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MB의 '공항 반격'...논란 속 모레 귀국

[취재N팩트] MB의 '공항 반격'...논란 속 모레 귀국

2017.11.13. 오전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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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제 바레인으로 출국하며, 정보 당국 정치개입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정치보복으로 의심된다는 건데요.

현장을 다녀온 정치부 조태현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을 향해 떠났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 VIP실을 거쳐 출국했습니다.

일반 출국 장소와는 떨어진 곳인 만큼, 취재진만 진을 치고 있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이 도착할 시간을 즈음해서는 정치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이 전 대통령을 출국 금지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출국 40분여를 앞둔 오후 12시쯤 공항에 도착했는데요.

입장 발표 장소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VIP실 앞에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VIP실 안에서 진행할 경우 자칫 정식 기자회견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앵커]
이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지난 추석에도 메시지를 내놨는데 달라진 내용이 있습니까?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작심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움직임을 비판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부에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이젠 의도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의심이 든다는 주장이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의 말 들어보시죠.

[이명박 / 前 대통령 (어제) : 지나간 6개월 적폐 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적폐 청산으로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깊어져 걱정이라며, 사회 발전 과정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도, 긍정적인 측면까지 파괴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안보, 외교 위기 상황에서 정보기관을 수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는데요.

지난 추석 때 첫 입장을 내놨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강한 불쾌감이 묻어나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오늘 자신의 SNS에 바레인 강연에서 대한민국이 성장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라는 내용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썼는데요.

이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앵커]
이 전 대통령의 말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어제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들어보면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확실한 선을 그으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댓글 공작에 대해서는 자신의 지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는데요.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강하게 부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말 들어보시죠.

[이명박 / 前 대통령 (어제) : (2013년 국정원 댓글….) 상식에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마세요. 그건 상식에 안 맞아요.]

현장에는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홍보수석도 있었는데요.

이 전 수석은 대통령은 한가한 자리가 아니라며, 댓글까지 시시콜콜 지시하고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사이버사령부 증원 같은 일부 사실에 대해서는 정당한 통치 행위라고 주장했는데요.

앞으로의 검찰 수사를 기정사실로 하고, 이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동관 전 수석의 말입니다.

[이동관 / 전 청와대 홍보수석 (어제) : 댓글 작업은 북한의 심리전이 날로 강화되는 주요 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증원 허가를 한 것 가지고 문제 삼는다는 건 곤란하다.]

[앵커]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내놨을 것 같은데,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오전 회의에서 온 국민의 염원인 적폐 청산을 감정풀이와 정치보복으로 평가절하했다며, 군 정보기관을 권력의 하수인, 흥신소 취급한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추미애 대표의 말입니다.

[추미애 / 더불어민주당 대표 : 권력형 범죄를 영원히 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대단한 착각이고 오산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혐의가 드러나자 정치보복 프레임을 걸어보지만, 범죄에 대한 응징과 처벌의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국민 상식과 국격을 무너뜨린 사람은 상식과 품격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며, 전직 대통령 역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직접적인 반응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다만 현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한 비판은 이어갔는데요.

홍준표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미래를 열어야 할 때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어 유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홍 대표의 말입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표 : (검찰과 국정원이) 이런 망나니 칼춤에 동원되는 기관이라면 이는 정권의 충견에 불과하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이처럼 입장이 명확하게 갈리는 만큼, 이 전 대통령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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