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한국당, '지만원 딜레마' 계속...갑론을박

[취재N팩트] 한국당, '지만원 딜레마' 계속...갑론을박

2019.01.09. 오전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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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자유한국당이 극우 논객 지만원 씨를 5·18 진상조사위원에 추천하느냐를 놓고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에 열린 중진들과의 연석회의에서도 찬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은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지만원 딜레마,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거죠?

[기자]
한국당이 5·18 조사 위원을 추천할 때까지 아마 잡음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오전,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중진의원들과의 연석회의가 처음 열렸는데요.

지만원 씨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지만원 반대파'는, 극우 논객 지 씨가 그동안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제기해 온 만큼 추천해서 안 된다는 뜻을 내놨습니다.

반면 '지만원 옹호론'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지 씨가 보수 의견을 낼 수 있는 대표적인 인물인 데다, 5·18 조사범위에 '북한군 개입 여부'가 포함된 만큼 공식 조사기구에서 의견을 내도록 도와야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 핵심 인사는 지 씨가 조사위원에 포함된다고 해도 진상규명 과정 내내 한국당에 짐이 될 거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결정권을 쥔 나경원 원내대표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전 회의를 마친 나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보시죠.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 (지만원 씨가 오후에 대표님 집 앞에서 기자회견 한답니다.) 뭐, 하하하. (5·18 조사위원 추천 언제까지 하세요?) 조속한 시일 안에 하겠습니다.]

[앵커]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보죠.

지만원 씨 추천 여부는 사실 지난해에도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됐는데, 다시 왜 불붙은 건가요?

[기자]
지만원 씨는 한국당의 5·18 조사위원 후보 명단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 사실이 지난해 말 밝혀졌고 그때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는 나름대로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김성태 / 자유한국당 前 원내대표 (지난해 11월 9일) : 국민적 판단이나 국민적 상식에 어긋나는 일은 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거부당한 지만원 씨 세력이 김성태 의원 지역구에 몰려가 항의 집회를 하며 반발했지만, 지도부는 냉랭하게 선 긋기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전임 지도부도 5·18 조사위원 추천을 끝내 매듭짓지 못한 채 큰 숙제를 후임인 '나경원 지도부'에 넘겼습니다.

배턴을 받은 나 원내대표,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일단 당 지도부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강경한 기류가 대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 석상에서는 당내 이견이 있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어제) : 북한군 개입 여부가 진상조사의 범위로 아예 명시되어 있습니다…(그 분야의) 가장 전문가라고 추천이 되어 있었던 거고요.]

[앵커]
아무래도 친박 지지세를 업고 원내사령탑에 오른 측면이 있어서 그럴까요? 한국당의 '태극기 세력 눈치 보기'라는 시선도 있고요.

[기자]
두 측면 모두 간과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실제로 지만원 씨를 조사위원에 포함 시켜 그 안에서 제대로 싸우게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급기야 어제 한국당 회의에서는 태극기 세력의 적극적 지지를 받는 김진태 의원이 지 씨를 공식 추천하고 나섰습니다.

[김진태 / 자유한국당 의원 : 그렇게 이상한 분 아닙니다, 꼴통 아닙니다…이분보다 더 5·18 연구를 깊게 한 분은 없을 겁니다. 이런 분이 들어가야 제대로 5·18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다….]

김 의원의 발언 당시, 현장에서는 일부 의원이 노골적으로 한숨을 쉬고 황당한 표정을 짓는 등 반대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나 원내대표가 말한 당내 이견이 바로 이런 모습일 텐데요.

저와 접촉한 몇몇 의원들은 한국당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국민 눈높이나 지 씨의 전문성 면에서 후보로 거론되는 자체가 한심하다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문제의 지만원 씨, 대체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자칭 518 전문가입니다, 태극기 집회,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대표 주자 격인데요.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하며, 수차례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당시 광주를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실제 주인공 김사복 씨를 '빨갱이'로 지칭하고, 독일 기자 힌츠펜터는 '5·18 음모에 가담한 간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대중적 반감이 높은 극우 논객으로 분류되는데, 하지만 태극기 세력과 가까운 일부 의원들의 호소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지만원과 국회에서 만났습니다.

지만원 씨는 본인을 이른바 '셀프 추천'했고, 나 원내대표는 다른 후보를 추천해 달라며, 사실상 거부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지만원 씨, 이튿날 태극기 집회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 욕설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들어보시죠.

[지만원 :나경원 그 ○○ 여자 아니에요? 그거? (옳소! 민주당 2중대야!) 내가 안 들어가면 공신력이 없는 거야. 승복할 수가 없는 거야. 나경원 ○○ 아니야? 저거? 그게 어떻게 한국당의 말이야? 원내대표라는 게?]

공개 발언 이후 지 씨는, 나 원내대표 지역사무실에서도 항의 집회 이어가고 있고, 오늘은 기자회견까지 열기로 했습니다.

[앵커]
한국당에서 빨리 결론을 내줘야 할 텐데요, 5·18 진상규명위원회, 아직 첫발도 못 뗐죠?

[기자]
벌써 넉 달째입니다.

5·18 특별법은 지난해 9월 14일부터 시행됐는데 당시 민간인을 학살한 군 책임자와 피해 현황을 밝히기 위한 조사는 아직 시작도 못 했습니다.

한국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인데, 더불어민주당이 4명, 바른미래당이 1명을 일찌감치 추천했지만 한국당이 이런 분위기 속에 후보 3명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은 조사위원 추천권을 당장 반납하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고, 어제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심전심이냐며 날 선 비판까지 했습니다.

의혹을 조사하기도 빠듯한데, 한국당 내에서도 의견 통일이 되지 않아 차일피일 추천을 미루면서, 진상조사는 표류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내일 오후 2시 의원총회에서 이 내용도 다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은지 기자[zone4@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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