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국방부 vs 기무사...'집안 싸움' 내막은?

[취재N팩트] 국방부 vs 기무사...'집안 싸움' 내막은?

2018.07.26.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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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제였죠. 국민 모두가 지켜 보는 앞에서 기무사 계엄 문건 관련 진실공방을 벌였던 국방부와 국군기무사령부, 어제도 추가 폭로와 재반박을 이어 가며 집안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또 그 내막은 어떻게 되는지, 취재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강정규 기자!

사실관계 정리가 필요한 시점 같아요.

먼저 어제 기무사령부가 국회에 제출한 문건의 내용부터 짚어 볼까요?

[기자]
국방부를 담당하는 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이 어제 국회에 추가로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논란이 됐던 집안 싸움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조치인데요.

먼저 그제 국회 발언부터 직접 들어보시죠.

[민병삼 / 100기무부대장 (그제) :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한 인간으로서 양심을 걸고 답변드리겠습니다. (송 장관이) 위수령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한다….]

[송영무 / 국방부 장관 (그제) : 대한민국에서 대장까지 마치고 장관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하겠습니까? 장관을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됩니다.]

이처럼 송영무 장관과 민병삼 대령의 진술이 엇갈리자 국회는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민 대령은 이를 즉각 수용해 이튿날 문서를 공개한 겁니다.

지난 7월 9일 오전 국방부 고위급 간담회의 내용을 요약한 내용인데요.

문건의 내용을 보면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 계획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한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또, 당시 참석자들을 상대로 돌린 사실관계 확인서도 공개됐는데요.

지난 12일 방송을 통해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가 나가자,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한다는 일종의 각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해당 보도에 나온 실·국장 간담회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장관의 발언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며 서명까지 받았는데요.

당시 배석자였던 민병삼 대령이 국방부가 거짓 증언을 요구하는 '위증 교사'를 하고 있다며 서명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국방부 대변인실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돌연 확인서를 받는 작업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7월 9일에 간담회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송영무 장관이 그날 위수령 관련 발언을 한 적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어, 민 대령이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한 행태를 보면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제, 국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도 계엄 문건 보고 정황을 놓고 정면으로 부딪쳤어요.

이건, 누구의 말이 맞는 겁니까?

[기자]
이번에도 그제 국회 국방위 발언 먼저 보시겠습니다.

[송영무 / 국방부 장관 (그제) : 한 5분 정도 보고 받았습니다. 이건 중요한 사안이라고 해서 놓고 가라 내가 지금 이 두꺼운 것을 다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석구 / 기무사령관 (그제) : (장관께서) 이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그렇게 대면보고 드렸습니다. (보고 시간은) 제가 판단할 때는 한 20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 사령관은 기무사 계엄 문건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것은 분명합니다.

이 사령관이 장관실에 들어가기 위해 신분증을 찍은 시간은 오전 10시 38분이었습니다.

사실 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은 지금부터인데요.

국방부는 이 사령관이 장관실 앞에서 10분 정도 대기했고, 송 장관의 다른 일정 때문에 보고 시간은 10시50분에서 55분까지 5분 정도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령관은 장관실에서 대기하지 않고 바로 보고를 시작했고, 20분 넘게 상세히 설명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사안의 위중함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겁니다.

[앵커]
얘기를 듣고 보니, 5분이냐 20분이냐 보고를 얼마나 충분히 했느냐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것 보다는 결국 기무사 문건이 왜 4개월 넘도록 국방부 안에 묻혀 있었느냐는 것이 본질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기자]
보고가 이뤄진 지난 3월 당시 수방사령부의 위수령 문건이 공개된 시점이었습니다.

기무사 개혁도 수술대에 오른 시점이었는데요.

기무사 입장에서는 민감한 시기 인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송 장관에게 지체 없이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해 보고했다는 입장입니다.

쉽게 말해 면피용이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송 장관에게 문건이 넘어간 뒤에도 4개월 넘도록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송 장관은 당시 평창 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 등 국가 대사가 더 중요한 시점이었고,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기무사 계엄 문건을 공개하며 정치 쟁점화 할 수도 있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문서를 비공개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향후, 기무사 개혁을 위한 근거자료 정도로 쓰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송 장관이 과소 평가하고, 자신이 추진하는 국방 개혁의 도구쯤으로 치부한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오늘부터 기무사령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YTN 보도로 확인이 됐죠.

국방부와 기무사 사이의 진실공방이 두 기관 사이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
국방부 감사관실은 오늘(26일) 국군기무사령부에 조사관 4명을 보내 감찰을 벌입니다.

기무사에서 일선 부대에 계엄 관련 추가 지시나 문건을 보냈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시점입니다.

그제(24일) 국회 국방위에서 국방부와 기무사가 계엄 문건을 두고 난타전을 벌인 직후여서 보복성 조치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겁니다.

특히, 군 특별수사단이 관련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중복 감사에 나선 건 수사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인 사회에서 국방부와 기무사의 집안 싸움은 하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근본적인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기무사 개혁 추진 과정에서 쌓여 온 오랜 갈등이 이번에 폭발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송영무 장관은 군 댓글 조작 재수사 때부터 기무사 개혁의 의지를 표명해 왔습니다.

기무사령부의 보안 방첩 정보 등의 기능을 나눠서 군내 관련 기구로 쪼개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습니다.

사실상 기무사령부를 해체하겠다는 구상이었는데요.

그러나 송 장관의 이런 구상은 뜻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기무사령부가 군 지휘관들을 감시 견제하고 대통령의 군 통수권을 보좌하는 기능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청와대와 입장이 엇갈려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무사의 완전 해체보다는 불필요한 기능은 제거하고 조직을 축소하는 선에서 개혁을 추진하면 된다는 논리입니다.

최근 기무사 개혁 위원회의 장영달 위원장은 기무사령부를 국군정보처 등으로 간판을 바꾸되 조직은 30% 감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송 장관이 기무사 계엄 문건을 활용해 여론의 흐름을 바꾸고 자신의 뜻을 관철 시키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자충수가 되어 여론의 뭇매를 맞자 기무사가 할 말은 해도 된다는 판단 아래 항명에 나섰다는 겁니다.

[앵커]
말씀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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