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돌아온 안철수 "동욕자승"...강력한 대여투쟁 예고

[취재N팩트] 돌아온 안철수 "동욕자승"...강력한 대여투쟁 예고

2017.08.28.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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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 후보가 대선 패배 이후 110일 만에 당 대표로 복귀했습니다.

바닥까지 추락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제3당으로서의 존재감도 다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습니다.

안 대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오늘 아침 회의에서, '동욕자승'이란 말을 꺼내 들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이종원 기자!

먼저 '동욕자승'이란 말, 무슨 뜻입니까?

[기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慾者承)이란 말이 손자병법에 나옵니다.

위아래가 같은 것을 원하면 전쟁에서 이긴다는 뜻인데요.

여기서 '상하'를 빼면,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으로 뭉쳐야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죠.

안철수 대표, 취임 일성으로, 일단 당내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어제도 선거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겠다는 다른 경쟁자들에게 이렇게 화답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 이번 대표 경선에 나서신 이언주, 정동영, 천정배 세 분의 후보들께서 제시하신 여러 말씀 잘 새겨 향후 당 운영에 크게 쓰겠습니다.]

안 대표, 첫 회의에 앞서선 국립현충원을 찾았습니다.

신임 지도부와 함께 김대중, 이승만, 김영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습니다.

방명록엔 대한민국의 정치개혁과 미래를 향해 전진하겠다고 적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제 투표 결과를 보면,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안철수 대표 51.09%를 득표했는데,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기자]
먼저 안철수 대표는 투표 결과를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 여러분께서 다시 제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여러분께서 안철수를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꽤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경쟁자였던 호남 출신의 정동영, 천정배 후보 측은 결선투표를 대비한 전략도 마련 중이었는데요.

과반 확보에 성공하면서 결선투표 없이 당선돼, 일단 '체면치레'는 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표면적으로는 당의 간판이자 창업주인 안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당내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 턱걸이 과반이죠.

물론 경쟁 후보들이 다르고 선거인 구성도 달라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의 75% 득표율과 비교하면 불과 넉 달 만에 20% 포인트나 넘게 떨어졌습니다.

안 대표를 재신임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대결을 만들어주면서, 국민의당 당원들이 일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율도 그렇고, 안철수 대표에 대한 당내 입지도 과거와는 다른 것 같은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면 될까요?

[기자]
국민의당 당원 24만여 명 가운데, 당의 기반인 호남권에 절반가량이 몰려 있습니다.

호남표 이탈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보수야당들은 국민의당을 '민주당 2중대'라고 비판하지만, 사실 호남에선 '자유한국당 2중대'란 비아냥도 들린다고, 지역구 의원들이 하소연하곤 하는데요.

안 대표나 국민의당의 '우클릭'에 대한 반발 심리가 꽤 상당하는 거죠.

이번 경선에서도 개혁을 표방한 호남 출신의 정동영, 천정배 두 후보가 선전하면서 호남 표를 상당 부분 흡수했습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산하면 45%가량으로, 안철수 대표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안철수 대표, 등진 호남 민심을 되돌리는 게 우선일 겁니다.

호남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 민주당과 어떻게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리고 안철수 대표 어제, 대표 수락 연설에서 사실상 정부 여당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평가가 많아요?

[기자]
오늘 아침에는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이야기했는데, 어제도 선명한 대안 야당으로 가자며, '싸우겠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 우리는 정권이 바뀌자 거꾸로 펼쳐지는 코드 인사 등 모든 불합리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주변세력, 상황관리 제대로 못하는 무능과도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갉아먹는 분별없는 약속, 선심공약과도 분명하게 싸울 것입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야권에서 문제 제기를 이어온 인사 문제나 안보 불안, 선심성 복지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건데요.

또 현 정부가 이미 독선과 오만의 모습이 엿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안 대표가 말한 '선명성'이란 게 결국 강력한 대여 투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 여당과 대척점에 서면서 나름대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로 엿보입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안 대표를 향해 '협치'를, 보수야당들은 '정부 견제와 감시'를 요구했습니다.

[앵커]
끝으로 이 기자, 어제 전당대회 현장에서 취재했죠? 그런데 장소가 국회 내부였어요,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체육관이 아니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대회의실에서 전당대회가 치러졌습니다.

별도의 현장 투표 없이, 이미 마무리된 인터넷과 ARS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절차만 진행됐기 때문에 국회 시설을 이용했다는 게 국민의당의 설명인데요.

대선 패배 이후 제보조작 사건으로 당을 바라보는 여론이 아직 따가운 상태죠.

요란하게 당세를 과시하는 '체육관 전당대회'보다는 내실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500석 규모의 장소였는데,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몰려들면서 천여 명이 참석했고, 복도에도 서 있기가 힘들 정도로 북적였는데, 별 탈 없이 무난하고 치러진 전당대회란 평가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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