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텅 빈 靑 컴퓨터...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일

[취재N팩트] 텅 빈 靑 컴퓨터...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일

2017.05.17.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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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 정부는 정권 인수인계 기간도 없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바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에 들어와 보니 또 하나의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넘긴 청와대 컴퓨터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이 텅 비어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청와대가 경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권민석 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자료가 얼마나 없길래 인수인계가 부실하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거죠?

[기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직접 밝힌 내용입니다.

청와대 컴퓨터를 열어봤더니 사실상 비어있더라는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윤영찬 /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자료들은 확인을 해봤는데 하드디스크는 거의 비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가뜩이나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라, 전임 정부가 어떻게 업무를 처리해왔는지 참고할 수 있다면, 그나마 국정의 연속성을 살릴 수 있을 텐데 그게 당장은 불가능할 정도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때문에 새 정부가 국정 현황을 파악하는 데만 또 새로 시간을 들이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에서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자료 파기가 있었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아직 속단하긴 어렵습니다.

자료 대부분을 국가기록물로 지정해 청와대 컴퓨터가 비게 된 건지, 아니면 새 정부에 넘겨주기 싫어서 자료들을 파기한 건지는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청와대가 자료 파기 경위 파악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체 조사에 앞선 선제 조치로,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기무사 관계자들에게 문서 무단 파쇄나 유출, 폐기를 금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박수현 / 청와대 대변인 : 종이 문서나 전자 문서에 대한 무단 파쇄나 유출 삭제를 금하도록 지시하고….]

실제 정부 부처에서 민감한 문서 파기가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도 해석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일이 역대 정부에서도 반복돼왔다고요?

[기자]
청와대의 부실 인수인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을 때, 또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설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참여정부는 공직자 인사 검증 파일을 비롯해 업무 관련 문서와 자료를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고 남은 자료는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 청와대에 와보니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현행법상 위법으로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대통령과 비서실, 경호실, 자문기관 등이 생산한 모든 형태의 기록 자료를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게 돼 있습니다.

또 공공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기록 이관 이후 청와대에 남은 전자 기록물을 복구 불가능하게 파기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요컨대, 현행법상 전임 정부가 어떤 자료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없어서 다소 맹점이 있는 겁니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로 취임 만 1주일을 넘겼습니다.

권 기자가 첫날부터 취재했는데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기자]
몇 가지 단어로 설명하자면 소통과 통합, 정상화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내각과 대통령 비서실을 이끌 적임자로 호남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내세웠습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비서관, 이호철 전 수석 등이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친문 패권'이라든가 '삼철' 논란도 당분간 사라지게 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업무 지시를 통해 적폐 청산 의지도 분명히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습니다.

공약 1호였던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했고 화력발전소의 제한적인 가동이라는 구체적인 미세먼지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청와대 수석들과의 커피 타임, 직원들과의 점심, 기자들과의 등산을 통해 격의 없이 소통하는 장면을 보여줬고요.

지난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즉각 주재해서 기민한 대응 체계를 보여줌으로써 '안보 대통령'의 면모도 발휘했습니다.

아직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기 때문에 청와대 외교·안보라인과 내각 인선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모레(19일)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도 예정돼 있습니다.

취임 열흘째를 맞는 날이 될 텐데 각 당 지도부들과의 만남에서 청와대와 국회가 협치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YTN 권민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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