽기]대통령의 기자회견, 더 자주 보고 싶다

2019.01.16. 오후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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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엽의 세상읽기]대통령의 기자회견, 더 자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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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야당이 또 연출 논란을 제기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사회를 보고 제한적이나마 추가 질문도 받는 방식의 기자회견이 한국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사실이다. 수시로 기자회견을 하는 미국 대통령에 비하면 미흡하지만,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탁현민 행정관 사퇴를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 같다.

유력 언론을 아예 가짜뉴스 취급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문 대통령은 중앙일간지 기자들을 배려해 별도로 질문을 받기도 했다. 질문기회가 22명에게만 돌아간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내외신 기자가 180명이나 참석한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복을 입고 온 기자도 있었다. 전국으로 생중계되는 회견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질문을 던져보려는 젊은 기자의 열정으로 이해한다.

질문들은 오히려 맥이 좀 빠졌다. 입장이나 평가를 묻는 두루뭉술한 질문이 많았다. ‘무엇을 했느냐 안 했느냐’는 식의 딱 떨어지는 답변을 요구했으면 어떨까. 예컨대 “김정은을 만났을 때 그가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를 물어보았는가? 주한미군 전략자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는가?” (워싱턴 포스트) 같은 질문 방식이다. 그에 대해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본인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에게 비핵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고 답했다. 무난하지만 ‘물어봤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으로는 모호하게 느껴졌다.

기자회견문은 경제에 초점을 맞췄고, 질의응답은 외교·안보, 경제, 정치·사회 순으로 이어졌는데 앞부분에서 시간이 많이 소모됐다. 현 정권이 취약한 경제 분야와 청년, 인권 문제 등에 대해 질의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기자회견 다음 날 YTN이 인터뷰한 전문가들이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민주당이 수세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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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잘하는 것은 기자의 본령이지만 예전엔 꼭 그렇지도 않았다. 공개 회견이 잘 열리지도 않았고, 질의응답에서 신통한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다. 지금도 존경하는 수습 시절의 A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한 번도 질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통제가 심하던 1970~80년대 얘기인데, 다른 기자의 질의응답에서 힌트만 얻고 취재는 조용히 따로 하는 게 낫다는 거다. 열린 사회가 된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방식은 신선했지만, 1년에 한 번인 신년회견이라는 점에서 이벤트성이라는 한계도 있어 보인다. 그런 대규모 기자회견에서는 연속성과 깊이 있는 질문이 나오기 어렵다. 그만큼 대통령의 국정철학 공유에도 어려움이 있는 셈이다. 경기방송 김예령 기자의 도발적인 질문이 필요 이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평소 대통령의 언론접촉이 잦지 않아서인 건 아닐까. 상시 출입하는 기자들과 소통의 기회를 늘리면 어떨까. 비교적 간편한 라디오 회견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송태엽 해설위원실장 [tay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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