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평화올림픽' vs '평양올림픽'...여야 신경전 가열

[취재N팩트] '평화올림픽' vs '평양올림픽'...여야 신경전 가열

2018.01.24. 오전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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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여를 두고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급기야 보수층을 중심으로 평창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이런 딱지를 붙이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정면 대응에 나섰습니다.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정치권 움직임 살펴보겠습니다. 조태현 기자!

일단 어제 청와대의 입장 발표부터 살펴보죠.

평양올림픽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죠?

[기자]
어제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입장문을 낸 건데요.

그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과 언론의 협조를 호소한 데 이어, 연이틀 청와대에서 평창올림픽에 대한 입장이 나온 겁니다.

최근 자유한국당은 평창올림픽이 아닌 평양올림픽이 됐다며 정부와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데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했지만, 누구도 평양아시안게임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며, 평양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수현 대변인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박수현 / 청와대 대변인 (어제) : 그래서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평양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군사적 긴장감 속에서도 대화 노력이 성과를 낸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모든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평화올림픽을 위해 마음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청와대는 일반적으로 발표를 앞두고 미리 입장문을 배포하곤 하는데요.

사전 배포한 입장문에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고라는 표현 대신,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청와대는 분열의 용어보다 통합의 용어로 호소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해 고쳤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틀 연속으로 청와대에서 입장이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적극적인 대응으로 선회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아무래도 평창올림픽을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터져 나오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의 불공정 논란으로 젊은 층의 실망감이 커졌고, 방남한 사전 점검단에 대한 과잉 의전, 저자세 논란까지 겹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입니다.

실제로 사전 점검단 방남 이전인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지난주 국정 지지도는 취임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해 7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하락 폭이 컸는데요, 가상화폐를 둘러싼 잡음도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엔 평창 올림픽 논란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역풍이 불어오자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기 싸움도 이어지는 분위기인데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기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면서 자유한국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기대와 함께 일부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잘 안다며, 이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또, 땀을 통한 공정 경쟁으로 화합과 평화에 한 발 더 가까이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색깔론으로 무장하고 올림픽 실패를 바라선 안 된다며 자유한국당을 정조준했습니다.

우원식 원내대표의 오늘 오전 회의 발언 들어보시죠.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자유한국당처럼 평화올림픽을 갈등과 분열, 반목이 지속되는 갈등올림픽, 냉전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며, 평창올림픽 실패를 바라는 것과 같은….]

반면 자유한국당은 그동안의 수세에서 벗어나 연일 정부와 여당을 향한 거센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남북 대화 국면을 만들기 위해 구걸하듯이 눈치나 보고 있다며, 세계가 대북 제재 국면으로 가는데 당사자인 한국만 반대 방향으로 간다고 지적하니, 색깔론이라는 주장으로 책임을 회피한다는 겁니다.

또, 단일팀 논란, 점검단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 등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아프긴 아픈 모양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오늘 오전 회의가 없었는데요, 어제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 들어보시죠.

[김성태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어제) : 동계올림픽을 하겠다는 건지, 북한 예술단 초청 동계 문화축제를 하겠다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강원도 평창 주민은 진작에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면 사실상 분당 상태인 국민의당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안철수 대표 측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거듭 비판했고,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측은 일부 정부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올림픽 성공을 위해 초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국민의당은 물론, 바른정당과 정의당에서도 지나친 색깔론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정치권 분위기는 어떨 것으로 보이나요?

[기자]
정치권은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하게 됩니다.

또,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지게 되는데요.

21대 총선을 앞둔 마지막 대규모 정치 이벤트인 만큼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은 상당히 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올림픽이 그동안 견고했던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균열을 줄 조짐마저 보이는 만큼, 선거를 앞둔 야권으로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평창 올림픽을 바라보는 여론 역시 양극으로 나뉘는 분위기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두고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 경쟁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북한이 건군절, 그러니까 인민군 창설일을 4월에서 갑자기 2월 8일로 바꾼 것도 변수입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전날 오후 평양에서 무력시위 성격인 대규모 건군절 열병식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건데요, 야당으로선 이 역시 공격 지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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