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안희정 '선의' 발언 파문...외연 확대 효과볼까

[취재N팩트] 안희정 '선의' 발언 파문...외연 확대 효과볼까

2017.02.21. 오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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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희정 충남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안 지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잇따라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염혜원 기자!

발언 당시 상황을 좀 정리해보죠.

그제 부산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면서 이 말을 했는데, 처음에는 논란이 이렇게 커지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요?

[기자]
안 지사 측에서는 '선의' 발언과 관련한 언론 기사가 나오자마자, 당시 강연 영상을 공개하면서 진화에 나섰는데요.

당시 청중들은 안 지사의 발언을 반어법으로 이해하며 웃기도 했다는 겁니다.

먼저 당시 상황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안희정 / 충남지사 (그제) : K재단, 미르재단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인 대기업들의 많은 좋은 후원금을 받아서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어 하는 마음 이실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법과 제도에 따르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참고로 저는 그 누구라도 그 사람의 마음은 그 액면가대로 저는 선의로 받아들입니다.]

관객들 웃음소리 들으셨죠. 현장 분위기도 심각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후 해당 발언이 반어법으로 들리지 않는다거나, 혹은 반어법이더라도 저런 표현을 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한마디로, 국정 농단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의'라는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겁니다.

안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등록을 하던 날, 기자 간담회에서 '대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가 최근까지도 곤혹을 치렀는데요.

마치 대연정 논란의 2라운드가 시작된 듯한 상황입니다.

[앵커]
안희정 지사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데, 곧바로 야권 주자들의 비판이 쏟아졌지요?

[기자]
여간해서는 안희정 지사를 비판하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표도 한마디 했습니다.

그동안 대연정 발언이나 정책 등을 두고 안 지사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발언을 자제해왔는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이번 '선의' 발언에 대해서는 일침을 놨습니다.

[문재인 /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 안 지사의 해명을 저는 믿습니다. 다만 안 지사의 말에 분노가 빠져 있습니다. 분노는 정의의 출발입니다.]

문 전 대표가 어제 밝힌 입장이었습니다.

그러자 안 지사는 지도자의 분노가 피바람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반박했는데요.

문 전 대표는 오늘 다시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가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고 재반박했습니다.

다만, 통합을 강조하다보니 오해를 부른 것 같다며 안 지사를 두둔하는 발언도 함께 해서 적당히 매듭을 짓자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에 대해 연일 비판을 해오던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날선 비판은 자제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습니다.

[이재명 / 성남시장 : 경선 국면에서 소위 보수진영의 역선택을 기대하면서 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일정한 선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앵커]
논란의 당사자, 안희정 지사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논란이 불거지자 안 지사는 먼저 발언의 의도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어제 당내 행사에 참석했다가 기자들과 만나서 한 이야기 들어보실까요.

[안희정 / 충남도지사 : 본인이 좋은 일을 하려고 시작했다고 하셨으니, 그걸 그대로 인정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어떻게 합리화될 수 있겠습니까라는 말씀입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지만, 안 지사 측에서는 이 문제는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할 성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사실 '선의'라는 말은 안 지사가 전부터 공개적으로 밝혀 온 소신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이 안 지사가 지난 2015년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상대의 발언을 일단 그 사람의 '선의'로 받아들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안 지사의 생각이 적혀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 글 아래엔 좋은 의견이라는 댓글이 많았지만, 촛불 정국 하의 대선 국면에 접어든 지금은 여권 지지층 안에서 댓글 싸움이 붙을 정도로 민감해졌습니다.

[앵커]
안 지사 측은 실수는 아니라는 건데,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한 전략이 지나친 거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이런 관측에 대한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 안 지사 측의 공식 입장입니다.

실수도 전략도 아닌 소신이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드, 대연정 논란에 이어서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경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지층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요.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된 뒤라면 통합이라는 가치에 더 비중을 둘 수 있었겠지만, 경선 국면은 다르다는 겁니다.

하지만 안 지사 측은 완전국민경선제, 즉 당원과 일반 국민의 표의 가치가 1:1로 똑같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외연 확장이 전통적 지지층에 표를 호소하는 것보다 더 절박하거나 효율적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논란이 조기에 끝날지, 또 이 여파가 안 지사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YTN 염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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