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北 잇단 으름장...의도는?

[취재N팩트] 北 잇단 으름장...의도는?

2018.05.18. 오전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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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이후 연일 우리 정부와 미국을 겨냥한 공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음 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기싸움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배경과 관련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혜경 기자!

먼저 최근 일련의 사태, 간단히 정리 좀 해주시죠.

[기자]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던 남북 간 대화 기조에 갑작스럽게 변화가 생긴 건 지난 16일 자정 무렵이었습니다.

새벽 0시 반쯤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 같은 날 오전 10시로 예정돼있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그 이유로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언급했는데요.

곧이어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이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핵 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그런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정상회담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미국과의 물밑 접촉 과정 또는 미국에서 흘러나오는 갖가지 언급들, 예를 들어 '선 핵 폐기, 후 보상'이라든지 '리비아식 핵 폐기'와 같은 것들이 북한의 심리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그러다 어제 또다시, 이번에는 우리 통일부 장관의 카운터 파트 격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명의로 우리 정부를 직접 겨냥하는 대담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앵커]
어제 나온 리선권 위원장의 대담 내용은 앞서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형식 면에서는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위원장 담화'와 같은 공식 문건에 비해서는 비교적 격은 낮습니다.

하지만 표현 면에서는 매우 격앙돼있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우리 정부를 향해 철면피라든지 파렴치의 극치, 상식 이하, 천인공노 등 그간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격한 단어들이 총동원됐습니다.

리 위원장은 이 같은 분노의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는데요.

북한의 주요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맥스선더' 훈련을 강행한 것과 국회에서 탈북한 태영호 공사의 강연회를 연 것, 그리고 남북 화해 흐름에 역행하는 이런 행태를 보이고도 반성 없이 북측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 등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책임을 절감하고 엄중한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이 다시 얼굴을 맞대기가 쉽지 않다고 못 박았는데요.

앞서 김계관 제1부상 담화도 그렇고 리선권의 대담도 그렇고 아직 여지는 남겨놓고 있습니다.

대화를 않겠다는 게 아니라 추후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앵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다음 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겨냥한 메시지다 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기자]
북한이 아예 대화의 판을 아예 깨려 한다기보다는 다음 주 열릴 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강화하려는 일종의 압박용 제스처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현재까지 미국 쪽에서 주로 나오는 내용은 북한의 핵 폐기 방식과 관련된 것들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이나 핵 폐기의 대가와 관련해서는 그다지 언급이 없죠.

하나 눈길을 끌었던 것은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말한, 북한의 핵 폐기 시 미국의 민간 투자를 허용하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직접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닫아둔 채 민간 투자를 허용해주겠다는 '당근'인데 사실 이것은 북한 입장으로서는 어느 분야로, 얼마만 한 규모가 될지 전혀 담보가 되지 않는 보상책입니다.

사실 이런 정도로는 북한이 그간 '고난의 행군' 시기도 감수하며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만든 핵 기술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죠.

게다가 자신들은 비핵화를 말하고 있는데 한미합동공중훈련 '맥스선더'에는 F-22를 비롯해 전략폭격기 등 핵 전략자산들이 동원된다고 하니 이를 트집 잡아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두 차례의 담화에서 미국의 핵 전략자산들을 하나하나 언급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의 의제에는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체제보장이나 경제지원도 엄연히 포함돼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이 같은 메시지가 대외용이라는 근거로 두 담화 모두 북한의 대외 매체라고 볼 수 있는 조선중앙통신에만 공개됐다는 점인데요.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이 같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것은 아직 북한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이라든지 조선중앙TV 등에는 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

통상 북한 정권에서 발표한 담화나 성명은 노동신문이라든지 조선중앙TV 등에서 반복적으로 보도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치는 다소 이례적인데요.

때문에 북한이 아직 대화의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니다, 일단 사전 경고용으로 개인 명의의 담화들을 낸 것이다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거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은 아직 태도 변화의 여지는 남겨놓고 있습니다.

먼저 오는 22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되고요.

또 북측이 문제 삼은 '맥스선더' 훈련이 25일에 마무리됩니다.

고위급회담 중단의 원인으로 삼은 만큼 훈련이 끝나기 전에 다시 회담 날짜가 잡히기는 어려울 전망이고요.

따라서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의 논의 결과를 놓고 자신들의 입장을 저울질한 뒤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 재개 여부 등을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도 이미 북한 사회 내부에 비핵화 추진이라든지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을 공개한 마당에 이를 완전히 뒤집는 결정을 하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또 최근 북중관계가 호전되기는 했습니다만, 어렵사리 성사된 판을 완전히 깨서 북미관계를 악화시킨다든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계속 끌고 가는 것이 결코 이득이 되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예의주시하며 내부적으로 신중히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이고요,

만약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북한이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일정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전망입니다.

북한이 당초 한미정상회담 이튿날인 23일에서 25일 사이 기상조건을 보아가며 추진하겠다고 밝힌 일정인데요.

다음 주로 예정된 이 같은 일정들이 향후 남북관계, 북미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 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YTN 황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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