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늦은 안철수의 사과...배경은?

한 발 늦은 안철수의 사과...배경은?

2017.07.13. 오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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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한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진 뒤 16일 만이었는데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은데요.

안 전 후보가 지금 시점에 입장을 발표한 배경은 무엇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어제 안철수 전 후보의 기자회견은 예정에 없다가 갑자기 이뤄졌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기자]
어제 안철수 전 후보가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은 기자회견이 열리기 2시간 전에 알려졌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후 취재 일정을 조율하던 1시 반쯤에 국민의당 측에서 문자메시지로 공지한 건데요.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취재진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국민의당 당사는 순식간에 취재진이 가득 들어찼고요.

기자회견 소식을 들은 당원들이 몰려나와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특히 어제는 기자회견 내용도 발표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는데요.

사전에 정계 은퇴 발표가 아니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당 측에서 기자회견 전에 관련 내용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어제 기자회견은 급작스럽고 또 긴박하게 진행됐는데요.

지금 국민의당 사정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이 안 전 후보의 입장 발표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데요.

왜 어제를 입장 발표 시점으로 잡은 건가요?

[앵커]
우선 안철수 전 후보가 밝힌 얘기로는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좀 정확히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실 안 전 후보는 지난해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당시 여러 차례 사과한 뒤 결국 대표직까지 사퇴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이후에 관련자가 모두 무죄로 드러나면서 나름 억울한 피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늦은 감이 있더라도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한 뒤 입장을 표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 전 후보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안철수 / 국민의당 前 대선 후보 : 작년 리베이트 조작 사건, 그때도 저는 무죄를 알고 있었습니다만 당을 구하기 위해서 당 대표를 내려놓았습니다. 저는 항상 책임져 왔던 정치인이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도 제가 어떻게 하면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가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는데요.

정작 본인이 영입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자, 더 입장 표명을 미뤘다가는 아예 사과할 시기를 완전히 놓쳐버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입장 발표를 서두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어제 기자회견에서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일단 안 전 후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원점에서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는데요.

이 모든 가능성이라는 말 안에는 정계은퇴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한 걸 보면 정계은퇴에 큰 무게감이 쏠려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안 전 후보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들 말로는 안 전 후보가 제보 조작 사건이 터진 뒤 지인 여러 명에게 조언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계은퇴'를 발표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으로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책임지는 모습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도 있고요.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다시 재기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안철수 입장 발표문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겠다고 하면서도 정계은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는데요.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여론의 흐름을 좀 더 살펴본 뒤에 최종 입장을 정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어제 기자회견장에는 안철수 전 후보 외에 국민의당 지도부 모습은 안 보이던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기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요.

어제는 국민의당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라 안철수 전 후보 개인의 기자회견이었기 때문에 굳이 지도부가 참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물론 좋은 일이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참석해 얼굴을 내밀 수 있겠지만, 사과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라면 굳이 그럴 이유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당 입장에서는 이미 지난달 26일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어제 당 지도부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김유정 대변인이 사회를 봤고요.

안철수계 의원으로 꼽히는 채이배, 송기석 의원이 현장에서 기자회견 뒤 기자들에게 추가 브리핑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채이배 / 국민의당 의원 : (얼마 전 인터넷에 사진도 올라왔잖아요?) 사진 해명 그대로 지인 만나기 위해 가신 것으로 알고 있고요. 5월에 선거 끝나고 당내 시·도당을 찾아다니면서 지지하신 분들과 당내에서 고생하신 분들에게 인사했다는 것 정도로 얘기하시고, 그 이후 일정은 개인적인 지인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만 두 의원도 안 전 후보의 향후 행보나 정계은퇴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거나 밝히기 어렵다고 말해 속 시원한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앵커]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 어제 기자회견 뒷얘기 정치부 전준형 기자로부터 좀 더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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