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새로운 인선 기준 마련...5대 원칙의 후퇴?

[취재N팩트] 새로운 인선 기준 마련...5대 원칙의 후퇴?

2017.05.29.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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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난항을 겪으면서 청와대는 진퇴양난에 빠졌습니다.

그러자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 자문위원회가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섰는데요.

새로운 공직자 인선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한 건데,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인사 5대 원칙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이종원 기자!

먼저 어제 여당과 국정기획 자문위가 새로운 인선 기준을 만들자고 한목소리를 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정리부터 해보죠.

[기자]
먼저 민주당은 어제 우원식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야당을 향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협조해달라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여야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위 공직자 인선 기준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우원식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익을 위한 위장전입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생활형 위장전입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점들을 구분해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여야 간에 논의가 가능한 일이겠죠.]

이 같은 여당의 제안에 화답한 건 야당이 아니라,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 자문위였습니다.

김진표 자문위원장의 말입니다.

[김진표 /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소모적인 논란을 빨리 없앨 필요가 있다. 또 앞으로 새 정부의 인사에 있어서 똑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국정을 운영할….]

그동안 청와대 인선과 관련해선 좀처럼 나서지 않던 자문위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 건데요.

자문위 안에 TF를 구성하고 정치권과 법조계, 시민사회 등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말까지 고위 공직자 임용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앵커]
일단 새 정부 출범 때마다 불거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이게 표면적인 이유인 것 같은데, 어떤 배경이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이낙연 총리 후보자, 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모두 위장전입이 일단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위장전입이란 게, 결국 주민등록법 위반, 즉 실제 거주지와 주소지가 다른 거죠.

청와대나 여당은 이 총리 등의 위장전입은 악의적인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단순한 주민등록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당시 부주의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실제 거주지와 주소지가 달랐을 뿐, 부동산 투기 등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다는 거죠.

위장전입이라고 무조건 인선에서 배제할 것이 아니라, 케이스 별로 실체를 규명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증 기준을 마련하자는 주장입니다.

어제 김진표 자문위원장은 매를 맞더라도 새로운 인사 기준 마련을 추진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청와대에 쏟아질 비판을 자문위가 대신 감수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다만, 조금 전 전병헌 정무수석이 국회의장과 4당 원대대표들과 회동에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국무위원 인선을 배제하겟다는 기준을 제시했는데요.

국무총리에 이어 장관 등에 대한 인사청문 제도가 도입된 시점이죠.

이낙연 총리 후보자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어느 정도 인준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야당이 이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아무튼, 단순한 위장전입은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인사 배제 5대 원칙은 후퇴한 것으로 봐야 할까요?

[기자]
여당도, 청와대도 '후퇴'란 표현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야당은 사실상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인사 5대 원칙이 무너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호남 출신의 이낙연 총리 인준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이 기대됐던 국민의당 조차 날을 세우고 있습니다.

[김유정 / 국민의당 대변인: 언제부터 민주당이 실정법 위반 사항인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생활형과 투기형을 가려서 비판해왔는지 궁금합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인사 배제 5대 원칙은, 병역회피와 탈세, 부동산투기, 그리고 위장전입과 논문표절입니다.

이 5개 가운데 1개라도 논란이 있는 인물은 고위공직자 인선에서 배제하겠다는 거였는데요.

그러나 청와대도 이미 선거 캠페인과 실제 국정 운영의 현실은 차이가 크다고 고백했습니다.

[임종석 / 청와대 비서실장: 선거 캠페인과 국정 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야당은 일제히 인사 배제 원칙을 약속했던 장본인인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오후 수석 보좌관 회의가 열리죠?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을까요?

[기자]
이미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흘 전 국민과 국회에 사과한 상태죠.

문 대통령이 직접 공식적인 브리핑을 통해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접 협치를 선언한 데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무작정 야당의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이어지고, 새 정부 초기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개혁입법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오늘 수석 보좌관 회의가 주목됩니다.

정식 안건으로 논의는 되진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통해 야당의 명분을 세워주는 정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수석 보좌관 회의는 오후 2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까지 청와대 춘추관에서 YTN 이종원[jongwo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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