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정치권에 다시 등장한 '박근혜 하야' 주장...속내는?

[취재N팩트] 정치권에 다시 등장한 '박근혜 하야' 주장...속내는?

2017.02.23. 오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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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가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의결한 뒤 자취를 감췄던 하야론이 왜 지금 와서 다시 흘러나오고 있는지 취재기자 연결해 좀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는 범여권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 하야론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는데, 이게 언제 어떻게 나온 겁니까?

[기자]
시작은 지난 13일, 그러니까 열흘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정우택 원내대표의 발언이었습니다.

당시 정 대표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는 국가적 불행이고,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정치권이 대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회의장 주재로 4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체를 만들어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탄핵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도록 정치적 타협점을 찾아보자는 건데요.

이때만 해도 취재진들은 이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었는데요.

하지만 이틀 후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해 정치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면서 다시 하야론을 들고 나왔고요.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정치적 사면론을 언급하면서, 하야론이 급속도로 정치권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뉘앙스만 남겨놓겠다고 말하는 등 애매모호하게 말해서 실제 모종의 협의가 있었다는 걸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자진 사퇴를 검토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기자]
일단 청와대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긴 했는데요.

이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탄핵 심판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하야론이 나오는 것 자체가 청와대 측이 사실상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많은데요.

탄핵 인용이 현실화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차선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당장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을 봐도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청와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영태 녹취록을 상세히 분석하는 등 탄핵 기각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는데, 최근에 기류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탄핵 사유를 두고 다투던 법정에서 갑자기 탄핵 과정 전반을 문제 삼고 나선 건데요.

탄핵 심판 진행 절차나 재판부는 물론이고요.

지난해 국회의 탄핵안 의결 자체까지 모두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 탄핵소추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이런 해석도 내놨는데요.

박 대통령 측에서 탄핵 심판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니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논거를 만든 뒤에, 대승적으로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갖춰서 최소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하는 일만큼은 피하려 한다는 겁니다.

이 의원은 또 박 대통령이 최대한 기다리다가 선고 하루 이틀 전에 전격 하야를 선언한다는 거대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까지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탄핵심판 선고 전에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게 되면 헌재는 탄핵심판 절차를 중지하고 각하를 선고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이 마지막 카드로 고심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실제로 박 대통령이 하야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기자]
지금으로는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박 대통령 측에서는 자진 사퇴로 얻을 수 있을 실익을 따져봐야 하는데, 정치권의 도움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일단 가장 큰 관건이 형사 처벌에 대한 사면 여부인데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미국의 닉슨 대통령 사례처럼 정치권이 대타협으로 형사 처벌을 피하고 명예롭게 퇴진하는 길을 열어줄 경우 박 대통령도 자진 사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자유한국당도 탄핵 선고 뒤 야기될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이런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하지만 야권의 반발로 정치적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법적 처벌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자진 사퇴는 하나마나한 일이 되고 맙니다.

또 하나는 대한민국 헌정 역사상 탄핵된 첫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것만큼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부분인데요.

이 문제도 야권이 탄핵 심판을 계속 주장하고 여론이 동조할 경우에는 자진 사퇴 뒤에도 헌재가 탄핵 심판 절차를 계속 진행해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실익이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결국 청와대가 실제 자진 사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 지금은 범보수 진영을 통해 운을 떼면서 야권과 여론의 분위기도 살펴보고 있는 정도로 보이는데요.

당장 민주당과 국민의당뿐 아니라 보수 정당인 바른정당에서까지 하야론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어서, 박 대통령 측도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정치부 전준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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