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盧 서거에 대한 보복"...MB 기자회견 '막전막후'

[취재N팩트] "盧 서거에 대한 보복"...MB 기자회견 '막전막후'

2018.01.18.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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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를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보수 궤멸을 노리는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는데요.

기자회견을 둘러싼 취재현장 분위기 정치권 취재하는 조성호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어제 오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는데, 기자회견이 갑자기 결정된 거죠?

[기자]
이 전 대통령, 어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의혹과 관련해서 MB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구속됐죠.

그래서 취재진이 일찍부터 사무실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사무실에서 열기로 했던 참모들의 대책회의도 취소됐고, 참모진들과 다른 곳에서 대책을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오후 4시쯤 기자들에게 긴급 기자회견 일정이 공지됐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오후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직접 입장을 밝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취재 열기도 뜨거웠는데요.

현장 화면을 보면 상당히 많은 기자가 몰린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기자]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관련 직접 입장을 밝힌 게 지난해 11월, 중동으로 출국할 때 이후로 두 달 만입니다.

특히, 다스 비자금 의혹에 국정원 특활비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언론의 관심도 더 높아진 게 사실입니다.

기자 수십 명이 현장을 찾았지만, 기자회견장에 들어간 취재기자는 4명뿐이었습니다.

이게 풀 취재라는 건데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사무실 공간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현장 기자들을 대표해서 취재하고 내용을 공유할 기자를 정해달라고 요청해 온 겁니다.

이 과정에서 한 주간지 기자가 자신이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하는 등 경쟁도 치열했고요.

결국, 가위바위보로 기자회견장에 들어갈 기자를 정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습니다.

[앵커]
우여곡절 끝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은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리해주시죠.

[기자]
결국, 예정보다 늦어진 5시 반쯤에야 기자회견이 시작됐는데요.

이 전 대통령은 먼저 검찰 수사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역사 뒤집기, 보복 정치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참담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이명박 / 前 대통령 (어제) : 많은 국민이 보수를 궤멸시키고 또한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자신이 퇴임한 뒤 4대강과 자원외교, 제2 롯데월드를 비롯한 여러 사업과 관련해 수사받았지만, 권력형 비리는 없었다고 자신했습니다.

집권 당시의 일과 관련해 의혹이 있다면 자신에게 직접 물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내용도 들어보시죠.

[이명박 / 前 대통령 (어제) : 더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달라 하는 것이 제 오늘의 입장입니다.]

[앵커]
정치권,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야권이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반응이 궁금한데요.

[기자]
예상대로 민주당은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성의 없는 내용인 데다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측근을 감싸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는데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보복이라는 입장에 발끈했습니다.

김현 대변인의 브리핑 들어보시죠.

[김현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어제) : 적폐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장이 어처구니없을 뿐입니다.]

국민의당은 아시다시피 바른정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지 않습니까?

민주당보다 수위는 약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을 운운하며 검찰 수사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아니라고 비판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김철근 대변인입니다.

[김철근 / 국민의당 대변인 (어제) :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정치적 고려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여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원칙을 확인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정의당도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 주장이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정부 특활비가 범죄라면 좌파 정부 특활비 또한 수사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가 보수궤멸 노린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바른정당은 누구든 법 위반이 있다면 성실히 수사해 임해야 한다면서도 정치 보복이 돼선 안 된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조금 전 청와대도 입장을 밝혔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조 기자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MB 정부 수사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이 전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서 잘못이 있다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사실상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검찰 수사도 빠르게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

어제 문무일 검찰총장이 강연하러 국회를 찾았다가 기자들을 만났는데요.

이 전 대통령 소환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무일 / 검찰총장 (어제) :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제쯤 소환할 생각이 있으신지…?) 절차를 잘 따르겠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이 문제지만, 이 전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검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앞으로도 소상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 추가 대응을 예고했고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재오 전 의원이 노무현 정부 시절 일을 여러 가지 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적폐 청산'이나 '정치보복'이냐 이 전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정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정치부 조성호 기자와 얘기 나눴습니다.

조성호 [chos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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