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계엄 추가 문건, 실행계획인가 단순검토인가

[취재N팩트] 계엄 추가 문건, 실행계획인가 단순검토인가

2018.07.24.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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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촛불 정국' 속에 작성한 67페이지짜리 추가 대비 문건이 어제 공개됐습니다.

그런데도 계엄 선포를 위한 실행 계획이나 단순 검토냐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강정규 기자!

어제 기무사 추가 문건이 공개된 뒤, 반응은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이 문건이 실행계획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기자]
문서제목은 '대비 계획 세부 자료', 전체 67페이지 분량이고, 2급 군사 비밀로 돼 있습니다.

전반적으론 이번 달 초에 공개된 13쪽짜리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계엄건의와 국방부의 요건 검토 등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각 단계별로 필요한 공문이 있습니다.

어제 추가 공개된 문건을 보면 계엄 선포문을 비롯해 계엄사령관 추천서 등 주요 공문 양식을 미리 만들어 놨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언제든 결재 도장만 찍으면 계엄 실행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둔 건데요.

특히 계엄 선포문 하단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명시해 지난해 대통령 탄핵 이후 상황을 상정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앵커]
반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단순 검토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데 근거는 어떤 건가요?

[기자]
앞서 말씀드렸듯이 계엄을 선포하려면 요건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요.

기무사 추가 문건엔 계엄 선포 결심 조건을 항목 별로 체크하는 문서 양식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기 나온 항목 중에 '탄핵소추안 기각 또는 인용 이후 집회 시위가 확산 되고 있는가?'라고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근거로 이 문서가 탄핵 기각과 인용 모든 상황에 대비한 것이고, 촛불 집회만을 겨냥한 문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건 어디에도 탄핵 기각을 전제로 문서를 만든 흔적은 없기 때문에 군이 진영 논리를 떠나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검토 문건 정도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반대로 탄핵안이 가결되고도 요건만 충족하면 계엄을 발동할 수 있다는 더 위험한 논리 아니냐 이런 반박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이 문건의 존재에 대해 공개하고 나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게 국회 통제 부분이었습니다.

당시엔 문건을 전부 공개하지 않고 말로만 설명했는데, 전문을 직접 보니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조치 사항이 언급된 부분인데요.

기무사는 여야 상관 없이 국회의원을 성향 기준으로 진보 160여 명, 보수 130여 명으로 분류했습니다.

계엄 해제에 의결 정족수 150명을 충족하지 못하도록 불법 시위에 참석한 국회의원을 검거해 사법처리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짰습니다.

사실상 진보 성향의 당시 야당 의원들을 겨냥한 건데요.

이 같은 입법부 통제 방안은 통상적인 계엄 실행 절차를 담은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에도 나오지 않는 내용입니다.

편람은 오히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등 삼권분립과 신분보장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국민 기본권 제한과 언론 검열 계획도 구체화 돼 있었죠?

[기자]
계엄이 선포 지역에서는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됩니다.

개인 SNS 계정은 물론 언론까지 검열을 받아야 합니다.

조간 신문은 밤 10시, 석간 신문은 낮 12시까지, 방송과 통신은 수시로 검열을 받는다는 시간표까지 정해 놨습니다.

계엄에 유해하거나 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보도는 금지되고 반대로 시위대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보도는 확대하라는 지침도 있습니다.

검열 지침을 계속 위반하는 매체는 등록이 취소되거나 방송이나 발행이 정지될 수 있고, 전국 단일방송 체계로 전환하는 방법도 건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민 기본권 제한과 언론 검열 계획은 통상적인 계엄 절차에도 명시된 부분입니다.

[앵커]
계엄사령관에 육군참모총장을 추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는데,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는 게 정석인 건가요?

[기자]
기무사 추가 문건을 보면, 계엄사령관 추천 건의서 양식이 나옵니다.

합참의장은 대북 군사 대비 태세 확립에 대비해야 한다며 배제하고, 대신 육군참모총장과 연합사 부사령관, 합참 차장 등을 후보군으로 올려놨는데요.

그러면서도 육군총장은 적합, 나머지 두 사람은 부적합하다는 판단을 달았습니다.

건의서 자체가 육군 총장을 낙점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두고 3사관 학교 출신인 당시 이순진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사 출신인 당시 장준규 육군 총장을 계엄사령관에 앉히려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그러나 계엄법 5조를 보면, 계엄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합참의장은 물론 육군참모총장으로도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합참의장이 사령관을 맡는 게 보통이라는 말은 통상 전시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계엄에 대비한 부서도 합참에 있기 때문에 나온 말로 보입니다.

[앵커]
이 문건을 작성한 주체가 기무사인 만큼 합동수사본부장의 권한 확대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건 어떤 얘기입니까?

[기자]
기무사 문건엔 합동수사본부장 추천 건의도 있습니다.

후보자는 기무사령관 단수 추천입니다.

이 문서를 기무사에서 작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셀프 추천인 셈입니다.

합동수사본부장은 계엄 체제 아래서 사실상 사법권을 쥐게 되는 막강한 자리입니다.

계엄 사령부 조직도에 나타나는 합수본부장의 위상 차이도 눈여겨 볼 대목인데요.

합참 편람엔 합동수사본부가 정부부처·지구계엄사 등과 병렬 관계에 놓여 있는데, 기무사 문건엔 계엄사령관 바로 밑에 계엄군사법원과 양대 기구로 표시돼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무사 문건 자체가 계엄 정국에서 합동수사본부장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강정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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