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安의 공동정부 승부수, 시작부터 '덜커덩'

[취재N팩트] 安의 공동정부 승부수, 시작부터 '덜커덩'

2017.05.01. 오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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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 막판 지지율 하락세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개혁 공동정부라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어제 준비위원장을 수락하면서 닻을 올렸는데, 시작부터 이견이 노출되는 등 덜커덩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 후보가 과연 공동정부 카드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국민의당 취재하는 조태현 기자와 전망해 보겠습니다.

안철수 후보가 지난주 개혁 공동정부 카드를 꺼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개혁 공동정부는?

[기자]
안철수 후보가 개혁 공동정부를 이야기한 건 지난주 금요일입니다.

지지율 측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고 대선도 코앞에 다가온 만큼, 사실상 마지막 승부수로 받아들여졌는데요,

우선 국회 추천을 받아 책임총리를 지명하고, 그 책임총리의 장관 추천권을 최대한 존중해 국가개혁과제를 내각이 주도하도록 하는 구상입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총리 지명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입니다.

안 후보는 공동정부 준비위원회를 만들고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에게 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어제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서 준비위원장 직을 수락했습니다.

안 후보가 집권하면 내년 지방선거 때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서 2020년 21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제7공화국을 출범하겠다고 설명하고 곧바로 새 정부에 참여할 정파의 입장 조율과 인물 발탁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당선 다음 날부터 국정 운영이 가능하도록, 모든 반패권 세력을 결집하겠다고 했는데, 최근 지지율이 급등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2위 자리마저 위협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연대 역시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바로 그 지점이 중요한거 같은데요.

공동정부라고 하면 파트너가 있다는 얘기인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손을 잡겠다는 뜻인가요?

[기자]
어제 기자들이 홍준표 후보도 개혁 공동정부의 대상이냐고 물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탄핵반대 세력과 패권세력은 다음 정부에서 배제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면서도, 모든 정파를 아우르는 만큼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탄핵에 찬성한 사람은 의사가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김종인 / 개혁 공동정부 준비위원장 : 개혁 공동정부는 모든 정파가 어울리는 거라고 생각하므로 어디를 특별히 배제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최근 국민의당에 입당한 최명길 의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홍 후보에 대한 입장을 조금 더 명확히 알 수 있는데요,

최 의원은 홍 후보는 지난 10년 동안 친박계 때문에 핍박받았다는 주장을 하고, 객관적으로도 그렇게 볼 수 있다며, 공동정부에서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이라 이런 연대 얘기도 나오고 있는 것 같은데 홍준표, 유승민 두 보수진영 후보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기자]
한 마디로 시큰둥합니다.

먼저 홍준표 후보는 어제 유세에서 열흘쯤 전에 김종인 위원장과 회동한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요, 당시 김 위원장은 개헌을 매개로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요즘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인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어제 홍 후보 발언이 재미있습니다.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 아무리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싶어도 상왕 모시고 태상왕 모시고, 그 태상왕이 김종인 씨입니다.]

유승민 후보 역시 부정적입니다.

자신은 제안을 받지도 않았다면서, 대선이 끝나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지금은 자기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는데요, 유 후보의 말 들어보시죠.

[유승민 /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 : 저는 대선 때까지는 제 갈 길을 가고 더는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겠습니다.]

통합정부를 내세운 문재인 후보 측 역시 안 후보의 공동정부 구상이 정권 연장을 꾀하는 적폐세력 연대이자 촛불민심을 배반하는 역사의 후퇴라고 혹평했습니다.

[앵커]
공동정부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정당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건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홍준표 후보와는 연대 안 한다고 분명히 선 그었죠, 시작부터 엇박자를 낸 건가요?

[기자]
안철수 후보는 정치인간의 인위적인 연대는 안 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안 후보의 이른바 자강론은 국민에 의한 연대,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말하는데요, 이게 지지율 상승 추세 때에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졌지만, 하락 추세로 반전된 뒤에는 완전한 속수무책 상태로 만드는 양날의 검이 됐습니다.

따라서 다른 당 후보와의 연대를 안 후보가 언급하긴 극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미 홍준표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자격이 없다며 TV 토론회에서 홍 후보를 쳐다보지도 않고 무시하는 전략도 취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홍 후보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에도 안 후보는 홍 후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안철수 /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 제가 후보 사퇴 요구를 했습니다.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승부수가 시작부터 덜컹거리자, 어젯밤 박지원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이 홍 후보는 단연코 단일화 대상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역시 단일화는 후보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물론 단일화와 연대의 주도권은 대통령 후보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오름세로 반전되지 않고 있고, 홍준표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주 여론조사에서 추세가 바뀌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를 위해 다른 정당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선거 막판 당내 갈등도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조태현[chot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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