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美 B-1B에 유독 민감한 北...실제 격추 능력은?

[취재N팩트] 美 B-1B에 유독 민감한 北...실제 격추 능력은?

2017.09.26. 오전 11:42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지난 23일 미군의 전략 폭격기 B-1B 편대의 무력시위를 벌인 이후 북한은 즉각 선전포고라고 비난하며 격추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이고, 실제 격추할 능력은 있는 건지 취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강정규 기자 나와 있습니까?

전략무기를 동원한 미군의 군사 행동에 대해서 북한은 일단 말 폭탄으로 맞받아쳤는데요.

이를 실행에 옮길 수단이라든가 능력 이런 것들은 있는 겁니까?

[기자]
북한이 보유한 대표적인 방공미사일 SA-5가 있습니다.

열병식 때마다 단골로 공개하는 지대공미사일인데요.

최대 사거리 250km, 요격고도는 40km 정도입니다.

지난 5월에는 신형지대공미사일 KN-06를 시험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제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거리가 150km 정도로 평가됩니다.

SA-5보다는 짧은데요. 대신 유도기술을 적용해 정확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밖에 미그-29와 같은 공군전력도 미국 항공전력에 대한 격추를 시도할 수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북한 깊숙이 들어갔는데도 북한이 아무런 대응 행동에 나서지 않았는데요.

이 이유는 지금 어떻게 분석이 됩니까?

[기자]
국정원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편대의 무력시위에 북한이 아무런 대응조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는데요.

SA-5 미사일과 함께 운용되는 레이더에 탐지 범위 400km 정도 됩니다.

이번 B-1B 편대가 북한 육지로부터 약 350km 떨어진 해상에서 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탐지 범위 안에 있었는데요.

그러나 국정원은 북한이 레이더로도 B-1B 편대의 이동을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설령 SA-5가 발사됐더라도 요격범위 밖에서에 비행했고 또 미국 전폭기들도 회피 기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격추가 실제로 가능한지는 미지수입니다.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볼 수 있는데요.

또 이번에는 F-15C 전투기 6대가 엄모 비행에 나서는 등 실전 편대를 갖춰서 이동을 했기 때문에 북한의 공군전력인 미그-29와 같은 전투기가 출격을 했더라도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 주장대로 영공 밖 공역에서 격추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미군의 반격 명분을 줄 수도 있는데요.

미군이 원산에 있는 방공 미사일기지를 초토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6.25전쟁 때 원산폭격의 악몽을 겪었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우려로 이번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런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결국 북한이 이런 상황에서도 민감하게 나오는 건 미국이 자신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봐야 될까요?

[기자]
네, 북한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해 왔습니다.

그 밖에 재래식 전력은 1990년대 이전 수준에 멈춰 있는데요.

특히 북한 공군전력이나 방공망은 상대적으로 더 취약합니다.

따라서 영공 밖이라도 격추하겠다는 리용호 외무상의 발언은 미군의 전략폭격기가 접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신경 쓰인다는 신경질적인 태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상 영공 밖에서 미 전략폭격기들을 격추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괌 포위사격 카드와 같은 이런 또 다른 형태의 전략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미군의 전략폭격기들이 NLL을 넘어서 북상한 것 매우 이례적인데요.

예전에는 이런 사례가 없었습니까?

[기자]
미국측이 이번에 밝혔던 내용대로 B-1B 편대의 이번 무력시위는 21세기 들어 북한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사례로 보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21세기 이전, 즉 냉전시대에는 다른 사례가 더 있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되는데요.

실제 미군의 정찰기가 북한 영공을 훑고 다닌 사례는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969년에는 EC-121 정찰기가 북한 미그기에 격추돼서 31명이 숨지는 일도 발생했는데요.

이 밖에 1968년 미 해군 정찰함 푸에블로호가 원산 앞바다에서 피랍되기도 했고요.

1976년에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이 발생해서 B-52 전폭기가 원산 상공까지 올라갔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군사기밀 때문에 이런 내용들은 공식 확인이 어려운 사례가 더 많은데요.

어쨌든 이번에는 B-1B 편대가 NLL보다 북상한 것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첫 사례로 기록될 만합니다.

그만큼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중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앵커]
어쨌든 미국이 이번에 강력한 대북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우리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에 미군이 단독 작전에 나서면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습니다.

한미 간에 충분한 사전 조율이 있었고 다만 우리 군이 이번 작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남북 간에 설정된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한미 간 군사공조에서 명확한 입장 차이가 드러난 것으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강정규 기자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