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한 자릿수' 된 바른정당...국민의당 내분은 최고조

[취재N팩트] '한 자릿수' 된 바른정당...국민의당 내분은 최고조

2018.01.17. 오전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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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당이 통합 여부를 놓고 극심한 당 내분에 휩싸인 가운데 통합의 당사자인 바른정당에서도 추가 탈당이 나왔습니다.

서울 송파에 지역구를 둔 박인숙 의원이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했는데요.

양당 모두 통합을 둘러싼 진통으로 안철수, 유승민 대표의 리더십에 상처가 나면서 통합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태현 기자!

어제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이 갑작스럽게 자유한국당 복귀를 선언했죠?

국회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도 예상을 못 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어떻습니까?

[기자]
박인숙 의원이 어제 오후 입장 자료를 통해 탈당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송파에 지역구를 둔 재선의원으로 바른정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었는데요.

얼마 전 부산의 김세연 의원이 바른정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할 때 박인숙 의원도 함께 탈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탈당이 거론됐던 인천의 이학재 의원이 당 잔류 선언하면서 다시 박인숙 의원의 탈당 움직임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제 탈당 선언이 나오면서 바른정당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태입니다.

특히 박 의원은 어제 오전에 국회의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바로 이어진 초등 1·2학년,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금지 문제점을 논의하는 간담회에도 자리를 함께했습니다.

그런 다음 곧바로 탈당 선언이 나오니 바른정당 내부에서도 황당하다거나, 탈당이 사실이냐고 되묻는 반응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어차피 탈당이 여러 차례 거론됐던 의원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에 굳이 충격을 받을 문제는 아니라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박인숙 의원이 갑작스럽게 탈당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박 의원은 일부 보좌진에게만 탈당 사실을 알리면서 실무 준비를 지시하고 당에는 철저히 탈당 계획을 비밀에 부친 것으로 보입니다.

탈당 선언 뒤 기자들의 취재도 시작됐는데요, 우선은 지역구 문제가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박 의원의 지역구인 송파 갑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에 유리한 곳으로 꼽히다 보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과 구의원 등 상당수가 자유한국당 복당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의원도 최근 사석에서 바른정당을 만들 때 자신을 믿고 따라온 기초의원이 자유한국당 복당을 희망하고 있고, 더는 이런 요구를 외면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다음 총선에서 본인의 당선 여부 역시 당연히 고려한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송파 갑은 새누리당이 제1당의 자리를 내주면서 참패한 지난 20대 선거에서도 박 의원이 당선된 곳입니다.

박 의원 개인이 노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본적으로 보수 정당에 유리한 지역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통합이 실제 성사돼 중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한다고 해도, 다음 총선에서 크게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그럼 바른정당은 이제 9석으로 줄어들었고 광역단체장도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탈당으로 원희룡 제주도지사 1명만 남았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지금 입장이 어떻습니까?

[기자]
얼마 전 유승민 대표가 원희룡 지사를 만나기 위해 직접 제주도를 찾았죠.

앞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미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고, 한 명 남은 광역 단체장인 원 지사의 탈당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탈당을 만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 통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설명했지만, 원 지사가 탈당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요, 유 대표의 말 들어보시죠.

[유승민 / 바른정당 대표 (지난 15일) : 원희룡 지사도 궁금한 것을 많이 이야기하고 본인 생각도 이야기하고, 그런데 결론적으로 오늘 정치적인 결론을 낸 건 아니고요.]

원 지사 역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는데요, 원 지사의 말도 한 번 들어보시죠.

[원희룡 / 제주도지사 (지난 15일) : 당장 다가온 지방선거나 당장 처한 바른정당의 어려운 상황 때문에 단기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원 지사가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이 보수 정당으로서 올바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함과 동시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감이 없다고 반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탈당과 자유한국당 입당보단, 탈당 뒤 무소속으로 지방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곧 제주도를 방문하겠다고 했고, 원 지사 역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해 두 사람의 회동에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통합 얘기로 돌아가 보죠.

유승민 대표는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현장에서 보시에 유승민 대표는 과연 통합에 찬성입니까? 반대입니까?

[기자]
일단 유승민 대표는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유 대표 본인이 오랫동안 거대 정당에서 생활을 해왔고, 교섭단체를 이루지 못하는 정당의 위상이 어떤지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인데요.

당을 창당했고, 대선 주자를 지냈고, 지금은 당 대표를 맡은 유 대표의 입장에선 당연한 행보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른정당 내부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유승민 대표 개인적으로는 통합에 적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누구보다 강하게 보수 혁신을 주장한 유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보수정당의 적자로서 다음 대선을 치르는 것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햇볕정책 등 당의 정체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부분이나, 최근 남북 대화 등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놓는 것도 무분별한 통합에는 반대한다는 일종의 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 대표의 정치적 목표와 당을 책임지는 당 대표로서의 목표가 상충하는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대표도 일종의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국민의당 상황 정리해보죠.

지금 2월 4일 전당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인데 정확히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국민의당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두고 통합파와 반대파의 내분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태입니다.

안철수 대표 측은 그제 당무위를 열어 선거명부 정리 등의 내용을 담은 당규 개정을 의결했는데요.

이를 통해 대표당원 가운데 당비를 내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당원을 대거 정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통합 반대파인 이상돈 전대 의장에게도 전대 소집 공고를 하라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대표당원의 전체 숫자를 줄이고, 당규를 고치는 모습은 전대 성사를 위한 꼼수로 보일 여지가 다분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당연히 반대파에선 거칠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안 대표 측이 의결기관이 아닌 집행기관인 당무위를 변칙 운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상태입니다.

반대파 의원들은 조금 전 당무위 의결 무효화를 위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신당 창당 움직임도 본격화된 분위기인데요.

반대파 의원으로 구성된 국민의당 지키기 운동본부는 오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안철수 대표는 통합에 반대하는 비례대표 의원의 출당을 거부하고 있어, 유승민 대표가 요구한 정치적인 해법까지는 갈 길이 아주 멀어 보입니다.

또, 갈수록 당이 쪼그라드는 상황을 맞이한 유승민 대표와 반대파의 반발에 아무런 정치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안철수 대표 모두 리더십 타격이 심각한 상태인 만큼, 두 당의 통합은 갈수록 뺄셈 통합의 길로 가고 있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오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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