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北 '일단 보류'...도발 가능성은?

[취재N팩트] 北 '일단 보류'...도발 가능성은?

2017.08.16.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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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위협 수위를 높이던 북한이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며 괌 포위사격 작전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북한을 향해 거듭 남북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일지, 이번에는 남북 대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 취재기자와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선 기자!

일단 지난 9일 발표한 '괌 포위사격 작전'은 보류했다고 봐야 하는 거죠?

[기자]
북한이 사실상 이번 작전의 시한으로 제시했던 건 이번 달 중순입니다.

이때까지 최종 완성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를 하겠다고 했었는데, 어제 보도를 통해 예고한 대로 보고를 했다는 사실을 알린 겁니다.

다만 보고를 받은 김정은이 발사 준비태세를 갖추되 미국의 행태를 좀더 지켜보겠다고 말을 했습니다.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는 식의 발언은 전략군이 괌 포위사격을 발표할 때도 했던 말인데, 김정은이 이 말을 반복했다는 것은 작전 계획을 확실히 보류시켜놓고 미국에 공을 넘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조선중앙TV : 조선반도 정세를 최악의 폭발 직전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에 한마디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앵커]
보류했다는 건 당분간 도발은 안 하겠다는 의미로 봐도 될까요?

[기자]
전략군 성명에서 당장 괌 사격이 임박한 것처럼 위협해 놓고 한 발 빼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맞습니다.

미국에서 호흡조절에 들어간 듯한 발언이 나오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통화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김정은이 전략군 사령부를 방문해 괌 포위사격 작전 지도를 펼쳐놓고 계획을 검토하는 모습을 일부러 공개했습니다.

벽면엔 남한을 네 등분한 타격지도를 노출했고 모니터엔 괌 앤더슨 공군기지 위성사진을 띄워놓고, 긴장감을 낮추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말로는 지켜보겠다고 한 뒤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미군사훈련을 빌미로 언제든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어서 계획을 완전히 접었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특히 다음 주 예정된 한미 군사 훈련을 핑계로는 예고한 대로 괌 도발이 아닌 이제껏 해왔던 대남 국지 도발을 전개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례적으로 주민들에게 괌 포위사격 장면을 공개한다고 하면서 대대적인 선전을 벌였습니다.

작전 보류는 정권의 체면과도 상관이 있을텐데, 좀 구기는 것 아닌가요?

[기자]
북한이 최근 위협 수위 높이며 군사적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올린 건 내부적인 체제 결속의 목적도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경제적 제재 압박 속에서 위기감을 강조해 핵과 미사일 개발 등 군사력 증대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반발하는 정부 성명에 이어 주민들의 군 자원 입대 탄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하고, 북한 매체가 매일 분노한 주민들의 인터뷰를 실은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데요,

만약에 실제 도발을 하지 않게 된다면 자신들의 위협 앞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이 자신들의 위협에 한발 물러섰다며 이 역시도 선전에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향해 거듭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는 반응할까요?

[기자]
과거 북한이 남북 대화에 나선 경우를 보면 우선 미국과 대화를 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한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이 현재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 중국을 직접 압박하는 상황에서 전자의 경우는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미국도 남북대화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이를 통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주기보다는 현재로선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상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단절되고 남북 간 경제 사업이 거의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우리 측에 원하는 것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주 조개를 잡다 표류해온 북한 주민 한 명을 북송하기 위해 오랫동안 단절된 판문점 직통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북한은 여기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반면 북한이 탈북자 재송환 문제 등 우리 정부로서는 불가능한 조건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번 경축사의 거듭된 제안에도 당분간 남북 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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