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흥진호 선원 "北 룸서비스 제공...위해 없었다"

[취재N팩트] 흥진호 선원 "北 룸서비스 제공...위해 없었다"

2017.11.15. 오후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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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21일 조업 중에 북한으로 나포됐다가 풀려난 흥진호 선원들이 어제 국회에 나와 당시 상황을 진술했습니다.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건데요.

선원들은 북한으로 피랍되기 전, 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히 밝혔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임성호 기자!

어제 국회 농해수위 현안 보고에 흥진호 선원들이 나왔는데, 분위기가 어땠나요?

[기자]
실제 흥진호의 주인인 선주 고 모 씨와 흥진호를 몰았던 선장 남 모 씨 등 선원들이 나와서 진술했는데요.

아무래도 국회의원들의 질책 섞인 질문이 쏟아지자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일단 선주 고 모 씨는 흥진호에 문제가 없다며 해경에 허위 보고를 한 데 대해 사과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업 중에는 위치 보고 시간을 놓칠 때가 있어 이번에도 그럴 것으로 여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선주와 선장은 허위 보고를 한 것, 그리고 조업 경계선을 넘어 북한 해역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간첩 논란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개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흥진호가 간첩선이 아니냐는 이런 의심을 제기를 SNS에서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 모 씨 / 흥진호 선장 : 많이 억울합니다.]

[이개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억울합니까?]

[남 모 씨 / 흥진호 선장 : 네.]

또 선원들은 당시 선장은 북한 해역인 줄 알고 들어갔지만, 자신들은 피랍될 때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항변했습니다.

[강 모 씨 / 흥진호 선원 : 북한 군인이 총을 메고 있는 걸 보고 피랍됐다는 것을 알았지 (북한 해역에) 들어간 건 사실 몰랐어요.]

[앵커]
선원들이 북한에 억류됐을 당시의 상황도 이야기했는데요, 어떤 대우를 받았다고 말했나요?

[기자]
선원들은 북한으로 피랍될 당시의 정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했는데요.

중국 어선으로 보이는 배에 붙잡혔는데 타고 있는 사람은 북한군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들이 배로 올라와 선원 10명을 배 안에 있는 창고 같은 곳에 감금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동 중에는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서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육지에 도착해서는 미니버스를 타고 15분에서 20분 정도 이동을 해 호텔에 도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호텔이 원산항 인근에 있는 동명호텔인데요.

선원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호텔급은 아니고 모텔 정도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선원들은 북한군이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다고 똑같이 진술했습니다.

방 밖으로 나갈 순 없었지만, 끼니 때마다 한식을 방으로 가져다줬고, 다 먹으면 식기를 가지고 나갔다고 합니다.

방은 2인 1실로 방을 썼는데 식사를 하고 나면 한 명씩 불러서 한두 시간씩 조사를 받았습니다.

선원들은 하루에 5~6시간 정도 조사를 받았고 주로 왜 북한 해역으로 넘어왔는지, 그리고 남측에서 보낸 간첩은 아닌지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선원들이 여러 가지 진술을 했는데,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간첩 논란은 해소됐나요?

[기자]
논란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건 역시 선원들이 후포항으로 입항할 때 썼던 마스크였습니다.

공작원이어서 얼굴을 가렸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는데 선원들은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몇몇 선원이 지병이 있는 부인, 또 자신이 배를 타는 줄 모르는 가족들이 놀랄까 봐 마스크를 달라고 했고, 그렇다면 일부만 쓸 게 아니라 모두 쓰자, 이렇게 결정된 일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완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후포항 들어올 때 왜 마스크를 썼나요?]

[남 모 씨 / 흥진호 선장 : 가족들 안심시키려고요.]

두 번째 의혹은 흥진호 선원들의 나이가 유독 젊다는 점이었습니다.

선장은 베트남 선원 3명만 20대고, 나머지 선원들의 나이는 다른 배와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의원들의 질의가 집중된 부분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흥진호가 50분 동안이나 북한군에 쫓기면서 왜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는데요.

선장은 불과 5미터 뒤에서 북한 배가 쫓아오는 상황에서 무조건 도망가기 바빴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한 번도 구조 요청을 해보지 않아서 그랬다고 답변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 모두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북한과 관련된 이슈이다 보니 여야 의원들이 질문하면서도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고요?

[기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이번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선장이 허위 보고를 한 의도와 정부가 나포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개호 / 더불어민주당 의원 : 흥진호 선원들이 무슨 간첩이라고 이렇게 주장을 하고 그러한 주장을 신념인 것처럼 믿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저는 참으로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권석창 / 자유한국당 의원 : 나포 가능성을 전제로 두고, 국정원 등을 통해서 어디가 있는지, 북한과도 어떤 라인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노력이 안 보이고 보고를 전부 팩스로 하고 있고….]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비화하는 것을 경계한 여당은 항간에 도는 소문을 잠재우는 데 거의 모든 질문을 할애했고요.

반면 야당은 해경, 해수부는 물론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에 불을 지폈습니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은 앞으로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고,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우리 어선이 나포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임성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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