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양강 구도' 현실화한 대선...보수 후보들의 행보는?

[취재N팩트] '양강 구도' 현실화한 대선...보수 후보들의 행보는?

2017.04.06.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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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대선 양강 구도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지지율도 답보 상태인 데다 후보 단일화 논의도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는데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 진영 후보들의 승부수는 무엇인지 취재기자 연결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먼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행보부터 좀 살펴보죠.

홍 후보는 대선 구도를 바꾸기 위해 보수 단일화를 외치면서도 바른정당이 요구하는 친박계 청산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기자]
전쟁에 나설 때 우선 내 진지부터 확실하게 구축한 뒤 영토를 확장하는 전략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홍준표 후보는 본인 말대로 계파가 없는 대표적인 비박계 정치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과거 친박계 의원들을 이른바 양아치 친박이라고 비꼬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탄핵당해도 싸다고 말하는 등 비판적 시각을 유지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 뒤부터는 이제 당에 친박계는 없다고 선언하면서 확실하게 친박계를 안고 가겠다는 메시지를 던졌고요.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 핵심 친박계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화답하는 모양새를 보였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갈등을 잠재우고 대선 후보 중심으로 당을 재편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겁니다.

사실 대통령 탄핵 사태 뒤 친박계가 TK 중심의 독자 정치 세력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는데요.

당이 분해되거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지는 파국은 막았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하지만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감이 큰 지금 상황에서 친박계와 손을 잡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그래서 홍준표 후보가 친박계를 품은 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당 내부적인 분란은 수습했지만, 본선 경쟁력에서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보수층 민심은 상당수가 안철수 후보로 돌아선 게 사실이고요.

당 지지율도 대구·경북 지역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당보다 낮게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친박계 청산 문제는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에도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요.

홍준표 후보는 일단 친박계를 청산하라는 유승민 후보의 요구는 외면한 채 계속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유승민 후보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바른정당은 와해 돼서 자연스럽게 자유한국당으로 흡수·통합될 거라는 판단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전략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 지지층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런 행보가 대선 승리보다는 향후 당권 장악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홍준표 후보 못지않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기자]
유승민 후보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세력의 대선 후보입니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에서는 이른바 배신자라는 낙인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승민 후보는 보수 개혁과 합리적 보수 건설이라는 원칙과 명분을 계속 강조하고 있고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단일화 제의에도 친박계 청산 없이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지율과는 별개로 유승민 후보는 당 경선 토론회나 정책 중심 행보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은데요.

본인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에서조차 지지율이 미미한 수준인 게 사실이어서, 홍준표 후보와 보수 적통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고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하면 선거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끝까지 완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바른정당이나 유승민 후보 입장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닙니까?

[기자]
사실 그 부분이 바른정당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실제로 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게 일단 어느 당과 후보 단일화에 나서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일단 자유한국당과 후보 단일화로 보수 진영이 뭉쳐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면 유승민 후보 말처럼 여당을 뛰쳐나와 바른정당을 창당한 이유 자체가 없어지고요.

스스로 배신자였다는 걸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한 편에서는 국민의당과 중도 연합 세력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고요.

실제로 양당 간 물밑 접촉도 여러 차례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양강 구도를 형성한 안철수 후보 측에서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요.

특히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섣부르게 바른정당과 손 잡았다가 호남 지지층이 이탈할 우려도 있어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바른정당은 내부적으로 유승민 후보를 중심으로 한 자강파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한 후보 단일화파 사이에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갈등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사실상 선거에 손을 놓은 채 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도 흘러나오는 등 당 안팎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수 진영 후보들의 향후 행보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기자]
지금으로선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 모두 보수층 표심을 잡는 게 가장 급합니다.

이 때문에 두 후보 모두 보수 진영 표를 흡수한 안철수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제로 이미 홍준표 후보는 '얼치기 좌파', 유승민 후보는 '박지원 당'이라고 부르면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를 견제하고 있는데요.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런 비판의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선에서는 승패도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어떻게 지느냐도 중요합니다.

선거에서 대패하면 후보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인데요.

오는 12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가 두 보수 후보가 미리 받아보는 대선 성적표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향후 행보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후보든 이 선거에서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면 보수 적통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가면서 보수층 결집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참패할 경우 홍준표 후보는 친박계 청산 등 좀 더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고요.

유승민 후보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위기감 속에서 당이 분열되거나 원치 않는 후보 단일화 논의에 끌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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