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北, 저강도 도발하며 대남공세...속셈은?

[취재N팩트] 北, 저강도 도발하며 대남공세...속셈은?

2017.08.28. 오전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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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동해 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를 놓고 한미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북한이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발사체로 도발 수위를 조절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대북 비난을 자제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의 비난 성명은 누그러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선 기자!

북한이 쏜 발사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조사 중인가요?

[기자]
북한이 지난 26일 새벽 동해 상으로 쏜 발사체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현재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기존의 무기를 개량한 신형 발사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 세 발 가운데 두 발이 사거리 250km, 고도 50km로 비행했는데 두 조건을 만족하는 북한의 무기는 현재까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방사포의 사거리를 대폭 늘렸거나 아니면 탄도미사일 저각 발사를 통해 고도를 낮추는 등의 기만전술을 썼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청와대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로 추정한 반면, 미 태평양 사령부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앵커]
한미가 실제로 이렇게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고요?

[기자]
한미 양측 모두 초기 단계 분석 결과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례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미사일이냐 방사포냐가 중요한 것은 그에 따라 북한의 의도와 국제사회의 대응 수준이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방사포의 경우 북한이 공공연하게 대남 공격용이라고 밝혀온 만큼 대남 위협 의도가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미사일의 경우 대북제재 대상이지만 방사포의 경우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미가 발사체를 달리 추정한 것은 북한의 발사 의도와 도발 수위를 보는 시각차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오늘 브리핑에서 북한도 상황을 악화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백태현 / 통일부 대변인 : 북한의 의도를 단정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합니다. 북한도 일단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좀 더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북한이 실제로 의도한 바는 뭘까요?

[기자]
북한은 을지훈련에 대한 반발로 매년 훈련 기간 도발을 감행해 왔는데 예년과 비교하면 일견 저강도 도발로 보입니다.

지난해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재작년에는 포탄을 바다가 아닌 우리 측 연천 지역으로 발사했거든요.

이번엔 을지훈련에 대해 공공연히 위협해온 만큼 무력시위는 벌이되 단거리 발사체를 동해 상에 떨어뜨려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군사 도발을 감행하지 않은 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북미 대화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단거리 발사체가 무엇이든 고도가 50km였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곧 임시 배치되는 사드는 요격 고도가 40-150km로, 낮게 깔려 오는 미사일 공격에 취약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를 향해 사드 무력화를 과시하려 한 의도를 내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앵커]
여기까지만 보면 북한이 대미 공세에서 대남 공세로 전환한 듯한데, 청와대는 심각한 상황으로 안 본다고 밝혔죠?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을지훈련 기간 북한이 해왔던 통상적인 대응훈련 차원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 직후 발표된 브리핑에는 도발 대신 발사란 표현이 담겼고, 이를 규탄하는 내용도 없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윤영찬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상임위에서는 북한의 발사 상황을 점검하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UFG 2부 훈련을 더욱 철저히 진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북한이 예년에 비해 도발의 수위를 낮췄다는 점에 주목해 대응을 자제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번 발사에 대한 한미일의 대응을 보면 어느 정도 사전에 공감대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나라마다 입장이 다르고 우리 정부의 경우 남북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진정성을 의심하며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판단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일종의 진정성을 보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는데, 북한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요?

[기자]
북한은 연일 우리 정부를 향해 북핵 문제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오늘 남한 집권자가 미국도 말 못하는 북핵 금지선을 말한 것은 주제를 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밝힌 것을 비난한 겁니다.

신문은 어제도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분수도 모르고 대화의 조건을 얘기하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군사도발의 중단을 제시한 것을 두고 거칠게 비난한 겁니다.

그러면서 남한과는 핵 문제를 논하는 일이 추호도 없을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대하는 남한의 근본 입장이 바로 서지 않는 한 남북대화는 하나 마나 한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이와 별도로 선군절을 맞아 김정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 훈련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훈련과 관련한 공격 목표로 백령도와 대연평도에 있는 우리 측 6해병여단 본부와 연평도서 방어부대 본부를 지목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높였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대남 비난을 하고 있지만, 최근 2년간 북한의 행태를 보면 을지훈련 기간에 북한이 도발 수위를 낮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모색되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우리의 판단과는 다르게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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